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女들, 내 맘대로 산다 <발칙한 여자들>

김소연200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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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女들, 내 맘대로 산다 <발칙한 여자들>

알 수 없는 인생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나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어색하죠/ 정말 몰라보게 변했네요…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테죠/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죠”


이문세가 부른 의 주제곡, ‘알 수 없는 인생’이 인기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알 수 없는 인생’에 허를 찔린다는 점에서 주제곡 선정은 탁월했다. 석(정웅인 분)은 이혼으로 ‘영원히 안녕’일 줄 알았던 전처 미주(유호정)의 귀환 후 연일 아내 은영(임지은)과 미주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복수의 칼을 갈며 와신상담했던 미주는 연하남 루키(이기우)의 등장으로 벼려둔 칼로 애먼 무만 자르는 중이다. 우아한 척, 고상한 척, 그러면서도 식모인지 며느리인지 모를 호된 시집살이 중인 상미(사강)는 남편이 게이일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 불륜 행각만 추적 중이다. 이 외에도 석과 미주의 관계를 눈치 채지 못하고 ‘내 가정의 행복’ 지키기에 여념 없는 은영, 백억년(정준하)의 돈과 루키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 길 몰라 방황하는 다림(오주은)도 ‘알 수 없는 인생’의 좌표 위에 있긴 매한가지.

 

은 그런 불확실한 인생에서 ‘한 번쯤은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여자들과 그들 앞에서 남성 속물 근성의 바닥을 보이며 무너지는 남자들의 ‘유쾌한 한 판 소극(笑劇)’이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왜 비교하십니까?

이런 이유로 드라마 제작발표회부터 곧잘 나온 미국 ABC의 과의 비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궁색하기까지 하다. 혹자는 의 스토리 배경인 이혼 및 외도 설정, 캐릭터의 모호함과 장르의 모호함을 지적한다. 이혼 및 외도가 대한민국 드라마 소재의 거의 80-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

 

발칙女들, 내 맘대로 산다 <발칙한 여자들>


 

다양한 이유 때문에 결혼 생활에 위기를 맞고 있는 속 인물과 사랑과 조건의 선택, 불륜과 결혼, 이혼 등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부터 30대 중·후반 여성에게 일어날 법한 일들을 ‘내 인생은 시트콤’처럼 엮어내는 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적 스펙트럼 자체가 다르다. 이런 이유로 상미를 브리(결벽에 가까울 정도의 완벽한 살림 솜씨가 특기)와 비교하며 그가 가정을 지켜내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해석도 영 어색하다. 상미는 가정을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랑받고 싶은 아내의 당연한(?) 마음을 표현할 뿐이다.

인물을 조여오는 위기가 개인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외부의 어떤 것이기도 한 과 달리 은 캐릭터가 갖고 있는 특징과 사연들이 충돌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이거 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 아닌가요?”(신동규[SDK1203] )라는 시청자 의견은 그래서 나올 수 있다.


인생은 시트콤

은 지난 27일 13.3%(TNS미디어코리아)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드라마가 회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에는 적재적소에 흐르며 장면의 활기를 더하는 O.S.T의 사용과 시트콤을 연상케 하는 인물의 속물 근성이 이야기 전개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 시청률의 일등 공신은 미주의 십 년 복수 칼날에 휘둘리는 전 남편 정석의 ‘행각’이다. 그는 아내 몰래 빼돌린 비자금 통장과 내역을 기록한 수첩을 미주에게 뺏기고 뺏는 과정에서 성형외과라는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쪼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자기는 가질 수 없고, 남(루키) 주긴 아까운 못된 심보 발동, 미주와 루키가 함께 있는 게 못마땅해 미주네 두꺼비 집을 내리고 돌을 던져 창을 깨는 유치한 행동도 불사한다. 이뿐인가? 미주를 초대해놓고 그의 접시에만 변비약을 뿌리고선 통쾌해한다. 의 팬들이 봤다면 ‘완전 초딩 석!’이라 부를 법하다.(의 팬들은 초반 나약한 주몽의 모습을 ‘초딩’에 비유하며 희화화했다)

발칙女들, 내 맘대로 산다 <발칙한 여자들>


 

그러나 드라마 제목은 , 미주는 석이 변기 뒤에 숨겨둔 비자금 통장을 되찾고, 뒤늦게 자기 꾀에 자신이 걸렸음을 알게 된 석은 단말마 같은 절규 끝에 “닥터 송이 물 안 내렸어”밖에는 말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지만 언제나 무모한 도전에 그치는 상미의 행동, 자신의 속물성을 알면서도 끝내 ‘사랑’이라는 진심은 외면하지 못한 채 고민하는 다림의 이중 생활을 보고 있자면 “역시 인생은 시트콤”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여자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상상과 그 상상의 재연인 . 드라마 속 발칙女들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여자”다. 남들처럼 이혼해도 ‘쿨’하게 보내주면 좋겠지만 미주는 ‘날 버린 그놈’에 대한 들끓는 분노로 ‘복수’를 실행하고, 석이 좋아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불륜을 극복, 결혼을 감행한 은영은 그래서 더 자기 가정을 애틋하게 지켜낸다. 냉기 도는 남편이어도, 사랑하니까 그 옆에 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미, 사랑은 하지만 또 조건도 무시 못하고, 조건도 조건이지만 그래도 사랑도 중요하니까 갈등하는 다림 등 이야기 속 인물들은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에게 먼저 묻고, 행동하는 ‘솔직한’ 여자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표정이나 대화가 현실감이 느껴지고 억지 웃음이 아닌 재미를 느낀다(이성무 [MULDER123456])” “닥터쏭 더욱더 분발하시어 석을 뽀사버려주세요(정지현[JJH98])”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이야기를 현실로 드러나게 드라마를 만들어서 재미를 주시니 두 번의 재미를 느낍니다. 저도 이걸 보면서 남자들은 알 수가 없으니 송미주의 행동에 대리 만족하게 되네요(윤신아[SINA80])”라며 응원한다. 

그녀들이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처럼, 드라마를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는 것도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한 편의 시트콤 같은 인생사를 펼쳐놓는 속 인물들의 한 판 난장에 당신의 주말을 맡겨보는 건 어떨지.


글 | 홍보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