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거냐고요?

최용일200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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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땜하려고 시아비지 묘를 파헤치는 며느리


15일 전남 장수경찰서에서는 아주 싸가지 없는 후레자식들이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남의 묘지를 함부로 파헤쳐 휘발성 물질을 뿌려 화장하고 다른 곳에 매장하여 「장사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는 한 여성과 그 자녀들의 엽기적 행각에 대해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거냐고요?

 

남의 무덤을 파헤친 이 여성이 철부지 어린애는 아니었다. 76세나 된 세상물정을 알만큼 알만한 연세였고, 무슨 치매가 있다거나 정신병 증세가 있었다는 내용은 기사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도굴꾼인가 생각해봤는데 76세 여인이 도굴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또는 여우병에 걸려 시체를 파헤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파헤친 무덤이 새로 만들어진 무덤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철천지 원수의 무덤을 파헤쳐 복수하려는 깊은 뜻이??


그리고 더 이상 야릇한 것은 그 범인의 진술이었다. “액땜하려 시아버님 묘를 파헤쳤는데 알고 보니 엉뚱한 집 부친의 유골”이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더 이상했다. 갈수록 이상해지는 게 원수진 남의 묘에 복수하려는 것도 아니고, 도굴하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시아버지 파헤친 것이라?


경찰에 따르면 정모 여인은 지난 2일 아침 8시 40분께 장수군 장수읍 한 야산에서 박모씨(42.장수군)의 부친 묘소를 파헤쳐 유골을 화장한 뒤 다른 곳에 이장했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아들 사업이 터덕거리는 등 집안일에 우환이 잇따르자 무속인을 찾았고, 이 같은 원인이 조상의 묘자리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정씨는 최근 윤달을 맞아 아들 임씨 등 일가족 6명을 이끌고 시아버지 묘소를 찾아 이장을 하는 과정에서 박씨 부친의 묘소를 자신의 시아버지 묘소로 착각, 이 같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시아버지의 묘소가 쓰여진 지 20년이 지난 데다 가족들마저도 묘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이 사건이 밝혀진 계기는 파헤쳐진 무덤 속 유골의 자식인 박씨가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가 봉분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하루아침에 부친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유골이 불태워지는 봉변을 당한 박씨가 더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은 이들 가족이 엽기적인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도가 불순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처벌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뒷 얘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남은 뿌리 깊은 미신의 잔재를 보게 되면서 미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원천적인 문제가 입맛을 씁쓰름하게 만든다. 잘되면 내 탓이요, 안되면 조상 탓이라고 하더니 먼 조상도 아니고 시아버지 묘를 20년도 안되어 잊어버리는 불효자, 그것도 식구 중 어느 하나도 할아버지 묫자리도 모르는 주제에 조상 묫자리 잘못 써서 일이 안 된다고 탓할 자격이 있는지, 묫자리와 후손의 길흉이 상관관계는 어찌 알고 있는지 그 엽기적이고 이기적인 조상 섬김 방식에 어이없을 따름이다. 

 

과연 이 여인과 가족들의 죄는 어리석음 뿐일까?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냐고 한다면 나라도 던지고 싶다. 바쁘기에 성묘 한번 못갔다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섬기지도 않았고 섬길 생각도 없었던 조상(먼 조상도 아닌 아버지요 할아버지)을 탓하며 무덤을 파헤치려다 다른 사람의 무덤을 파헤쳐 그 자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죄는 조상 섬김조차 이기적인 수단으로 희화시킨 반사회적, 반인륜적 작태에 대한 경종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