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고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펴기 전에 엉뚱한 이야기를 먼저 좀 해야겠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우리나라 각 일간지의 문화면에는 수상자가 대서특필된다. 큼지막한 작가 사진을 앞세운 지면에는 프로필 · 작품 세계 수상작 등이 소개되는데, 그 나라 해당 장르 문학 전공 교수가 한 최고의 찬사까지 곁들여진다. 어느 한 국가나 언어권을 대상으로한 문학상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학을 대상으로 주는 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데다, 세계의 문호가 다수 이상을 받았으므로 그 권위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의 부러움은 신문기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국내 유수 문예지에서 작가 특집을마련하며, 수상자 발표 후 반드시 보름 이내에 번역서가 출간된다. 여러 출판사에서 앞을 다투어. 예년의 경우 장편소설의 초역이 1주일 이내에 이루어져 서점가에 깔리는 경우도 몇 차례나 있었다. 대학원생들이 한 부분씩 나누어 밤을 새우며 번역한 결과라고 하니 그작품을 크게 훼손한 행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근년에는 조금 덜하지만 전에는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누가 탈 만한가, 왜 아직도 우리는 타지 못하고 있는가, 타기 위해서는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이 기사로 만들어져 그 옆에실리곤 하였다.
나는 해마다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관한기사를 읽을 때마다 씁쓸한 감회에 사로잡히고 만다. 어느 나라의 누가, 무슨 작품으로 탔는가 하는 정도만 보도하면 그만일 것을, 이렇게 큰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1901년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뤼돔이 제1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래 이 상을 받은 동양인은 단 3명이다. 수상자가 없었던 해도 여러 번 있었지만 2명이 받은 해 또한 그 수가 비슷해 지금까지의 수상자 수는 총 96명이다. 이 가운데 동양권 작가로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겐자부로 세 사람이 전부다. 자국 문학의 해외 번역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온 일본이 단 2명의 수상자를 낸 것은 적은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이것이 무슨 세계문학상인가. 우리는 이 상을 왜 부러워하며, 왜 이렇게 난리법석을 치는가 . 중국 및 대만 작가가 단 1명도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고, 미국 한 나라가 10명이 넘는 수상자를 낸 데 견주어 제3세계권 작가를 다 합쳐야 겨우1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상을 받은 스웨덴 작가가 7명, 이웃 노르웨이 작가가3명인 것도 우스꽝스런 일이다.
노벨 문학상은 철저하게 서구인의 관점에서 주는 상이다. 또한 스웨덴의 관점에서 주는 상이다 우리가 그 상을 받은 작가를 높이 받들어 기사를 쓰고, 특집을 마련하고, 번역물을 쏟아놓는 것은 문화적 사대주의의 소산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땅에서 탄생한 문학 작품 가운데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작품에견주어도 못지 않다고 생각해온 것이 몇 개 있다. 그 가운데 소설에 국한시킨다면 나는 박경리의 『토지』, 김주영의 『객주』, 최명희의 『혼불』. 김원일의 『불의제전』을 꼽고 싶다. 모두 대하소설이다. 박상륭의 소설도 대단하지만, 독자와의 소통에 난점이 있으므로 일단은 유보하고 싶다.
2. 나와 『토지』와의 인연
박경리 선생의 는 1969년 8월부터 1994년 8월까지 만 25년에 걸쳐 씌어졌다. 구상의 기간까지 합치면 더 긴 세월 박경리 선생은 이 소설에 영혼과 육신을 바쳤으리라 그 기간의 고통은 본인이 아닌한 그 누군들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솔출판사·를 통해 5부 16권짜리로 완간을 본 것은 1994년 9월 5일이었다 솔출판사 사장 임우기 씨는 『토지』제5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완간 1주년과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무엇인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김영일) 씨와 교분이 두텁던 국악 작곡가 김영동 씨가 이 소문을 듣고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한 '서사음악극'으로 만들어무대에 올릴 야심을 품고서 임우기 씨를 부추겼다. 작가의 일임을 받아 임우기 씨는 대본 쓸 사람을 물색하였다 . 낙양의 지가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던 어느 소설가에게 대본을 의뢰하여 원고를 받았는데 그것을 갖고 작곡을 하기에는 난점이 있었던가 보았다. 임우기 씨는 대하소설 『토지』를 노랫말로 압축할 수 있는 사람은 시인이라고 판단하여 내게 한 번 써보겠느냐고 문의를 해왔다. 나는 임우기 씨를 문학과지성사에 갔다가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었을 뿐이어서 전화상
의 청탁은 천만 뜻밖이었다. 『사랑의 탐구』와 『박수를 찾아서』라는시집의 성격으로 보아 이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어 임우기 씨는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토지』의 제1부만을 읽은 상태였다.
