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한시산책 2

임열200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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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맑아지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한시

김용택 엮, 화니북스, 2003

 

 

`한가롭고 넉넉함 - 최기남

 

  내 몸 가리기엔 초가집 하나로도 넉넉하고

  샘물은 맑아서 먹기 좋구나

  어디서 새 우는지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소리 때때로 들려오네

  눕거나 일어나는 데 아무런 속박 없고

  진리에 맡겨 살다 보니 벼슬도 잊었네

  집 앞에 찾아노는 손님도 없으니

  한가롭게 지내느라 그윽한 뜻만 깊어가네

 

 

  * 하버드대를 나왔으나 부와 명예를 버리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 호숫가 '월든'으로 가서 자연의 삶을 살았던 소로우가 생각납니다. 모든 생계를 자연에서 얻었던 소로우나 우리의 옛 선비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사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거울 속 얼굴 - 박지원

 

  갑자기 생겨난 몇 가닥 흰 수염

  육 척 키는 작년과 다름이 없는데

  거울 속 얼굴은 해마다 달라지네

  그래도 어린 내 마음은 작년과 같네

 

 

`늦가을 - 이덕무

 

  작은 서재에 찾아온 가을날이 너무도 맑아

  손으로 갈포 두건 바로잡고 물소리를 듣네

  책상에 시편 있고 울타리엔 국화 피었으니

  사람들은 이 그윽한 멋을 도연명 같다 말하네

 

 

  * 문득,

  고향집에 가고 싶다.

  뒤란의 감나무야

  동구의 느티나무야

  앞산머리 굽은 소나무야

  강가의 바위들아

  나뭇짐 짊어지고 비탈길 내려오다 마시면

  배가 불뚝 올라오던

  큰골 골짜기 찬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