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여기에』- 미우라 아야코

임열200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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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여기에』- 미우라 아야코

 

  나는 그 무렵 몇몇 남성과 교제하고 있었다. 누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단순히 저쪽에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이쪽에서도 "안녕하세요"라고 응해 주는 평소의 인사와 다름이 없고 나는 누구 하나를 정해 놓고 사랑하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을 주는 일은 물론 할 수 없었다.

  그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심심하고 따분하기만 하였다. 술을 마시고 난 후는 더욱 쓸쓸하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곰곰이 자신에게 물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쓰오 씨는 내가 자기를 그러한 남자친구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래도 이따금나를 찾아 주었다.

  만나면 으레 나는 크리스천에 대해 욕을 퍼부으며 떠들었다. 위선자이며 점잖은 척 하고 정직하지 못하다고 마구 꾸짖었다. 그러면 그는 자못 난처한 표정을 짓지만 변명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이젠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또 어슬렁어슬렁 찾아와 파스칼(프랑스의 철학자, 신학자)의 『팡세』책을 나에게 건네곤 하였다.

  얼마 안 있어 나는 퇴원을 하였지만 몸의 미열이 내리지 않았다. 산다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내지 못한 그해 6월 말에 수면제를 마시고 자살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수로 끝나고 말았다. 죽지도 못하는 나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면서 나의 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었다.  

  그러한 나를 지켜 보고 있는 다쓰오 씨는 어느 날 나를 교외에 있는 어떤 언덕으로 이끌고 갔다. 훗카이도(北海道)의 초여름은 그 푸르름이 타오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릿쨩, 당신은 살고 싶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런 건 어느 쪽이든 상관할 필요 없지 않아요?"  

  "어떤 바램은 없어요. 제발 부탁인데 좀더 성실하게 살아주세요."  

  "또 설교하는군요. 다쓰오 씨, 성실하라는 것이 대체 어떤 거에요? 무엇 때문에 성실하게 살아야 되나요? 전쟁 중에 나는 바보같이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다구요. 설교는 이제 그만하세요."  

  그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침묵이 계속되었다. 이윽고...  

  "네가 말하고 있는 것 잘 알아.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해서 릿쨩의 오늘의 삶의 태도를 그대로 좋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지금의 릿짱의 사는 모습은 너무나 비참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를 찾아내야만 돼..."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굵은 눈물 방울을 뚝 떨어뜨렸다. 나는 생전에 처음 보는 이성의 눈물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릿쨩 안돼! 너는 이대로 나가면 또 자살하게 될 거야."  

  그는 이렇게 외치며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는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더니 갑자기 자기의 발을 마구 탁탁 치는 것이었다. 놀라서 말리는 내 손을 그는 꽉 잡고 말하였다.  

  "릿쨩! 나는 이제까지 네가 건강하게 살아 가기를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해준다면 나 자신의 생명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신앙이 약한 나로서는 너를 구원할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원치 않은 자신에게 벌을 주려고 이렇게 발을 때려 준 거야."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를 주시했다. 차가운 눈으로 그 사람을 주시하였건만 어느새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오랜만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길은 여기에』- 미우라 아야코

 

 

▷아마 대학 1학년 때인거 같아요. 우연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게된 이 책은... 神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회의했던 제게 큰 영향을 주었어요. 물론 그 후에도 어렵고 힘든 시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신앙에 대해 흔들릴 때도 있었고, 사람에 대한 큰 실망과 상처로 사랑은 없다고 꾹꾹 마음을 닫을려고 했던 때에도 역시나 마음 한편에서는 '따스하게 흐르는 사랑' 에 대해 동경과 소망은 버리지 못했지요..

 

『길은 여기에』- 미우라 아야코

▷작가소개: 미우라 아야코 (三浦綾子)

  출생 : 1922년 4월 25일, 일본

  학력 : 아사히가와 시립고등여학교

  작품 : '빙점', '감사해요, 고마워요', '길은 여기에' 등

  인물소개 : 인간의 원죄와 교화에 대하여 많은 책을 쓴 일본 여류 소설가 특이사항 : 1999년 다장기부전으로 사망 (7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