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는 이야기

딸셋엄마2006.07.07
조회1,104

남편에게는 두 딸이, 그리고 저에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현재 딸 셋과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딸들도 인정하는 어리광쟁이 남편과 아웅다웅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

벌써 그와 함께 세 번의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정말 순간적이였고 하나님의 안배였습니다.

 

그의 초딩 어린시절부터 청년기까지는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살아계시지만 각자의 삶을 사시게 되었고 그러한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사회의 시선은 너무도 차갑고 냉랭하였다고 합니다. 성장한 후에 친어머님을 만나기는 했지만 대면대면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십대중반에 가까이에서 남편을 잘 따르고 좋아해줬던 두 딸아이의 친모와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초반에는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는데 사위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장모와 많은 트러블이 생기면서 결국 몇 년간 극으로 치우치다 장모와 아이들 친모의 주장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도 필요없고 자기한테 맡기면 고아원에 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하여서 아이들에게 상처까지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아이들도 친모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이혼후 교통사고도 나서 다리에 대수술까지 받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컴퓨터를 통해서 좋은 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재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두번째 사람은 성격도 좋고 화끈하며 대인관계도 좋은 사람이였답니다. 그런데 변변한 직업도 없는 사람이였는데 집안에 있는 것을 못견뎌 하였답니다. 그래서 경리학원을 보내어 기술을 습득하게 하고 인맥이 있던 회계사 사무실에서 경험을 습득하게 한 후에 친분이 있던 사람의 인맥을 통하여 규모가 큰 상가의 사무실에 취직을 시켜주었답니다. 그런데 워낙 술을 좋아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던 성품이라 주위에서 인기는 많았지만 늘 회식에 술에 취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것이 다반사였답니다. 그로인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아이들은 늘 밤 늦게까지 거리를 헤매며  지각에 학교생활도 엉망이였답니다.

둘째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여서 부모님 호출이 있었으나 부모가 올수 없게 되자 큰아이가 언니라는 이유로 선생님께 불려가서 동생 좀 잘 돌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일기를 제가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툼이 잦아졌고 다시는 안그러겠다 하면서도 두번째 사람은 술과 회식을 자제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두번째 사람은 자신이 전남편과 헤어지면서 놓고 온 두 아이들이 보고싶다면서 그 아이들과 살겠다며 헤어질 것을 요구했답니다. 아이들이 보고파서 그랬는가보다 하고 데리고 오라했지만 데려오지 않고 짐을 싸서 나가버렸답니다. 그리고 몇달 후 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그녀는 두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은 채 남편이 소개해준 직장을 여전히 다니며 주위 동료들과 어울리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저는 딸아이의 친아빠가 직장동료와 바람을 피워 이혼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너무도 따뜻하게 위로해 주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 슬펐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와 둘이 살면서 정말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얻고 싶어서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다가 만난 사람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그도 절망감에서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을 아내로 맞고 싶다고 기도했답니다. 우연히 모임에서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 두사람의 생각이 너무도 일치했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단발적인 모임이려니 하고 마음에 두지 않으려 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그사람과 쪽지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신앙인으로 여러 인터넷 모임과 채팅을 해봤었지만 진실하게 하나님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특정 신앙사이트가 아닌곳에서 말입니다.

 

사적인 대화라기 보다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제가 기도했던 많은 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였습니다. 그 역시 그랬답니다.

그 이후로 우리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와졌고 조건을 보지 않은 채 만난지 한달이 안되어서 양가 어른들의 상견례로 이어졌고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하면서 결혼식을 대신했습니다. 어른들의 축복에 참 감사했지요

 

남편의 사랑은 참 뜨거웠습니다. 제가 보고파서 회사에서 늘 발을 동동 거리더군요 ^^;

거의 반년 가까이 못난 제 얼굴에 뭐라도 발라놓은 거 처럼 뚫어져라 쳐다보아서 얼굴을 빨갛게 만들어 놓곤 했습니다. 어딜가나 데리고 다니려 애를 쓰고 어린아이처럼 사랑(?) 달라고 늘 졸라댔습니다.

