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학연수 악몽의 5개월....

김영종200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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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어학연수 악몽의 5개월....▲낮은 교육수준과 열악한 시설환경은 필리핀 어학연수의 가장 큰 문제다(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영어권이면서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각광받는 필리핀 어학연수. 실제로 필리핀 현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만 줄잡아 백여 개가 넘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를 맞아 일부 현지 어학원들이 벌이는 ‘단기영어캠프’는 불법인 경우가 대부분. 비자 목적 위반 등으로 필리핀 이민청에 체포, 구금되는 등 낭패를 보는 어학 연수생이 있는가 하면, 열악한 교실 환경과 비위생적인 생활로 끔찍한 연수 생활을 보내고 왔다는 연수생들도 적지 않다. 본지에서는 필리핀 어학연수의 실태에 대해 총 점검해 보았다.

팔뚝만한 쥐로부터 라면 지키느라 뜬 눈으로 밤샘

대학4학년 졸업반인 김영선(25세 사당동)씨. 2년 전,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영어 연수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그녀는 아쉬운 데로 저렴한 필리핀 어학연수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필리핀에서 영어 기본기를 다진 다음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시간을 더 투자해서 다른 나라로 떠나는 연계연수 또한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필리핀에 있는 5개월 동안, 도저히 다른 나라로 연수를 떠날 용기를 잃고 말았다. 건강 또한 말이 아니었다. 5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올 무렵, 김씨의 몸무게는 떠나기 전보다 8kg가량 줄어 있었다.

김씨에게 필리핀에서의 5개월은 끔찍했던 경험이다. 그는 다시 영어연수를 계획한다면 필리핀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김씨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쥐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숙소를 돌아다녔다”며 “다른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온 귀한 음식까지 다 먹어치우는 데는 두 손 두발을 다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필리핀 어학연수 악몽의 5개월....

한국에서 운영하는 하숙집은 그나마 위생환경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2평 남짓한 1인 실의 경우, 결코 캐나다나 미국의 홈 스테이보다 좋은 시설이 아닌데도 값은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

상대적으로 어학원에서 연결해 준 기숙사보다 시설이 좋기 때문에 가격이 급상승해온 것. 싼 곳은 35만에서부터 비싼 곳은 60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필리핀 날씨에, 에어컨이 있는 숙소를 가기 위해서는 5~6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래서 김씨는 밥에서 검은 개미를 매번 찾아내야 했고, 팔뚝만한 쥐로부터 한국에서 공수해 온 라면을 지키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만 했다.

김씨는 “교실에서는 그나마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었지만, 전력공급 상태도 좋지 않아서 종종 정전이 일어났다. 수업 도중 강사와 학생이 교실 밖으로 피신하거나 지속될 때는 휴교도 자주 발생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고 그 빈도도 심각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열대성 기후는 알게 모르게 원활한 연수생활을 방해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씨는 한국에서도 잘 걸리지 않던 감기에 자주 걸렸다. 일단 한번 걸리면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두통도 심한 지독한 감기였다.

인증 받은 어학원 30%미만

☆필리핀 어학연수 악몽의 5개월....

현재 필리핀에는 3백개가 넘는 영어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개의 경우 한국인이 소유하거나 지분을 참여하고 있으며, 그 학생들 역시 거의 대부분이 한국인들이다. 그러나 필리핀 국가로부터 인증 받은 시설은 30%도 넘지 않는다. 자연히 낮은 수준의 교육 커리큘럼과 낙후된 시설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방학 시즌이 시작되면 그나마 열악한 기숙사가 모두 차버려, 4인용이었던 기숙사가 5~6인 실이 되기도 하고 가끔 중학생들까지 혼숙을 종용하기도 했다”며 “방학 때 수 백 명씩 몰려드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짝 특수를 노리고 생겨나는 불법 어학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학생들을 1-2평짜리 칸막이 속에 몰아넣고
하루 4시간 이상 주입식 영어공부 시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그것은 아직 후진국이라 할 수 있는 필리핀에서 경찰과 민간인간에 불법 뇌물 수수가 흔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마닐라 지역에서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학원 관계자는 “단속 나온 필리핀 관리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라며 “벌금을 무는 것보다 뇌물을 먹이는 것이 오히려 싸고, 어학원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불법이 아닌, 당연한 절차라고 느껴질 뿐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어학원 한 관계자는 “필리핀 대부분 지역은 아직도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곳이 많기 때문에 어학원 또한 불법이 자행되기 제일 쉬울 것”이라며 “한국인 연수생도 어학원의 실수로 인한 보상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필리핀을 겨냥하여 어학원 사업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자본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커리큘럼이나 학원 시설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충분한 자본으로 어학원 사업을 시작한다면 캐나다나 영국으로 가지, 필리핀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저예산을 들인 인테리어는 최초 학원을 방문했을 때 시각적인 거부감마저 들게 할 때도 있으며 각 교실에 방음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집중적인 수업진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는 또 “각 파트별 전문 스탭 편성이 미비하여 학생 관리와 교육시스템 개발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물론, 지속적인 발전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선진문화에 익숙해져있는 우리들의 시각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자본 부족한 설립, 불안한 출발