나는 6개월 이내에 16권짜리 소설 완독은 물론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작곡이 가능한 서사시로 각색하는 일을 완수해야만 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읽고 메모하고 시로 압축하는 일을 하여 약속한 날짜에 원고를 넘겼다. 1시간 반 이내라는 공연 시간의 제약상 소설의제1, 2부만 갖고 각색을 했으나 16권 모두 밑줄을 쳐가며 읽지 않을수 없었다. 한 번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수정된 원고에는 다행히도 김영동 씨가 크게 만족하여 작곡에 들어갔고, 정확히 완간 1주년이되는 1995년 9월 5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김영동씨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립합창단이 중심이 되고, 서울중앙국악관현악단 · 청소년국악관현악단 · 서울시립가무단 · 서울 필하모닉 오페라 코러스까지 가세한 엄청난 규모의 서사음악극이었다.
공연 시작 전 박경리 선생은 내게 나이가 젊어 보이는데 그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했느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대답은 "우리 부모님세대의 이야기여서 잘 이해가 되었고, 제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였다.
3. 『토지』는 왜 우리 민족의 큰 자랑인가
박경리 선생 필생의 대작 『토지』는 경상남도 하동의 평사리에서 출발하여 한반도 전역과 북간도, 일본까지 품에 안는 거대한 토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토지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1897년 한가위부터 시작되어 광복의 날까지 이어지는 50년 세월을 시간적 배경으로 도도히 흘러가는 강에는 최서희 · 김길상 · 용이 · 봉순이 ·강청댁 · 월선이 · 윤씨부인 · 조준구 · 김두수 · 이동진 · 김훈장 · 이상현 · 강포수 · 귀녀‥‥‥ 그 수많은 등장인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눈물이 모이고 모여 수많은 물굽이를 만들며 흐른다 즉, 작품의 스케일에 있어서 『토지』는 1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현대문학의 결정판이다.
또한 가장 소중한 문화 유산인 우리말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충만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매권 권말의 어휘풀이는 사투리와 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뜨겁게 느끼게 하였다. 문학인이 우리말을 소홀히 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일 텐데 나를 끊임없이 반성케 하는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이 두 가지 외에도 1)구한말부터 일제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 2)당대 사회 풍속에 대한 치밀한 묘사, 3)우리 민족의 고유 신앙과 불교 등 우리 민족의 정신사적 측면에 대한 탐구, 4)생명의식 내지는 생명주의에 대한 천착, 5)몇 가지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통한 한에 대한 탁뭘한 해석, 6)인물 창조에 있어서의 독창성, 7)이야기의 재미와 치밀함, 8)민족을 이야기하면서도 국수주의에 빠지지 않는 세계관 등 『토지』가 지니고 있는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에 대한 연구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생략토록 한다.
