모레가되면 모든것이 좋아질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오

한지운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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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가되면 모든것이 좋아질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이 행복하지않니, 라고 김창완은 말했다.

 

경신 예전부터 여쭤보고 싶은게 있었는데요, 사람은 왜 한가지 인생만 살게되어 있을까요?

창완 음. 아… 왜 한가지 인생만으로 살게되어 있냐고? 사람은 왜 비가역적이라는 질문아냐. 왜 비가역적일까. 윤회한다는데 믿질 못해서 그러는거지. 잘 생각해봐. 너 저번에 배추벌레때 생각안나? 그 생각을 홀라당 다 까먹었으니까 지금 그런소리를 하는거 아냐.

경신 선생님은 기억나세요?

창완 어떻게 생각해도 하여튼 가역적이어서는 안돼.

경신 왜요? 세상이 복잡해지나요?

창완 세상이 복잡해진다… 좋아, 내가 가장 바라는게, 꼭 바라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치고, 이가 새로나는걸 바랐다, 그런데 새로났다. (웃음) 아유, 기쁜일일까? 내가 이 때문에 그렇게 고초를 받고있지만, 이가 새로나는게 마냥 좋을까?

원 술을 마시는데 아무 걱정이 없어진다면 좋잖아요

창완 글쎄, 그건 마치 '사람들이 다 돈이 많아서 가난한 이가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라는 것과 같은 논리인데, 그게 참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는건 나도 믿어. 그런데 그거 좋다는걸 알고 저지르게 되는 나쁜 일들이 많기때문에 두렵지. 그럼 나는 이 하나 빠질만큼 술 더 마셔도 된다고 하면서, 술을 얼마나 더 마시고 개판을 치겠어. 그렇게해서 버려지는 태양은 얼마며.

원 그럼 현재에 대해서 만족하세요?

창완 요즘은 술을 마시면 그 다음날 볶이니까, 술 마시면서 드는 생각이 빨리 모레였으면, 하는거야. 어제나 그저께, 안 마셔서 생생할때가 아니고, 빨리 모레였으면, 한다고.

경신 하지만 내일도 마시잖아요

원 내일은 내일의 모레가 있잖아

창완 그러니까 기다리는 거겠지. 그러니까 그게 희망이 되는거고. 내가 그것도 알아. 술 깨는 방법도 안다니까. 뭔지알아? 막심하게 후회하는 일이야. 그게 술 깨는 유일한 방법이야. 그렇지 않고는 해장이 안돼.

경신 아직 막심하게 후회해보신 적이 없으세요?

창완 매일 후회하지.

경신 그런데 매일 드시잖아요.

원 모레가 있으니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분 좋았던일이 최근에 있었나요?

창완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언니(그는 아내를 이렇게 부릅니다)에게 책을 읽어줬어. '존재가 실재에 선행한다', 설계도면이 먼저 있는게 아니잖아, 그 이야기를 언니에게 읽어줬어. 그랬더니 막 행복해해. 거기 철학적으로 복잡한 이야기들이 쭉 있는데, 나중에 깔깔깔 웃더니,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걸 어떻게 알아', 그러더라고. 그말도 즐거웠고 유쾌했어.

엊그제는 일하다가 늦게끝나서 '방앗간 들렀다갈게'그랬어. 그러래. 그래서 난 여기서 술 왕창 마시고 올라갔잖아. 그런데 비디오 안 빌려왔냐고 그래. 안 빌려왔다고 하니까 아까 방앗간 들렀다 온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래. 언니 방앗간은 비디오가게고, 내 방앗간은 술집이고.

경신 아니 결혼한지 그렇게 오래되셨는데 그 코드가 안 맞아요?

창완 코드가 맞는것도 끔찍하지. 올해는 진짜 그런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요즘 영어해야 한다고 난리잖아. 일견 타당한 이야기인데, 여행을 다니는,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재앙같은 이야기야. 우리가 만약 모두 똑같은 말을 쓴다면, 어디를 가도 의사소통이 다 된다고 치면? 왜 미국이고 왜 파키스탄이고 왜 인도야. 말이 안통하는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사람을 풍요롭게 만들어? 어디가든 그쪽말을 다 알아듣는다, 그러면 가겠어? 안 가. 두려워서 여행을 못 떠난다고 하지? 말이 안 통하니까? 정작 그 사람을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옮기는 가장 큰힘은 '모른다'라는거야. 다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입는다면 뭐하러 차비 들여서 가? 올해는 진짜 못 알아듣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 개인도 그래. 부부가 생각하는 방앗간이 서로 다른다는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몰라. 다 알면 뭔 재미야. 모르니까 술 마시면서 인터뷰하면서 어쩌고저쩌고 하지. 우리 그렇게 위로합시다.

