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가 말하는 美대학 '학위 장사' 실태 퀴즈 수준 강의뒤 논문 짜깁기해 학위증 논문 내용도 몰라…검증시스템 마련시급
“한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엉터리 학위’장사를 했다. 정상적으로는 학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이었기 때문에 브로커를 동원해 가짜 학위 희망자를 모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인을 상대로 석ㆍ박사 학위를 남발한 미국 퍼시픽 웨스턴대에서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앤드류 전(전영환)씨는 20일 한국일보 LA미주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염증을 느낄 만큼’ 만연했던 학위 장사 실태를 얘기했다. 전씨는 200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 대학 국제담당 부총장(비상근)으로 재직했다.
전씨에 따르면 이 대학은 미국 캘리포니아즈 샌디에이고 본교 외에 하와이와 베트남 타이완 등지에도 분교를 세워 학위 장사를 했다. 인천경찰청에 적발된 한국인 대다수는 하와이캠퍼스(아메리칸 팩웨스트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은 10여명 남짓한 직원과 사무실 하나를 두고 있으며 강의 방식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온라인 강의’ 또는 ‘화상 강의’ 형식이 아닌 소위 ‘델타 프로그램’ 방식의 학습교재를 통한 원격 강의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교재를 나누어주고 공부를 시킨 뒤 리포트와 논문을 제출 받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돈만 내면 학위를 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반적인 의미의 강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이 대학의 학위심사에는 부총장 전씨와 한인 교수 S모씨가 참여했다.
●가짜 학위 어떻게 거래되나
퍼시픽 웨스턴대의 가짜 박사학위로 모 대학교수에 임용됐다 적발된 A씨는 이 대학의 학위 브로커가 낸 ‘쉬운 학위 취득’신문 광고를 보고 먼저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가짜 학위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대학 홈페이지를 직접 찾은 한국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은 “브로커가 먼저 접근하기 보다는 학위를 얻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로 연락이 닿으면 커피숍 등에서 만나 학위 내용과 가격 등을 상의하고 가짜 학위증이 완성되면 비밀 작전이라도 하듯 지하철역 등에서 만나 돈과 학위를 바꿨다.
●검증 시스템 미비
외국 부실ㆍ가짜 대학 학위 장사가 판치는 것은 이를 가려낼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사 석사를 제외한 외국 박사만도 1년에 2,000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가짜 학위증을 내밀어도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고등교육법 상 외국 박사 학위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된 학위인지 감별해 주는 ‘확인’제도는 아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춰 신고만 하면 접수를 받아주는 시스템이다. 재단이 내주는 신고접수증에는 ‘박사 확인증이 아니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마치 학진이 이를 검증해 준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가짜 학위에 대한 수사가 나올 때면 잠시 주춤할 뿐 엉터리 학위를 만들어주는 대학은 미국에 한둘이 아니다”며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행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000만원이면 3개월만에 ''박사님''
1,000만원이면 3개월만에 '박사님'
[한국일보 2006-09-21 18:18]
브로커가 말하는 美대학 '학위 장사' 실태
퀴즈 수준 강의뒤 논문 짜깁기해 학위증
논문 내용도 몰라…검증시스템 마련시급
“한국에서 브로커를 통해 ‘엉터리 학위’장사를 했다. 정상적으로는 학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이었기 때문에 브로커를 동원해 가짜 학위 희망자를 모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인을 상대로 석ㆍ박사 학위를 남발한 미국 퍼시픽 웨스턴대에서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앤드류 전(전영환)씨는 20일 한국일보 LA미주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염증을 느낄 만큼’ 만연했던 학위 장사 실태를 얘기했다. 전씨는 200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 대학 국제담당 부총장(비상근)으로 재직했다.
전씨에 따르면 이 대학은 미국 캘리포니아즈 샌디에이고 본교 외에 하와이와 베트남 타이완 등지에도 분교를 세워 학위 장사를 했다. 인천경찰청에 적발된 한국인 대다수는 하와이캠퍼스(아메리칸 팩웨스트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은 10여명 남짓한 직원과 사무실 하나를 두고 있으며 강의 방식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온라인 강의’ 또는 ‘화상 강의’ 형식이 아닌 소위 ‘델타 프로그램’ 방식의 학습교재를 통한 원격 강의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에게 교재를 나누어주고 공부를 시킨 뒤 리포트와 논문을 제출 받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돈만 내면 학위를 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일반적인 의미의 강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이 대학의 학위심사에는 부총장 전씨와 한인 교수 S모씨가 참여했다.
●가짜 학위 어떻게 거래되나
퍼시픽 웨스턴대의 가짜 박사학위로 모 대학교수에 임용됐다 적발된 A씨는 이 대학의 학위 브로커가 낸 ‘쉬운 학위 취득’신문 광고를 보고 먼저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가짜 학위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이 대학 홈페이지를 직접 찾은 한국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은 “브로커가 먼저 접근하기 보다는 학위를 얻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로 연락이 닿으면 커피숍 등에서 만나 학위 내용과 가격 등을 상의하고 가짜 학위증이 완성되면 비밀 작전이라도 하듯 지하철역 등에서 만나 돈과 학위를 바꿨다.
●검증 시스템 미비
외국 부실ㆍ가짜 대학 학위 장사가 판치는 것은 이를 가려낼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사 석사를 제외한 외국 박사만도 1년에 2,000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가짜 학위증을 내밀어도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고등교육법 상 외국 박사 학위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된 학위인지 감별해 주는 ‘확인’제도는 아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춰 신고만 하면 접수를 받아주는 시스템이다. 재단이 내주는 신고접수증에는 ‘박사 확인증이 아니다’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마치 학진이 이를 검증해 준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가짜 학위에 대한 수사가 나올 때면 잠시 주춤할 뿐 엉터리 학위를 만들어주는 대학은 미국에 한둘이 아니다”며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행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한국일보 LA미주본사=김상목기자 sangmok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