나는 우리나라 작가 중 한사람이 노벨 문학상을 타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박경리 선생이 쓰신 『토지』의 진가를 모르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서구인들이 딱할 뿐이다. 『토지』를 읽지 않은 대학생은 대학생될 자격이 없다고 나는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박경리 토지
박경리[토지]/이승하(시인)
1 노벨 문학상 수상을 왜 부러워하는가
이 시대의 고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펴기 전에 엉뚱한 이야기를 먼저 좀 해야겠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우리나라 각 일간지의 문화면에는 수상자가 대서특필된다. 큼지막한 작가 사진을 앞세운 지면에는 프로필 · 작품 세계 수상작 등이 소개되는데, 그 나라 해당 장르 문학 전공 교수가 한 최고의 찬사까지 곁들여진다. 어느 한 국가나 언어권을 대상으로한 문학상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학을 대상으로 주는 상이라고 알려져 있고,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데다, 세계의 문호가 다수 이상을 받았으므로 그 권위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의 부러움은 신문기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수의 국내 유수 문예지에서 작가 특집을마련하며, 수상자 발표 후 반드시 보름 이내에 번역서가 출간된다. 여러 출판사에서 앞을 다투어. 예년의 경우 장편소설의 초역이 1주일 이내에 이루어져 서점가에 깔리는 경우도 몇 차례나 있었다. 대학원생들이 한 부분씩 나누어 밤을 새우며 번역한 결과라고 하니 그작품을 크게 훼손한 행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근년에는 조금 덜하지만 전에는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누가 탈 만한가, 왜 아직도 우리는 타지 못하고 있는가, 타기 위해서는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내용이 기사로 만들어져 그 옆에실리곤 하였다.
나는 해마다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관한기사를 읽을 때마다 씁쓸한 감회에 사로잡히고 만다. 어느 나라의 누가, 무슨 작품으로 탔는가 하는 정도만 보도하면 그만일 것을, 이렇게 큰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1901년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뤼돔이 제1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래 이 상을 받은 동양인은 단 3명이다. 수상자가 없었던 해도 여러 번 있었지만 2명이 받은 해 또한 그 수가 비슷해 지금까지의 수상자 수는 총 96명이다. 이 가운데 동양권 작가로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겐자부로 세 사람이 전부다. 자국 문학의 해외 번역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온 일본이 단 2명의 수상자를 낸 것은 적은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이것이 무슨 세계문학상인가. 우리는 이 상을 왜 부러워하며, 왜 이렇게 난리법석을 치는가 . 중국 및 대만 작가가 단 1명도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한심한 일이고, 미국 한 나라가 10명이 넘는 수상자를 낸 데 견주어 제3세계권 작가를 다 합쳐야 겨우10명 정도밖에 안 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상을 받은 스웨덴 작가가 7명, 이웃 노르웨이 작가가3명인 것도 우스꽝스런 일이다.
노벨 문학상은 철저하게 서구인의 관점에서 주는 상이다. 또한 스웨덴의 관점에서 주는 상이다 우리가 그 상을 받은 작가를 높이 받들어 기사를 쓰고, 특집을 마련하고, 번역물을 쏟아놓는 것은 문화적 사대주의의 소산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땅에서 탄생한 문학 작품 가운데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작품에견주어도 못지 않다고 생각해온 것이 몇 개 있다. 그 가운데 소설에 국한시킨다면 나는 박경리의 『토지』, 김주영의 『객주』, 최명희의 『혼불』. 김원일의 『불의제전』을 꼽고 싶다. 모두 대하소설이다. 박상륭의 소설도 대단하지만, 독자와의 소통에 난점이 있으므로 일단은 유보하고 싶다.
2. 나와 『토지』와의 인연
박경리 선생의 는 1969년 8월부터 1994년 8월까지 만 25년에 걸쳐 씌어졌다. 구상의 기간까지 합치면 더 긴 세월 박경리 선생은 이 소설에 영혼과 육신을 바쳤으리라 그 기간의 고통은 본인이 아닌한 그 누군들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솔출판사·를 통해 5부 16권짜리로 완간을 본 것은 1994년 9월 5일이었다 솔출판사 사장 임우기 씨는 『토지』제5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완간 1주년과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무엇인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가의 사위인 시인 김지하(김영일) 씨와 교분이 두텁던 국악 작곡가 김영동 씨가 이 소문을 듣고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한 '서사음악극'으로 만들어무대에 올릴 야심을 품고서 임우기 씨를 부추겼다. 작가의 일임을 받아 임우기 씨는 대본 쓸 사람을 물색하였다 . 낙양의 지가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던 어느 소설가에게 대본을 의뢰하여 원고를 받았는데 그것을 갖고 작곡을 하기에는 난점이 있었던가 보았다. 임우기 씨는 대하소설 『토지』를 노랫말로 압축할 수 있는 사람은 시인이라고 판단하여 내게 한 번 써보겠느냐고 문의를 해왔다. 나는 임우기 씨를 문학과지성사에 갔다가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었을 뿐이어서 전화상
의 청탁은 천만 뜻밖이었다. 『사랑의 탐구』와 『박수를 찾아서』라는시집의 성격으로 보아 이 작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어 임우기 씨는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도 『토지』의 제1부만을 읽은 상태였다.
