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이젠 더이상 믿지마세요

이수환200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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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긴해두 혈액형믿으시는분들 꼭 읽으세요. 이거읽구 혈액형얘기좀그만했음하네요.

 

 

 

 

 

 

 

 

 

 

 

 

내피를 원하십니까?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캐나다인 David Dion(26)씨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른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학생이 혈액형을 묻기에 굉장히 당황했다. 수혈을 원하는 급한 환자가 있는 걸로 착각하고 되물었다. “혹 내 피를 원하십니까?”

SBS 스페셜 팀이 지난 주 워싱턴의 한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 10명에게 혈액형을 물어봤는데, 자기 혈액형을 아는 사람은 3명이었다. 한 여성은 제왕절개 수술할 때 병원에서 알았고, 두 사람은 헌혈할 때 알았다고 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의 혈액은행 소장인 David F. Stroncek 박사는 혈액형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했을 때 거부반응이 일어난다는 것 이외에 혈액형의 다른 의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단 혈액형과 일부 질병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혈액형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이력서에 혈액형 기재란이 있는 나라도 우리와 일본뿐이다. 혈액형은 수혈할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한국인은 왜 그다지 혈액형에 관심이 많을까?

우선 ‘피’ 즉 혈연을 중시하는 전통을 생각할 수 있다. 혈액형은 유전되므로 혈액형에 단순히 수혈에 필요한 정보 이상의 그 무엇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 일본인들의 혈액형에 대한 관심은 세계에서 제일 높다. 
 
ⓒ2006 오기현
대인관계를 강조하는 동양의 전통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처음 대하는 사람의 고향, 출신학교, 가정환경 등에 관심이 많은 우리의 정서상 혈액형은 유용한 정보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혈액형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자료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뿐 아니라 대화를 풀어나가는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네 가지 혈액형의 분포가 비교적 균질하게 나타나는 것도 혈액형별 성격유형을 유행하게 하는 요인이다. A : B : O : AB형별 각국의 비율은 영국인 43.4 : 7.2 : 46.3 : 3.1 프랑스인 43.8 : 10.6 : 43.1 : 2.5 등으로 A형과 O형이 90% 정도이지만, 일본인 37.3 : 22.1 : 31.5 : 9.1 한국인 34 : 27 : 28 : 11로 네 가지 비율이 골고루 나타난다.

유럽인들은 대체로 A형과 O형 두 가지 비율이 압도적이어서 혈액형별 성격분류가 별 의미가 없지만, 동양인은 네 가지 혈액형의 비율이 고르게 나타나므로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분류하는 것의 의미가 있다. 또 적당히 꿰맞춰 이야기해도 맞을 확률이 1/3∼1/4나 된다. 그래서 사주나 점에 비해서 상당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남들이 다 믿으면 내 성격이 바뀐다

  
 
▲ 버넘효과 실험에 참석한 A,B,O,AB형 혈액형 학생과 시민 
 
ⓒ2006 오기현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심한 면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오’ 라고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 ‘당신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이 많아서 누가 부탁하면 거절 못하는 사람이다’는 평가에 대해 단호히 'NO'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반적인 성격특성을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버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점쟁이들이 얼렁뚱땅하는 말을 자신의 속을 꿰뚫어 보고하는 말이라 믿는 것이 그 경우이다. 성격에 관해서 혈액형 별로 모호하게 얘기해도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도 버넘효과 때문이다.

SBS 스페셜 취재진이 네 가지 혈액형의 사람 각 5명씩 20명에게 혈액형별 성격특성을 조사하는 것이라고 감추고, 실제로는 똑 같은 내용의 설문을 제시하여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지를 물어봤다. 그런데 혈액형과 상관없이 설문의 70% 정도를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답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인데도 자신의 특이한 성격을 묘사하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사회 전체가 혈액형별 성격분류를 믿게 되면 자신의 성격이 그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시 강서구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발표를 시켰더니 자신은 소심한 A형이어서 남들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한다고 했다. A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감수성 강한 한 학생의 성격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의 강사인 사카모토씨는 혈액형과 성격과의 관계가 나이에 따라 변화하는지 조사했다. 그런데 B형의 사람이 B형성격의 특성을 알게 되면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B형처럼 되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액형별 성격분류를 믿는 사회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다.