또 싼 가격에 대비, 일대일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필리핀 연수의 장점으로 꼽히지만,  한정돼 있는 교실에 학생 수만 계속해서 늘어나, 학생들이 받는 고통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하나의 문제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20개씩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천 등으로 칸막이를 대신, 교실을 급조하기도 하고, 학생 기숙사나 심하게는 러브호텔 등의 비교육 시설을 급히 대여하기도 한다.

교실은 생각지도 않고, 방학 때만 되면 몰려드는 한국학생들을 무조건 ‘받고’보는 태도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김씨는 허가받은 비교적 비싼 학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을 1-2평짜리 칸막이 속에 몰아넣고 하루 4시간 이상 주입식 영어공부를 시키는데, 초등학생들 대부분이 견디기 힘들어 몸을 비트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타 영어권국가의 경우에는 시설이나 교육프로그램 등의 차이에 따라서 학비의 격차가 천차만별이며 같은 도시에서 학비가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나 필리핀의 경우 학비가 거의 동등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필리핀이 어학연수로서는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 자연히 필리핀 및 필리핀학교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없을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필리핀 체재기간이 2-3개월 정도로 학교를 평가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도 필리핀 연수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다.

방학 때 수백 명씩 몰려드는 한국학생 대상
…반짝 특수 노리는 불법 어학원 우후죽순

실제로,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필리핀 어학원 평가는 대부분 필리핀 현지 어학원의 홍보에 의한 것일 경우가 많았으며 자사 어학원이 있는 지역을 최고의 지역, 그 외의 지역은 낙후된 곳으로 비방만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ax905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필리핀에서 저렴한 교육비로 굉장히 실력이 많이 늘었다”며 “고가의 비용 때문에 선진국에서 하기 힘든 골프, 스쿠버 다이빙 등의 여가 활동 및 문화 체험 등을 필리핀에서는 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기재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글에 홍보된 ‘B캠프’라는 어학원 또한, “필리핀에서 인가를 정식으로 받았는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인터넷에 필리핀 어학원에 대한 질문을 올리고, 상담을 제시해 놓은 전화번호로 문의를 시도하자, 어학원 관계자는 교실은 언제나 넉넉하다며 무조건 떠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일대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필리핀 유학이 요즘 대세”라며 “대학 수준 기숙사에서 머물며, 환상적인 싼 가격으로 고급 휴양 시설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일요일에는 농장 가서 견학도 할 수 있는 세부 지역이 최고”라며 자신의 어학원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정식 허가기관 확인, SSP 발급

필리핀 어학연수에 대해서는 필리핀 현지 교민조차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에서 5년 동안 거주했다는 한 교민은 “아직 많은 지역에서 총기를 사용하고 있고, 치안도 여전히 불안하다”며 “아이들끼리 필리핀에 보내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여름만 되면 모든 한국 어학원들이 불법 외부 교실과 강사 구하기에 바쁘다”면서 “그렇게 구해지는 강사들은 강사 자격증 따위는 필요도 없다. 영어만 잘한다 뿐이지, 그 사람들의 배경에 대해서는 알 길도 없고, 알려고 하는 어학원도 없다”고 밝혔다. 또, “현지 사정을 모르는 경우 바가지를 쓰거나, 강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바꿀 수 없어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필리핀 영어 강사들이 한국강사들보다 영어는 더 잘할지 몰라도, 교과서나 방식이 낙후되어 있고 절대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보인다”며 “정식 강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초 중학생일 경우, 1평 남짓 꽉 막힌 공간에서 또래 없이 개인 강사로부터 주입되는 교육이 창의력을 일으키는데 절대적인 방해를 일으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영어 교육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필리핀 어학연수는 학년이 낮을수록 더욱 심사숙고 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경고한다. 꼭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면, 적법한 기관에서 실시하는 어학연수인지 확인해 하며, 공인된 교육기관이라 할지라도 모든 어학연수자는 반드시 필리핀 이민청이 발급하는 SSP(Special Study Permit 특별 공부 허가증)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