둘다 눈에 뭔가 씌였습니다.

결혼 초에 순대집에 갔는데 주인이 들어오는 저희에게 남매냐고 물어봐서 부부인데요... 했더니 코가 닮았다면서 분위기가 너무 닮았답니다 ^^;

 

남편은 지금도 늘 둘이서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투덜거립니다.

휴우~

저희도 여느 재혼부부처럼 삼년을 살아오면서 아이들 문제로 참 많이도 다퉜습니다.

두사람 사이는 정말 좋았지만 아이들로 인해서 많이 아프고 힘들어 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좋아져서 이제는 한 혈육같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참 감사할 따름이죠 ^^

 

처음 같이 살게 되면서 두 아이들이 좀 산만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큰아이가 5학년, 둘째아이가 2학년때 만났습니다. 특히 둘째가 많이 산만하여 학교에서 선생님의 호출을 받곤 하였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없고 너무 산만하고 준비물도 전혀 안해온다고 합니다.

꼬박꼬박 가방정리를 확인하고 알림장을 확인하고 숙제를 확인하고 준비물을 확인해줬는데도

아이는 정리 의식이 너무도 희박해서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제아이가 막내인데 둘만 있게 되면 동생을 꾸짖고 단소로 때리기도 했답니다. 제아이가 울면서 언니가 비밀로 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을때는 정말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습니다. 그때는 둘째아이가 너무도 미웠습니다.

 

아이들 아빠는 화가나면 엄하게 매로 아이들을 다스렸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매를 안대는 스타일입니다. 둘째 아이가 얼마나 정이 고프고 그리웠는지는 그 아이의 행동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막내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라도 해줄까봐 그러는지 늘 감시합니다. 막내와 내가 둘만 있기라도 하면 놀라서 뛰어옵니다. 늘 레이다를 켜고 있습니다. 시시콜콜 막내에게 간섭하고 꼬투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잘보이려고 이것저것 최선을 다해서 노력 합니다.

한편으로는 얄밉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노력해서 가방정리도 제가 일일이 가방속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이제 제법 합니다.

학용품도 엄청 잃어버리고 찾지도 않는 성품이였는데 3년을 거치면서 이제 챙기려고 나름 노력하는게 보입니다. 필통도 잘 잃어버리고 연필도 다 잃어버리고 빈손으로 다니던 아이가 제가 필통 확인한다고 하면 이제 다 있다고 떳떳하게 웃으면서 당당히 말합니다 ^^

참 싹싹하고 활기찬 아이입니다. 얼굴도 예쁘고 달리기도 엄청 잘 뛰며 그림도 잘 그립니다.^^

 

큰 아이... 휴우~ 정말 엄청 싸웠습니다. 둘째아이의 문제는 새발의 피였습니다.

5학년때부터 이성에 눈을 떠서 자기 말로는 8다리, 9다리까지 해봤답니다. ㅠ.ㅠ

제가 부재중일때 동네 남학생들이 다 꼬여서 엄청 소란스럽게 히히덕 거리다가 3층에 사시던 할머니가 조용히들 하라고 했는데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소란스레 놀더라고 저에게 이야기가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낙서한 종이에는 맨 남자친구 이야기이고 키스에 포옹을 했다는 글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주위에 일진 중학생들이 널려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합니다. 큰아이가 너무도 걱정이 되어서 과감히 지방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와서도 이젠 생활의 습관 때문에 엄청 다퉜습니다. 큰아이와 둘째아이는 마치 개와 고양이 같습니다. 엄청 싸우고 때리고 울고 합니다.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입니다. 언니는 힘으로 동생을 제압하고 동생은 언니의 약점을 잡고 마구 대듭니다. 정말 어른이 있어도 소용없고 지겨울 정도 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서로 으르렁 거리지만 이제 많이 안정되고 거침없이 내뱉던 욕설도 제가 강하게 제압하여 이제 거의 내뱉지 않습니다. 욕설을 했다가는 저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으니까요

