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드라마 어워즈 미술감독상 <궁> 민언옥

김소연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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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드라마 어워즈 미술감독상 <궁> 민언옥


책 읽지 마!

‘닥치는 대로 읽는다’는 어느 인터뷰에서의 말처럼 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하다. 평소 흥미 있던 고고학 관련 서적은 기본이고 어릴 적부터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준(?) 만화책부터 서너 개의 잡지까지 그야말로 ‘내키는 대로’ ‘잡히는 대로’ 읽는다. 편애하는 소재도 없다. 종영 후에도 수 차례 다시 본 미국 드라마 < Taken>, 만화 처럼 미스터리나 공상과학 SF물도 좋아하고 을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듯 순정물도 즐긴다. 그리고 까지, 사람들이 ‘역시 민언옥’을 최고의 미술감독으로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꼼꼼한 디테일과 빼어난 색감 등은 이런 내공 덕분인 듯하다.


“학생 때는 책을 ‘읽지 말라고’ 해서 더 읽었다. 어릴 때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니까. 또 초등학생 때는 운 좋게도 손만 뻗으면 만화책을 볼 수 있어서 아동에겐 허락되지 않은 것도 많이 봤다. 만화 주인공을 그리기도 했는데, 친구들이 그거 받으려고 줄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은 유년 시절에 담아둔 순정의 감성을 일깨웠고 덕분에 힘들 수도 있었지만 신나게 작업했다.”


변화는 항상 저항에 부딪힌다

‘대한민국 황실’이 가상의 설정인 만큼 황실의 세트와 의상 및 소품 등도 선례가 없었다. 지난 역사를 고증할 수 있는 사극과는 또 얘기가 달라지는 게 이런 점이다. 민 감독은 기존 드라마에 없던 만큼 의 공간을 만들어내기가 쉽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원작 만화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현대에 존재하는 황실이라면 구현해보고 싶던 점도 있었고…. 무엇보다 도식화돼 있던 드라마 세트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내 마음대로 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없던 것을 만들어가는 기쁨이랄까, 물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변화는 항상 저항에 부딪힌다. 민 감독이 원작 만화에 담긴 것에 자신의 인문학적, 미학적 지식을 녹여내 새로운 것을 시도했을 때 사람들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렸다. “못하겠다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사람이 그렇다. 없는 걸 하는 게 아니고 그냥 다른 걸 해보는 건데, 그러니까 가던 길 말고, 잠깐 옆으로 눈을 돌려 옆길로도 가보자는 건데도, 다들 불안해했다.”

 

저항에 부딪혔을 때 민 감독은 직접 뛰었다. 영화처럼 프로덕션 디자이너 개념이 처음 도입된 이기도 했지만,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망설일 때 그는 함께 움직였다. 몸으로도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실천한 것.

“‘벽지는 어떤 분위기로 가는 게 좋겠고, 그건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런 느낌이 안 난다면 이 소품은 직접 만들자’ 등 행동으로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다들 ‘어렵다, 안 된다, 외국 가서 구해야 한다’고 하니까 나 스스로 해보면서 체크하는 거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할 때는 직원들 다 간 뒤에 다시 사무실에 가서 색감 고르고, 잡지에서 이미지 찾고 그랬다. 그때는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낫겠지. 한 번 해봤으니까.”

서울 드라마 어워즈 미술감독상 <궁> 민언옥


 

그가 에서 담당한 프로덕션 디자인은 기존의 미술감독보다는 상위 개념이다. 단순히 드라마 세트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의상, 소품, 촬영 후 카메라에 담길 느낌까지 전체를 총괄한다. 즉,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이미지를 관장하는 것이 민언옥 미술감독의 역할이었고, 을 본 많은 시청자가 그 화려한 영상미를 채운 세트와 의상의 완벽함에 감탄했다. 캐스팅 논란으로 날선 안티 팬도, 신인 연기자의 어색한 연기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모두 의 화려한 영상에는 토 달지 않았다. 그렇기에 민 감독의 이번 ‘서울 드라마 어워즈’의 미술감독상 수상은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그는 한사코 공을 황인뢰 감독에게 돌린다. “정말 빈말이 아니라, 의 영상이 아름다웠던 것은 황인뢰 감독님이 잘 찍어주셨으니까 그런 거다. 다들 ‘어렵다’고 할 때, 황 감독님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그냥 가지 뭐’라며 콘셉트를 재현할 수 있는 든든한 원군 노릇을 해주셨다.”

 

MBC를 빛내다

알려진 대로 한때 MBC인이기도 했던 민 감독은 MBC 밖에서는 영화 쪽 일을 주로 했다. “확실히 영화와 드라마 쪽 사람들은 다르다. 영화는 좀더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드라마가 가족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워낙 그런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좋아서, 당분간 영화에만 전념해야지 했었는데 황 감독님이 ‘해볼래?’ 하셔서 감독님께 묻어간다고 했다. 감독님이 워낙 가족적으로 편하게 일하시는 스타일이라.”


에 참여했을 땐 남편이 “이제야 당신한테 맞는 걸 찾았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런 장르와 색을 좋아했기에 의 새색시 빨강 같은 원색과 밝고 명랑한 색을 써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는 민 감독. 그러나 TV와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기에 본인이 쓰고 싶은 색보다는 대중이 원할 법한 색과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영화도 그렇지만 특히 드라마는 대중보다 ‘조금’ 앞서서 트렌드를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앞서가는 것도, 흐름에 뒤처지는 것도 문제다.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리드하는 것,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질문 인터뷰를 했었는데 단순한 감상 차원을 넘어서 전문적인 것까지 질문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MBC 밖에 나오니 언제든 훌쩍 여행갈 수 있는 자유도 있어 좋지만 어떤 일을 결정한 후에 그 책임이 온전히 자기 몫으로 남는 게 어려운 점이라는 민 감독, 그러나 그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MBC의 이름을 계속 빛내고 있다(민 감독의 대외 인터뷰에는 항상 MBC 출신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 홍보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