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처럼 부드러운 그러나 강철처럼 강인한 ②

이성도2006.09.21
조회41

2006 년 5 월 20일 새벽 ..꿈에 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보였다.

육 여사가 강물에서 손수건을 빨고 계셨는데 물이 벌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때 박 대통령께서 밑에서 위로 밑에서 위로 하고 소리치면서 산에서 황급히 뛰어 내려 오시는 게 아닌가 불길했다.

 

이 날 오후 7 시 반 쯤 서울 신촌 현대 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단상으로 오르려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중년 남성으로 부터 피습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지충호란 자가 문구용 칼로 박 대표의 오른쪽 뺨을 그었고, 박 대표는 깊은 상처를 입고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눈 앞이 아득했다.

꿈 속에서 박 대통령 내외분이 알려 주시려 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구나 싶었다. 그렇잖아도 박 대표의 부모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모두 총탄으로 숨졌는데, 박 대표마저 이런 불행을 당하나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사건을 전해들은 국민들 모두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정초에 꾼 꿈에 웬 거지 차림의 남자가 제사를 지내러 간다며 나물 반찬등을 싸가지고 어디론가 가려던 박 의원을 아는체하며 손을 만지려 했고, 박 의원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선물까지 쥐어주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꿈이 이 날 사건과 무슨 상관 관계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민주 사회에서 괴한의 피습으로 야당 대표가 테러를 당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졋다는 것 보다 박 대표의 태도였다.

 

경찰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했으나, 야당 대표란 이유로 유세장 질서와 경비에 소홀했고, 박 대표 역시 별다른 경호 요원없이 유세장을 돌며 지원 유세를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박 대표는 칼날이 조금만 더 살 속으로 파고 들었더라면 생명을 잃어버릴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 침착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피습 당한 후 자기 스스로 상처를 감싼 채 지혈하며 병원으로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응급실까지 걸어가는  등 보통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경우라면 생각할 수 없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대표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오히려 " 저 때문에 놀라셨죠" 하며 미안해 하고 위로하기까지 했다.

 

수술대에 오르면서도 자신보다는 한나라당 선거 전략에 차질이 빛어질까 걱정 하면서, 그 사건을 정치 쟁점화 하는 등 오버하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응급실에 누워 선거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를 가장 많이 걱정했다. 부모님이 흉탄에 돌아 가셨는데.....수술땐 부모님 생각도 났다" 고 했다.

 

수술 후에는 당시 치열한 경쟁으로 승부를 점치기 어려웠던 대전 등을 먼저 챙기는 등 당 대표로서의 책임을 먼저 보여 주었다.  수술 후 뒤따르기 마련인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지만, 회복이 늦어진다며 복용하지 않고 고통을 온 몸으로 견뎌내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고 한다.

 

살신 성인의 정신이 저런 것이구나 싶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당 대표로서의 역활에 최선을 다한 덕분에 한나라당은 5.31 지방 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완벽한 야당 승리라는 값진 승리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당시 박 대표의 상상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모습을 지켜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 올랐다.

 

같은 불행을 자식이 공유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도 했지만, 박 대표의 한 치 흐트러짐 없는 그 강인함의 뿌리에 대한 강한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1974 년 8 월 15 일 서울 장충동 국립 극장에서 광복 29 주년 경축 기념식이 열렸다. 그 날 북한의 지령을 받은 조총련 문세광의 저격으로 육 영수 여사가 숨을 거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경축사를 읽고 있었고, 문세광은 단상앞으로 달려 오면서 총질을 해댔다. 박 대통령을 향해 발사했던 총탄은 방탄 연설대에 박혔고, 대통령은 몸을 연설대 밑으로 숙여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귀빈석에 앉아 있던 정일권 국회의장 민복기 대법원장 양태식 서울 시장 안춘생 광복회장 등 은 총소리에 놀라 머러를 숙이거나 의자뒤로 숨기도 하는 등 모두들 혼비백산 상태였다.

 

심지어 육 여사의 경호를 책임져야 할 경호원마저 육여사 의자 뒤로 숨어 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육 여사는 한 치 흐트러짐 없이 꼿꼿이 자리를 지켰고, 문세광이 총탄이 그런 육 여사의 머리를 스치고 말았다. 벗겨진 고무신과 핸드백만 남겨놓고 여사는 그렇게 국민 곁을 떠나고 말았다.

 

 

부총리를 지내는 등 각료 생활을 하면서 청와대에서 육 여사를 누구보다 자주 만났던 장기영 전 국회의원은 육 여사가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던 1974 년 8 월 20 일 한국 일보에 이렇게 추도사를 쓰고 있다.

 

여기 책상위에 사진이 한장 있습니다. 이 것은 그 날의 단상의 사진입니다. 아마 저격 직 후의 광경인 듯 합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연설대 위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즉각 몸을 연설대 뒤로 피하신 것 같습니다.

단상의 모든 의자들은 다 비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앞으로 뛰어 나오고 있고 엉거주춤 서있는 분도 있습니다. 다만, 영부인만은 그 자리에 태연하게 의연하게 앉아 계신 모습입니다.  바로 이 때 제 3 탄이 영부인을 향하여 날아오고 있는 순간 같습니다.

 

이런 찰나에 몸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고 계신 모습이 여기 찍힌 것 입니다.

 

영부인의 이 위급한 순간의 모습이야 말로 평소 육 여사께서 어려울때는 몸소 화살이 날아오는 앞에 몸을 내세우고, 대통령 각하를 지키려던 그 정성이 그대로 나타나 있지 않나 이렇게 생삭돼 숙연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이영희 전 한국일보사 문화부장은 1975 년 국세 8 월호에 육 여사와의 추억을 그리며 그의 성품에 관해 이렇게 증언했다.

 

육 여사는 선천적으로 참을성 많은 총기를 타고난 임자였다.

어려서 쓰러진 노적가리 속에 파묻혔어도 여느 아이들 처럼 버둥대며 울지 않고 침착하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었다는 그 의 성품이 여성상으로 돋워진 것이 아닐까 호된 연마의 과정이 없으면 금강석인들 금강석일 수 있으랴 아무리 갈고 닦은 들 범상한 돌이 빛을 뿜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랬다.

육 여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청와대에 들어가지 전 가난한 군인의 아내로 살면서도 한번도 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천장에 물이 줄줄 해고 밥 해 먹을 부엌이 없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남의 대문을 두들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초라한 모습을 보이거나 불평 불만을 하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단칸방에서 생활하면서도 반드시 정갈하게 옷 매무새를 하고 구김살 없는 환한 얼굴로 가족들을 대했다.

 

그런 여사였기에 그 날 그렇게 총탄이 날아 다니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육 여사의 어머니 이경령 여사 또한 이웃에 인정을 베풀고

덕을 많이 쌓아 전쟁 와중에도 대지주란 이류로 가족들이 위험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또 남편의 뜻을 잘 받들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자식들에게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경령 여사의 품성과 태도가 그대로 육 전해졌고 박 대표 역시 그런 어머니와 할머니의 품성과 생활 태도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박 대통령 또한  이 날 문세광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고 또 사랑하는 아내가 총탄에 맞아 실려가는 와중에서도 마지막 연설을 다하는 의연함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또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져 마지막 순간을 맞은 순간에도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난 괜찮으니 너희들은 어서 피해,라며 자신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의연함과 강한 인내심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간애 자신의 안위보다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를 먼저 앞 세우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어머니 육 여사의 피가 박 대표의 몸 속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책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에서..........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