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꼬치와 붕어빵

윤영규2006.09.21
조회242
그남자 그여자...꼬치와 붕어빵

그 남자



바로 이 포장마차예요.
여기서 우리가 처음 만났죠.
처음 만남은 아주 짧았어요.

파가 둥둥 떠 있는 간장 그릇에
동시에 꼬치를 푹 찔러 넣다가
서로 눈이 딱 마주쳤거든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그 바로 옆에 있던
붕어빵 리어카에서 또 마주쳤던 거죠.

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건 운명이다 싶었죠.

뭐라고 말을 걸까,
심장은 혼자 춤을 추는데 말은 안 나오고,

근데 그 붕어빵 굽는 아저씨의
손길이 어찌나 빠르든지
이러다간 말 한마디 못해 보고
그냥 또 헤어지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시간을 쫌 끌어 보려고
붕어빵을 열 마리나 더 주문했죠.

그랬더니 그녀가 물어 보더라구요.
"붕어빵 좋아하시나 봐요?"
"예.."
그게 우리가 처음 나눈 대화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허무한 대화였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올해도 이렇게
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꼬치와 붕어빵과 그녀 덕분에 말이죠.


그 여자

처음 반한 건 그 때가 맞아요.
우리가 동시에 간장 종지 속으로
꼬치를 확 찔러 넣던 순간!

바로 그 때 그 사람의 작대기가
내 가슴에 들어왔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는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거랑 좀 달라요.

포장마차를 먼저 나선 그 사람을
내가 살금살금 미행했다는 건..
그 사람은 아직도 모르고 있거든요.
그리고 내가
어릴 때 붕어빵을 먹고 체한 뒤로는
절대 붕어빵을 먹지 않던 사람이라는 것두요.

지금은 물론 붕어빵을 사랑하죠.
그런데 국화빵, 땅콩빵, 황금 잉어빵은
아직도 별로예요~

음.. 이렇게 이 길을 걸으니까
그 때가 또 생각나네요.
우린 그 날 붕어 열 마리씩을 가슴에 품고
여기부터 저~ 골목길 끝까지를 함께 걸었죠.

그 날도 오늘처럼 참 추웠는데
난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차갑던 밤공기보다
붕어빵의 따뜻한 온기가
먼저 생각나곤 해요.

겨울은..
참 따뜻한 계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