경신 더 많이알면 더 많이 사랑할수도 있잖아요

창완 아아, 그건 지금 그나마 있는 사랑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야. 그건 내가 장담한다. 다 알고 사랑하자고? 사랑 안해본 사람임에 틀림없구만. 알면 더 사랑한다니?

 

 

 

'지금'이 아름답지 않아?

 

경신 이제 세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모두 돌아가면서 대답하는 거예요. 첫 번째 질문,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것은?

창완 나한테?

경신 예, 본인한테.

창완 나를 숨기는 것. 나를 나로부터 숨기는 것. 나를 타인으로부터 숨기는 것. 결국은 거짓말하는 것.

경신 저는 진짜 어려운게요, 와인잔 닦는 거예요 집에 와인잔이 있는데, 아무리 닦아도 반짝반짝해 지지가 않아요.

창완 좋아. 내가 닦는법을 가르쳐줄게. 와인잔에 뜨거운 김을 확 쐬었다가 들어올리면, 김이 마르잖아. 그러면 깨끗해져. 물방울들 때문에 생긴 얼룩에 김을 쐬어주면, 순식간에 온도가 올라가서 기화가 되잖아. 그런거래. 이제 고민이 덜어졌나?

경신 네.

원 그런데 형이나 내가 듣기에는 상당히 거북한 이야기다. 떨떠름하다.

창완 그렇다. 상당히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웃음)술이나 먹고 콱 죽어버려야겠다.

원 그런게 인생에서 제일 큰 고민이라니…

창완 그래. 너는 잔 깨끗이 안 닦이는것 때문에 고민해줘라, 제발.

원 야, 형은 정말 배려가 깊다. 그런게 고민이라면 얼마나 행복하겠어. 난 취하도록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게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어.

창완 힘든 일이지.

원 형이 제일 고상해요. 두 번째 질문은 네가 먼저답해.

경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노래부르는 거예요.

창완 음. 제일 재미있는 거? 따지고 보니가 너무많아.

원 비관주의자가 재미있는일이 많다니.

창완 언니가 새로산 빨간차를 보는 것. 골프 연습할때 스위트 스폿에 맞는소리. 좋지? 술 마실때, 서빙하는 친구가 못된 손님 만나서 난처해할때, 내가 지나가다가 윙크하면, 재밌지. 그리고 우리집에 매일 술 취해서 가는데, 개가 맨날 담을 넘어올듯이 짖어. 나를 막 경멸스럽게 바라보면서. 완전 쇼라는거 내가 다 알거든. 담을 넘어올것 같으면서 한번도 안 넘어왔어. 그러면 내가 약을올려. 너무 재밌어.

원 난 사진 찍는거. 너무 재밌어. 평생 재밌어. 한 번도 싫증난 적이 없어. 뻑하면 꺼내들고 찍잖아.

창완 난 그렇게 평생 재밌는거… 아 , 연주하는거. 이번에도 연주하니까 그렇게 좋더라. 그날도 3차까지 마셨잖아.

경신 그럼 세 번째 질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은 무엇인가요?

창완 가장 아름다운 것? 난 듣자마자 생각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건 '지금'이야. 그건 부정 못 한다.

원 와, 졌다. 항복. 더 좋은 답을 찾기가 어렵다.

창완 나도 개념은 있는 사람이야. 어려운 질문 하니까 더듬었지. 이제 녹음기 좀 꺼봐.

 

녹음기가 꺼진 후,

나는 어려운 질문을 한데대한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김창완이 특별 제조한 기묘한 술을 마셔야했다.

결국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이라는 전제가 붙은 질문은 너무 어려우니까, 앞으로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혹은 '세상에서 세번째로'라는 전제를 사용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술을마시며, 술 때문에 괴롭지않을 모레를 꿈꾸었다.

그런데 선생님, 모레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오늘 술을 마셔야 하는 건가요?

 

PAPER 2003년 1월, '순대국집의 완전한 물고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