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테크:: 김제지평선으로의 가을여행

이강200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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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테크:: 김제지평선으로의 가을여행

하늘과 땅이 맞닿는 김제 지평선  하늘과 땅, 사람이 비로소 하나다


 풍요의 땅, 넘실거리는 황금들녘을 기대하고 떠나는 길. 하지만 애시당초 황금의 들판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직
도 벼는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을 게 뻔하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노을이 물든 황금빛 들판을 짐작하며 길을 달린다.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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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물결 치는 들녘을 지키는 허수아비


 

 석양이다. 연 이틀 맑은 하늘이었지만 언제고 또 날이 흐려질지도 모를 거란 조바심에 투명한 아침의 햇귀를 재차 확인하고서야 짐을 꾸렸다. 노을에 물들기 시작할 때쯤 그 들녘으로 들어서면 때깔 나는 햇발이 그나마 황금의들녘을 그려낼지도 모른다. 서해고속도로를 달려 서김제 나들목을 빠져 나와 무작정 지는 해를 등에 지고 논둑길을 따라 걷는다. 한참을 걸어도 누렇게 익은 들판은 눈에 띄지 않는다. 투박한 인심이라도 지닌 촌부의 인기척은 없는지, 마을 어귀와 길을 따라가며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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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 입구. 입구에 큼지막한 좆바우(남근석, 입석)가 빈마을 풍경에 우뚝하니 서 있다. 둘둘 새끼를 말아 놓았는데 그 모냥이 꽤나 걸판지다. 분명 정월 보름쯤에 마을 사람들이 장가를 보낸 것일 게다. 해마나 정월이면 동리 아낙들이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바우에 새끼를 감아 짝을 빌어주며 풍년을 기원한다. 그래야 마을에 양기가 돌고 풍년이 들거라 흡족해 했다. 그래야만 맘이 넉넉해지는 까닭이었다. 그래 아낙들은 저고리 앞섬으로 비죽비죽 웃음이 터지지만 그 걸죽한 행사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낸 온 터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사를 치루었다. 믿을 게 그거 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게 내내 조심스러운 까닭이기도 했고, 하늘이 내내 무섭고 두렵기만한 농투성이들의 조바심이었다. 그래 한해 동안의 무사를 기원하고 정성을 다 했더랬다. 바우를 바라며 다시 손을 모아 본다. 이 들녘에서 나쁜 액운은 멀리 날아가고 풍요의 복이 찾아오도록.

 

허수아비를 찾아 나서다

 

석양 무렵의 들판에 인기척은 없다. 급기야는 허우대가 멀쩡한 허수아비를 찾아보기로 마음을 바꾼다. 이 땅에서 과연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고 저 너른 들판에 두 팔 벌린 위풍당당한 허수아비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만나면 그간의 고생을 애써 물을 참이다. 좀 더 길어진 그림자를 동무 삼아 연신 볕이 내리쬐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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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곁의 허수아비 또한 가을풍경에 아름답다


어차피 작정하고 걷기로 나선 길이고, 평지니 만큼 그닥 힘이 부칠 게 없다. 하늘하늘 바람결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향기를 들이마시기도 하고, 길 곁에서 머리결이 헝클어지고 얼굴이 얽어버린 시절지난 여름 해바라기에게 허수아비의 행방을 물어 볼 심산이다. 이 땅을 대대로 지키던 허수아비를 소원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들길을 또 걷는다. 오랜 전부터 이 땅에 일가를 이루고 살아왔던 허수아비의 자손을 만나러 갈 것이라 작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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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 관망대에서 바라본 드넓은 들판 

 

지평선(地平線). 막히는 것 없이 탁 트여서 하늘과 땅 사이에 막대 자를 대고 금을 그어놓은 듯하다. 땅은 하늘과 일직선으로 맞닿아 있다. 보이는 것은 오직 들판뿐이다. 걸어도 걸어도 제 자리 걸음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아마도 여름 한 낮이라면 현지증으로 쓰러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지럼증이 난다. 지평선에서 점점이 다가오는 커
다란 허수아비를 만난다. 들녘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촌부의 파랑 자전거가 반갑다. 

 

이제 풍년가를 부르리라


종일 기분 좋은 해를 맞을 심사다. 날라리 날라리 날라리야. 어디선가 날라리 날라리 날라리 소리가 논둑길을 앞장서 가며 투명한 가을 하늘에 신명을 울린다. 며칠 사이로 높아진 가을색 완연한 하늘과 그 하늘과 맞닿은 땅. 이 땅은 그늘이 없는 땅이다. 마치 거대한 바둑판 모냥 판을 짜놓은 들녘은 네모반듯하다. 가고 가도 끝이 없는 들판. 어머니 품속만큼 넓디넓은 들녘. 어디서 신명나는 들놀음 한 판이라도 벌어지면 좋으련만. 논을 가르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몇몇 아낙들이 해를 맞으며 나락을 널어 말리고 있는 참이다. 품앗이를 나온 아낙들은 오랜만의 햇볕으로 신명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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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를 나온 아낙네들이 정겹다

 

누가 들노래를 선창하면 아무나 서슴없이 노랫말을 받을 셈이다. 들녘에선 굽이굽이 넘어가는 들노래가 흘러나오고, 구성진 소리 한 대목으로 들녘에 굽이친다. 질펀한 가락이 이 들녘에 풍요롭게 어울릴 판이다. 황금들판 바라며 풍년을 기다리던 농심이 이제사 신명이 난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물결 속에 가을의 풍요를 기다리는 농부가 지평선 끝에 서서 한없이 펼쳐지는 대평원을 품에 안듯이 바라본다. 황토빛 촌부의 얼굴에 투박한 너털웃음이 비로소 터진다. 그저 저 들판에 몸뚱아리를 부비고, 메마른 가슴을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고집스럽게 살았다. 비로소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하다. 이제야 지평선에 사람이 제대로 어울린다. 땅은 하늘을 바라고 하늘은 땅을 품는다. 그 맞닿은 자리에 사람이 있다. 비로소 동구 밖으로 신명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제 저 들판에 풍년가가 드높다. 

 

투어테크:: 김제지평선으로의 가을여행 길라잡이


서해안고속국도를 타고 달리다 서김제 나들목에서 29번국도 만경방향으로 갈아탄다. 711번과 702번 군도를 번갈아 타고 가다. 들녘 아무데고 찾아가면 된다. 광활한 평야를 지나다 보면 길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리 걱정할 게 못된다. 돌고 돌다보면 그 자리다.  대중교통은 고속버스는 서울 → 김제 (소요시간 : 2시간 50분), KTX 서울 → 김제 (소요시간 : 1시간 9분)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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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치 아래로 바다를 바다보고 자리한 망해사

 

또 진봉면 방향 702번 도로를 이용하여 망해사와 그리 멀지 않은 심포항을 둘러볼 수 있다.

망해사 관망대에 서면 멀리 드넓은 들판의 어우러짐이 따뜻한 기운을 북돋운다. 망해사 절 마당에서는 심포항과 멀리 군산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일몰로 이름난 심포항의 풍경

 

또 심포항에서 싱싱한 회를 먹으며 잔잔한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일몰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 농경문화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자료가 전시돼 있는 ‘벽골제수리민속유물전시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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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김제지평선축제

 9월 20일부터 9월 24일까지 전북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를 중심으로 김제시 일원에서 열립니다.   문의 : 김제시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 063-540-3948 (Fax. 063-544-7855 )  홈페이지  www.egimj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