 

큰아이는 둘째가 얄미워서 그런지 막내인 제 딸을 많이 이뻐합니다. 저는 둘째보다도 사고뭉치였던 큰 아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막내는 큰언니가 위해주니 마냥 좋기만 한 모양입니다.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큰아이는 천성이 낙천적이고 상당히 게으릅니다. 손하나 까딱하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뭔가를 시키면 언제나 행동에 옮기는 것은 동생들입니다. 그로인해 저는 속앓이를 참 많이 했습니다.

 

지난해 큰아이가 휘갈겨 놓은 낙서에 가족에 대한 온갖 심한 욕설이 담긴 것을 읽고 제가 친구집으로 일박 가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감정적으로 큰아이가 도저히 용서가 안되었습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있는가하고 신세한탄을 엄청 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기가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곳 게시판에 신세가 고단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한풀이로 적고도 싶었지만 언제나 넘쳐나는 신세한탄들에 한몫을 더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늘 불행했다기보다 좋았던 적이 또한 많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러저런일을 겪으면서 서로들에게 적응하며 맞춰가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남편이 저에게 어리광을 부리는데 저도 이젠 지쳤다고 알아서 고깃살을 발라 먹으라고 화를 냈습니다. 언제나 제가 생선이든 닭고기이든 고기살을 발라주길 바라는 남편의 심보가 왠지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시녀하기 싫다고 알아서 직접 발라 먹으라고 했습니다.

남편도 삐치고 저도 삐치고... 풀리지 않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남편이 팔베개를 해주며 그럽니다. "당신은 내가 밉지?" 그래서  "응, 미워~" 라고 하자   "그런데 나는 당신이 미운데 왜 이렇게 예쁠까? 이거 병인가봐..."   허허...

정말  신기한 사람입니다. ㅠ.ㅠ

 

어제는 큰아이 중학교에 학부모시험관으로 다녀왔습니다. 큰아이가 좋아합니다. 선생님도 제가 지난 시험때도 학부모시험관으로 다녀가자 학교생활에 더욱 활기를 띄고 더 밝아졌다고 합니다.

큰아이는 요즘 엄마 사랑해를 노래처럼 부르고 다닙니다.

왠만하면 더 노력하려고 애쓰는 것이 보입니다. 동생 구박하던 것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남편보다도 서로 속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

둘째아이도 엄마말을 잘 듣습니다. 어제 본 시험이 엄마가 교과서를 열심히 읽혔던 데에서 많이 나왔다고 쉬웠다면서 좋아합니다. ^^

막내도 큰언니랑 둘째언니랑 잘 지냅니다. 차분한 성격이라 그리고 내 아이라 그런지 실수 안할거야 하고 엄청 믿고 있었는데 두언니처럼 3학년이 되니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고합니다. ㅠ.ㅠ

가슴에는 응어리가 지고 아픔으로 다가왔지만 그 일로 인해서 가족간에 단합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막내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걱정하고 뛰어준 남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니들이 있었습니다.

저 혼자 끙끙 앓던 것이 가족들에게 아이의 약점으로 작용할까봐 무서워했는데 그 일로 인해서 가족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합니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새벽에 둘이서만 살면 좋겠다고 여전히 말하는 남편에게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있는 것이 왁자지껄 시끄럽고 여러가지 일로 재미있어서 더 좋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남편과 단둘이서만 살면 뭔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렇죠?)

저는 아이들과 하나로 뭉그러져서 서로 어울려가는 이 모양새가 참 좋기만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삼년이라는 세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뭉그러져 가는 세월이 있겠지요.

 

저는 제 셋 딸을 사랑합니다. 너무도 사랑합니다.

모든 재혼하신 님들도 가족들과 더불어 한데 뭉그러지며 오래 오래 행복하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