배우자 선택에도 혈액형은 기준

  
 
▲ 혈액형성격론 반대론자인 오무라 마사오(80)교수 
 
ⓒ2006 오기현
일본의 심리학자 ‘오무라 마사오’교수가 한 여자대학 1학년의 심리학 강좌시간에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하면서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성이 없다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 그리고 학기말에 질문을 해 보니까 “나는 아직도 혈액형별 성격분류를 믿는다”고 대답한 학생이 344명 중 168명(48.9%)이나 되었다.

이렇듯 혈액형별 성격분류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일본 하마마츠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다카다 박사는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혈액형에 대한 신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중매를 신청하는 미혼여성 중에서 특정 혈액형은 제외시켜달라는 비율이 20∼30%에 달한다. 주로 B형이지만 AB형을 피하는 여성도 가끔 있다.

그러나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단순히 재미로 또 상대방과의 대화를 열어나가는 자료로 활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종, 외모, 성별과 같이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그 무엇으로 인간의 성격이나 능력을 결정짓는 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인종, 외모, 성별에 이어 혈액형이라는 또 하나의 유사과학이 우리사회의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과학의 시대에 비과학적인 사고가 확산될 경우 우리 사회가 입게 될 불이익과 후유증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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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오기현 기자는 SBS 스페셜 담당 PD이다. 8월 20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혈액형의 진실> 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취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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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의 'B형 차별'에 맞서 공연활동중인 'B형 센세이션' 
 
ⓒ2006 오기현
7월 30일 밤 10시 홍익대학교 앞의 한 지하음악실. 비좁은 공간에서 의대생 다섯명이 공연 준비에 열중이다. 한창 의학서적을 뒤져야 할 이들이 키보드를 맞추며 연주연습을 하는 이유는 그들 그룹의 이름에서 알 수 있다.

'B형 센세이션'. 우리 사회의 황당한 'B형 죽이기' 현상에 분노하다가, B형도 섬세한 예술적 기질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창단했다. 이미 고정관념이 되어버린 혈액형 편견에 역부족을 느끼지만, 사회적 불의에 대항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혈액형을 마케팅에 활용해 재미를 보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 의류업체 '더 걸스'는 혈액형별 코디법을 마케팅에 도입했다. 주로 20~30대 여성 중심으로 고객 층이 형성되어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사는 서미옥(46)씨는 인테리어 가게를 하다가 최근 죽 전문점을 열었다.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성격의 A형은 죽 전문점이 더 어울린다는 창업컨설팅회사의 권고에 따라 업종 변경을 한 것. 결과적으로 적성에도 맞았고 수입도 늘었다.

네티즌의 절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혈액형 물어본다

  
 
▲ 온라인 쇼핑업체 '더 걸스'는 혈액형 코디로 매출을 20% 늘렸다. 
 
ⓒ2006 오기현
이렇듯 혈액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혈액형별 성격분류'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거나 단순히 재미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혈액형이 인간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일종의 '성격결정론'이 확산되고 또, 이 그릇된 믿음이 특정 혈액형에 대한 차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BSi가 지난 7월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남녀 네티즌 152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 응답자의 50.9%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혈액형을 물어본다고 대답했다. 혈액형이 여전히 상대방을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좋아하는 혈액형은 O형(남 55.5%·여 43.2%)이었고, 싫어하는 혈액형은 B형(남 38.1%·여 31.9%)이었다. 단 여성은 AB형(32.5%)도 싫어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대로 정말 A형은 침착·소심하고, B형은 쾌활·제멋대로며, O형은 포용성·우유부단하고, AB형은 현실적·괴팍한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팀이 지난해 남녀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혈액형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대상이었지만 혈액형과 성격간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최근 부부 280쌍을 조사했는데 부부간의 행복과 혈액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혈액형이 부부간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혈액형과 성격]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제멋대로... 진짜?

