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있는 사랑을 하자

cooolblue200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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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김승우, 장진영 주연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봤다.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영화가 참 괜찮다'라는 생각을 했다. 주요 줄거리는 줏대없는 남자 김승우가 연애는 술집 마담인 장진영과 하고 결혼은 다른 참한 아가씨와 한다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인데, 장진영을 잊지 못하고 시골의 단란주점으로 찾아간 김승우가 역시 김승우를 잊지 못해서 괴로워 하는 장진영과 마주치며 영화는 끝난다.

 어떤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한다. 뭐가 다른지는 나 역시 '연애'는 해 봤지만, '결혼'은 못 해본 사람으로서 모르지만 하여튼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방송을 봐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소위 착해보이고 참하다고 불리는 여자들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분류가 되고, 섹시하고 이쁘기만한 여자는 연애하고 싶은 여자에 분류가 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결혼은 연애의 연장선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애를 하다가 그게 발전이 되면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연애시절의 '그분'이 결혼해서 같이 사는 '그분'인 것이다.

 그저께는 퇴근을 해서 집에 오는 길에-나의 퇴근길에는 대학교가 있어서 젊은 연인들을 자주 만난다.- 어떤 커플을 보았는데, 헤어질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싸우는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시끄러웠다. 처음엔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 같아서 가서 말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잠시 지켜보니 때리는 것은 아니고 남자가 좀 심하게 여자를 밀쳐내는 중이였다. 여자는 남자의 힘에 의해서 밀려나도 계속 남자의 가슴팍에 달려들어 포옹을 하는데, 남자는 내가 예전에 보았던 CF속의 한 장면 '가, 가란 말이야-여기서는 낙엽을 여자한테 마구 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럼 여자를 밀쳐냈다. 남자가 '난 이젠 더 이상 네가 알던 내가 아니란 말이야'라고 크게 소리치며 여자를 때리듯이 밀어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여자는 남자의 가슴팍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신파극을 보는 것처럼 괜시리 나도 눈물이 찔끔났다.

 어제는 퇴근을 해서 집에 오는데 내 앞쪽에서 땅만 바라보며 터벅터벅 길을 걷는 어떤 여자를 보았는데, 하도 땅만 바라보며 걷기에 '바닥 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하며 나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던 중 한 남자를 발견하였는데, 여자와 꽤나 거리를 두고 걷고 있기에 이 여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이 남자가 은근슬쩍 뒤쪽을 의식하며 걷고 있는 것 같기에 속으로 '커플이구만, 근데 싸웠구만, 그래서 떨어져서 걷는 구만, 남자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손만 뻗으면 다시 나란히 걷겠구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을 앞질러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내 앞에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있다.

 사랑은 줏대있게 했으면 좋겠다.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면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이 내 사랑이 아니라면 과감히 떠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를 밀쳐내던 남자가 정말 여자를 떠나고 싶다면 밀쳐내지 말고 뒤돌아서 가버리면 더 간단하고, 여자와 떨어져서 걷더 남자는 여자를 떠나고 싶다면 그냥 뒤돌아보지 말고 가버려야 한다.

 소위 아무말 없이 떠나는 그 사람을 보고 '잠수탄다'는 표현을 쓴다. 떠날땐 잠수타지 말고 떠난다고 하고 확실하게 떠나고, 떠난 후에는 지나간 미련을 툭툭 건드리지도 말자. 영화속의 김승우처럼 줏대없는 사랑을 하면 상처받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