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 - 말하지 말았어야

박정현2006.09.19
조회1,395
그남자 그여자  - 말하지 말았어야

 He Story ~♥ 

 

저마다 역할이 있는 거겠죠.

불을 켜는 사람이 있으면, 끄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는 쓰는데

가끔씩은 서운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녀가 지금처럼 강아지 흰둥이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예전 남자 친구가 선물한 거래요.

우리가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녀가 이야기해 줬죠.

 

그 사람이 유학 가면서 허전할 테니까 키우라며 줬다는데

그게 이별 선물이 된 셈이라고.

 

그녀랑 늘 같이 있는 흰둥이에게

그런 역사가 있다는 게 뭐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뭐라고 말할 순 없잔아요.

강아지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솔직히 그런 이유 때문에

난 오히려 흰둥이한테 더 잘해 줬죠.

 

가게에 갈 때마다 개껌이나, 개비스켓을 사다 준 것도 나였고,

흰둥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다 싶으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간 것도 나였고,

흰둥이가 제일 잘 따르는 사람도 바로 난데..

 

 그런데 가끔 그녀가 흰둥이를 저런 눈으로

 바라볼 때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그녀에게 흰둥이는 예전 그 사람이 남긴 선물인 걸까?'

 

흰둥이의 까만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She Story ~♥ 

 

흰둥이를 예전 남자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고

그에게 말했거든요.

 

그게 가끔 후회될 때가 있어요.

'말하지 말걸..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텐데..'

 

강아지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흰둥이에게 잘하려고 애쓰는 걸 볼 때마다

난 어쩔 수 없이 미안함을 느끼죠.

 

지금 흰둥이는 그냥 내가 키우는 강아지일 뿐인데

괜히 지난 일에 마음을 쓰게 한 것 같아서..

 

어쩌면 나 혼자 생각일지도 몰라요.

그 사람은 벌써 그 이야기를 다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죠.

 

솔직히..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죠..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잊어버리겠어요.

 

가끔 지금처럼

그 사람이

흰둥이를, 아니 흰둥이를 안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게 느껴질 때면

난 소용도 없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처음부터 내가 만난 사람이 이 사람이었다면,

 그리고 사람에게 흰둥이를 선물 받았다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