그렇다면 혈액형과 성격간에 생물학적인 관련성은 있을까?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먼저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가 발견되어야 한다. 성격 유전자가 존재해야 혈액형 유전자와의 관련성이 입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는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게다가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물학적인 요인은 무수히 많다. 키가 큰가 작은가, 피부빛깔이 검은가 흰가, 왼손잡인가 아닌가, 눈이 큰가 작은가….

따라서, 설사 먼 미래에 성격유전자가 발견되고 그것이 혈액형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성격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혈액형은 수많은 성격결정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격은 유전적인 영향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에 하나 혈액형에 의해 성격이 선천적으로 결정되더라도 나중에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다. 결국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되더라도 영향력이 아주 적은 한 가지 요인에 불과할 것이다.

[혈액형과 직업] 정치인과 운동선수 중에는 O형이 많다?

1983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지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1만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혈액형과 사회·경제적인 지위의 관련성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상류층일수록 A형이 많고 O형이 적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통계 처리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흐지부지해졌지만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에 혈액형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 결정된다는 내용이 실린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었다.

  
 
▲ '혈액형의 믿음'은 근거가 전혀없다는 일본 다카다 아키가즈 교수의 저서 
 
ⓒ2006 오기현
혈액형이 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결정하고 직업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혈액형 성격학을 창시한 일본의 노미 마사히코는 예를 들어 O형에 정치인이 많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역대총리 55대 이시바시 단잔으로부터 87대 고이즈미 준이치로까지의 혈액형 중 O형으로 밝혀진 사람은 8명이고, A형은 3명, B형은 1명이라는 것이다. 또 1978년 당시 일본 중의원 중 O형이 35%로 일본인의 O형 평균치 31.5%보다 약간 많았다.


 기사수정 
 
 
애초 우리나라 역대대통령들의 혈액형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O형, 노태우 전 대통령이 A형으로 보도했으나 사실과 다르다는 독자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에 확인한 결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혈액형은 B형, 노태우 전 대통령은 AB형으로 확인 됐기에 바로 잡습니다. / 편집부  
 
 
 
미국의 33대 트루먼 대통령부터 43대 부시 대통령까지의 혈액형 가운데에도 O형이 7명으로 가장 많고 A형 3명, AB형 1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현직 대통령 중에는 O형이 3명(이승만·윤보선·노무현), A형(박정희·최규하·김대중)이 3명, B형(전두환)은 1명, AB형(노태우·김영삼)은 2명이다.

그러나 2005년 일본의 중의원은 A형(36%)이 O형(26%)보다 월등히 많았다. 우리나라의 현직 국회의원 295명 중에서도 A형(35%)로 가장 많고, O형(29%)은 2위이다. 만약 기초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까지 확인해 보면 또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노미 마사히코씨는 운동선수는 O형 혈액형이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K리그 축구선수 510명 중 O형이 177명으로 가장 많고 A형이 138명, B형이 124명, AB형이 45명이다. 그러나 독일월드컵 대표선수 중에는 O형은 7명이고 A형이 9명이다. 대학선수나 중·고등학교 등록선수까지 조사해 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

결국 혈액형과 직업과의 관계는 통계의 기준이나 범위에 따라서 들쭉날쭉 이지만 대체로 그 나라의 혈액형분포도(우리나라의 경우 A형 34%·O형 28%·B형 27%·AB형 11%)와 일치한다.

일본 하마마츠대학 명예교수인 다카다 아키가츠(71)교수는 표본집단이 적은 경우 우연히 특정 혈액형에 특정직업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표본집단이 많아지면 일반적인 혈액형분포도와 일치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의 범위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형에 관해 다양한 통계가 증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자주 통계조사와 해석의 오류가 비과학을 과학으로 만드는 마술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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