나는 6개월 이내에 16권짜리 소설 완독은 물론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작곡이 가능한 서사시로 각색하는 일을 완수해야만 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읽고 메모하고 시로 압축하는 일을 하여 약속한 날짜에 원고를 넘겼다. 1시간 반 이내라는 공연 시간의 제약상 소설의제1, 2부만 갖고 각색을 했으나 16권 모두 밑줄을 쳐가며 읽지 않을수 없었다. 한 번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수정된 원고에는 다행히도 김영동 씨가 크게 만족하여 작곡에 들어갔고, 정확히 완간 1주년이되는 1995년 9월 5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김영동씨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과 서울시립합창단이 중심이 되고, 서울중앙국악관현악단 · 청소년국악관현악단 · 서울시립가무단 · 서울 필하모닉 오페라 코러스까지 가세한 엄청난 규모의 서사음악극이었다.
공연 시작 전 박경리 선생은 내게 나이가 젊어 보이는데 그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했느냐고 물어보셨다. 나의 대답은 "우리 부모님세대의 이야기여서 잘 이해가 되었고, 제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였다.
3. 『토지』는 왜 우리 민족의 큰 자랑인가
박경리 선생 필생의 대작 『토지』는 경상남도 하동의 평사리에서 출발하여 한반도 전역과 북간도, 일본까지 품에 안는 거대한 토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토지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 1897년 한가위부터 시작되어 광복의 날까지 이어지는 50년 세월을 시간적 배경으로 도도히 흘러가는 강에는 최서희 · 김길상 · 용이 · 봉순이 ·강청댁 · 월선이 · 윤씨부인 · 조준구 · 김두수 · 이동진 · 김훈장 · 이상현 · 강포수 · 귀녀‥‥‥ 그 수많은 등장인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눈물이 모이고 모여 수많은 물굽이를 만들며 흐른다 즉, 작품의 스케일에 있어서 『토지』는 1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현대문학의 결정판이다.
또한 가장 소중한 문화 유산인 우리말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충만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매권 권말의 어휘풀이는 사투리와 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뜨겁게 느끼게 하였다. 문학인이 우리말을 소홀히 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일 텐데 나를 끊임없이 반성케 하는작품이 바로 『토지』이다.
이 두 가지 외에도 1)구한말부터 일제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 2)당대 사회 풍속에 대한 치밀한 묘사, 3)우리 민족의 고유 신앙과 불교 등 우리 민족의 정신사적 측면에 대한 탐구, 4)생명의식 내지는 생명주의에 대한 천착, 5)몇 가지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통한 한에 대한 탁뭘한 해석, 6)인물 창조에 있어서의 독창성, 7)이야기의 재미와 치밀함, 8)민족을 이야기하면서도 국수주의에 빠지지 않는 세계관 등 『토지』가 지니고 있는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에 대한 연구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므로 생략토록 한다.
나는 우리나라 작가 중 한사람이 노벨 문학상을 타지 않은 것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박경리 선생이 쓰신 『토지』의 진가를 모르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서구인들이 딱할 뿐이다. 『토지』를 읽지 않은 대학생은 대학생될 자격이 없다고 나는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출처 : 21세기 @ 고전에서 배운다/하늘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