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한국시리즈 명승부

김성진200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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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한국시리즈 명승부

▲9일 잠실구장 7차전. 또 하루의 휴식. 9일 최종 7차전을 기다리는 최동원과 김일융. 3승씩을 챙긴 사람들. 최동원은 어깨가 무거웠고 김일융은 마음이 무거웠다. 때마침 방한중이던 미국 LA 다저스 피터 오말리 구단주의 부인 애니트의 시구로 막을 열고 보니 최동원은 구위가 말이 아니었다. 이틀 전 필사의 기백으로 공을 던지던 때와는 투구내용이 판이했다. 삼성은 2회말 1사만루의 찬스에서 배대웅의 내야 땅볼과 송일수(宋一秀)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선취했다. 롯데는 3회초 김재상의 중전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삼성은 6회말 오대석이 최동원을 좌월 솔로홈런으로 두들겨 4­1을 만들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롯데는 7회초 중전안타로 나간 유두열(柳斗烈)을 한문연(韓文挻)이 우월 3루타로 불러들이고 한은 정영기의 우전적시타로 생환, 4­3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이 득점은 한국야구사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가 되는 대역전극을 낳는 전주곡이었다. 이 무렵부터 김일융은 팔을 제대로 치켜들지도 못할 만큼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그를 그대로 마운드에 세워두었다. 이렇게 긴박감에 찌들린 상황을 타개해낼 투수는 삼성 김영덕 감독의 머리 속에는 따로 떠오르지 않았다. 운명의 8회초. 롯데는 1사후 김용희와 김용철이 연속 중전안타로 1·3루에 포진하면서 김일융을 괴롭혔다. 김일융은 연방 덕아웃을 쳐다보며 SOS를 쳤다. 그러나 김영덕은 이를 외면했다. 타석에는 유두열. 전광판에 새겨진 그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20타수2안타. 겨우 1할이었다. 그러나 그가 힘껏 끌어당긴 김일융의 제3구는 커다란 아치를 그리며 훨훨 날아가 좌측 스탠드 중단에 떨어졌다. 3점홈런. 스코어는 당장 6­-4로 뒤집혔다. 김영덕은 그제서야 황규봉으로 마운드를 교체했지만 이미 승부는 물건너가고난 다음이었다. 삼성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로 최동원을 압박, 8회 1사3루, 9회 2사3루의 기회를 잡으면서 집요하게 재역전을 노렸지만 최동원은 시리즈 1차전에서 삼진으로 제1아웃의 제물로 삼았던 장태수를 제7차전 제27아웃을 삼진으로 장식하는 상대로 삼으면서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롯데의 품에 안겼다. 삼성은 우승이라는 지상목표를 위해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파트너를 골랐으나 이 시리즈를 놓친 원인이 바로 그 져주기에 있었다고 반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