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with the Gathering of the Ashes of Phocion by his Widow 1648,
Oil on canvas, 116 x 176 cm Walker Art Gallery, Liverpool
나는 푸생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가장 강렬한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화기이다. 은 그의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고대의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를 전해주는 위대한 작품이다.
포키온은 전쟁에서 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화형을 당해야 했던 아테네의 장군이었다. 화형에 처해진 시신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는데, 당시 아테네에서는 이러한 처형은 시신을 묻을 수 없게 함으로써 죽은 후에도 영혼이 쉴 곳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남편이 그러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던 그의 아내는 죽음을 무릅쓰고 처형장에 가서 그의 재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재를 그녀는 물에 타서 마셨고, 그렇게 함으로써 포키온은 무덤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내의 몸이 그의 무덤이 된 셈이다.
Landscape with the Gathering of the Ashes of Phocion (detail) 1648,
Oil on canvas Walker Art Gallery, Liverpool
푸생은 고대 세계의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그곳의 모든 대상들은 질서정연하고 위엄 있어 보인다. 권력을 상징하듯 곧게 솟은 사원을 위엄 있어 보이는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고, 주위의 나무들마저도 경직돼 보인다. 경제와 법률의 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은 패자에게 행해진 이 부당한 처사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포키온의 아내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림 앞쪽을 보면 남편의 마지막 흔적을 모으기 위해 여념이 없는 그녀의 숙인 머리와 떨리는 손길 위로 빛이 비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온 사람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혹시 보는 사람이 없는지 불안하게 살피고 있다. 그에 반해 미망인은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지금 그녀는 남편에게 불멸을 선사해야 한다는 일념뿐인 것이다. 땅에 엎드려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남편의 가루가 된 시신을 모으는데 몰두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고요하고 차분한 배경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높이 솟은 황폐한 산, 지나가는 사람의 나른한 표정, 꼼짝 않고 서 있는 나무와 그 위로 보이는 구름 낀 하늘…….
이렇듯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서 푸생은 감성과 개인의 의식을 바탕으로 한 여성적 세계와 관념적인 정치권력 사이의 이율배반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유연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의 배경에서는 절정까지 치달은 국가 권력의 무게만이 느껴질 뿐이다. 지평선까지 이르는 그림의 뒤쪽에서는 규율과 통제로 상징되는 공동체 사회를 볼 수 있고, 반대로 그림의 앞쪽에서는 개인적인 자유를 볼 수 있다. 이 두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옳은 일을 하려는 고독한 개인과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 기구,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위험이 초래된다.
그러나 푸생은 양자 모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 불변의 견고한 의식구조와 부드럽고 감각적인 감성의 반응. 그는 안정감 있는 균형 속에서 그 둘을 함께 보여준다.
- 출처: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웬디 베케트/ 김현우 옮김/ 예담
처음에는 눈에 띄는 그림이 아닌지라 쉽게 지나쳤는데, 이 글을 보고 이야기에 매료되어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 그림이다.
포키온의 재가 있는 풍경 - 아테네 장군의 슬픈 이야기
포키온의 재가 있는 풍경 Landscape with Ashes of Phocion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Oil on canvas, 116 x 176 cm Walker Art Gallery, Liverpool
나는 푸생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가장 강렬한 감성과 지성을 겸비한 화기이다. 은 그의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고대의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를 전해주는 위대한 작품이다.
포키온은 전쟁에서 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화형을 당해야 했던 아테네의 장군이었다. 화형에 처해진 시신은 가루가 되어 흩어졌는데, 당시 아테네에서는 이러한 처형은 시신을 묻을 수 없게 함으로써 죽은 후에도 영혼이 쉴 곳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남편이 그러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던 그의 아내는 죽음을 무릅쓰고 처형장에 가서 그의 재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재를 그녀는 물에 타서 마셨고, 그렇게 함으로써 포키온은 무덤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내의 몸이 그의 무덤이 된 셈이다.
Landscape with the Gathering of the Ashes of Phocion (detail) 1648,
Oil on canvas Walker Art Gallery, Liverpool
푸생은 고대 세계의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는데, 그곳의 모든 대상들은 질서정연하고 위엄 있어 보인다. 권력을 상징하듯 곧게 솟은 사원을 위엄 있어 보이는 건축물들이 둘러싸고 있고, 주위의 나무들마저도 경직돼 보인다. 경제와 법률의 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은 패자에게 행해진 이 부당한 처사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포키온의 아내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림 앞쪽을 보면 남편의 마지막 흔적을 모으기 위해 여념이 없는 그녀의 숙인 머리와 떨리는 손길 위로 빛이 비치고 있다. 그녀와 함께 온 사람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혹시 보는 사람이 없는지 불안하게 살피고 있다. 그에 반해 미망인은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지금 그녀는 남편에게 불멸을 선사해야 한다는 일념뿐인 것이다. 땅에 엎드려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남편의 가루가 된 시신을 모으는데 몰두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고요하고 차분한 배경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높이 솟은 황폐한 산, 지나가는 사람의 나른한 표정, 꼼짝 않고 서 있는 나무와 그 위로 보이는 구름 낀 하늘…….
이렇듯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서 푸생은 감성과 개인의 의식을 바탕으로 한 여성적 세계와 관념적인 정치권력 사이의 이율배반을 우리 앞에 보여주고 있다. 유연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의 배경에서는 절정까지 치달은 국가 권력의 무게만이 느껴질 뿐이다. 지평선까지 이르는 그림의 뒤쪽에서는 규율과 통제로 상징되는 공동체 사회를 볼 수 있고, 반대로 그림의 앞쪽에서는 개인적인 자유를 볼 수 있다. 이 두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옳은 일을 하려는 고독한 개인과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 기구, 이 두 가지가 충돌할 때 위험이 초래된다.
그러나 푸생은 양자 모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 불변의 견고한 의식구조와 부드럽고 감각적인 감성의 반응. 그는 안정감 있는 균형 속에서 그 둘을 함께 보여준다.
- 출처: 웬디 수녀의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 웬디 베케트/ 김현우 옮김/ 예담
처음에는 눈에 띄는 그림이 아닌지라 쉽게 지나쳤는데, 이 글을 보고 이야기에 매료되어서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 그림이다.
한국여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지조와 인내와 설움이 포키온의 아내에게서도 발견된다.
아마 인간감정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