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Y 여름이었다. 편집실에서 하루의 마지막 강의가 막 끝난 직후였다. 그 때 처음 보는 여학생 둘이 편집실을 기웃거렸다. 그 중 키가 큰 한 여학생이 눈에 확 들어 왔다. 밝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었었는데 그 모습에서 광채가 났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기 혹시 P라고 있어요?' '아, 방금 있었는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찾아볼게요' 그리고 먼저 교문으로 달려 갔다. 극장 로비에도 P는 없었다. 이미 학교를 떠나간 모양이었다. 돌아와서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자 '근데 손님이 왔는데 뭐 마실 것도 안 줘요?' 너무 당돌한 말에 난 어쩔 줄 몰라하며 '아...네. 음료수...뭐...' '콜라요'. 장독대(예대 특유의 장소/학생들이 모이는 유일한 휴식공간)옆에 있는 매점에 달려가서 코카콜라 병에 빨대를 꼽아 두 사람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그렇게 Y라는 그 여학생은 나의 마음에 섬광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가 지났다. 학교 아래. 명동의 버스정류장.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길을 지나던 Y라는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학생도 놀란 표정으로 '여기 웬 일이세요?' '네,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 이 여학생과 커피 한 잔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찰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여학생의 친구인 듯한 여자가 있었다. '잠시만요. 친구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나는 Y가 있는 반대편만을 보며 그냥 기다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Y가 있던 곳을 보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좀 기다리다 가버린 줄 알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가 또 지난 후. 그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학교인지, 길거리인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우연이 몇 번인가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커피를 마시자는 약속이 이루어 졌다. 학교에 오르는 길목에 '가스등'(예대생들 애용하던 곳)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었다. 바텐더에 앉아 유리컵에 있는 물을 마시며 Y를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머리를 짧게 깍은 정장차림이었다. 머리가 긴게 좋던데. '늦어서 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네, 괜찮아요' 차를 마시고 있는데 Y의 친구인 듯한 여학생이 나타난다. 어? 뭐야. 나랑 약속해놓고 친구를 만나? 순간 기분이 나뻐졌다. 에이, 마음 접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버스정류장에서도 친구랑 헤어지고 보니 내가 없어졌고 가스등에서도 언니 약혼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늦었고 그 일 때문에 친구를 만났었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본 날, 날 당혹시켰던 것은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였다 라고 하였다. 어느 날 강의실에 들어서자 P양이 나를 보고 박장대소를 하였다. '언제 둘이 사귀었어'. 쑥스러웠었다. 사실 사귀자는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좀 있었지만 학생 간부이고 해서 조심을 하던 터이었다. 매일 학교 극장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원에서 H양(탈렌트)과 데이트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있었는데 Y가 지켜 보는게 너무 부담이 되었다. 물론 N.G연발. 소문이 났다. 나에게 관심을 주던 선배 여학생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차가워 졌다. 그런데 K양(현,방송인)과 N양(영화배우)등 같은 반의 여학생들은 게의치 않았다. K양과 N양은 개인적으로 각별한 사이였다. K양은 방송국 공채로 입사하여 매스콤을 타기 시작했고 그해 년 말 톱가수가 되는 방송연예과의 L군이 좋아했던 N양은 졸업후 영화 주연으로 데뷔를 하게 된다. -일단 생략. 달리는 택시 뒷좌석. 약간 취기가 오른 Y가 소곤댄다. '나, 실수 하나 해도 돼?' '응? 뭔데' 나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여름 방학. 학생들이 결성한 밴드(Y군/현 탈렌트,C군/현 탈렌트, K양/현 방송인 등)와 함께 D해수욕장에 가게되었다. Y가 팝송을 녹음해 왔는데 그중 ELO의 'Midnight Blue'라는 곡도 있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려온다.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한번은 Y에게 노래 한 곡을 작곡하여 선물했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노래를 만들었냐고 무척이나 감동했다. 틈만 나면 그 노래를 기타 치며 둘이 불렀다. '옛 시인의 노래'와 Jose Feliciano의 'Once there was a love'도 Y가 좋아하는 노래였다. Y에게서 우울한 표정이 자주 관찰되었다. 몇 번이고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일도 아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사실 모델이 되고 싶어' 깜짝 놀랬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 쪽으로 만족을 하는 것 같았는데. 모델 쪽은 내가 모르는 분야였다. K양에게 부탁을 했다. K양은 고교 때부터 잡지모델을 했던지라 스튜디오 쪽에 많이 알고 있었다. 시간 날 때마다 충무로 스튜디오를 찾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들이 내가 보기에도 영 아니다 할 정도로 못 나왔다...좌절하며 '나, 포기해야 될 것 같아'... 난 주말마다 Y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행주산성 등 여러 곳으로 돌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흑백필름으로 찍은 프로필이 너무 자연스럽고 잘 나왔다. 그리고 또 찍어봤다. 사진이 잘 나왔다. 아마도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굳은 표정들이 아주 자연스러워 지고 그러니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침 K신문에서 여성잡지'L'이 창간되며 전속모델을 뽑는 행사가 있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고 잘나온 사진으로 응모했다. 1차 통과, 2차 시험 날. 심사위원으로 현역 K감독님이 나오셨다. 그때 난 '영화감독'이란 과목으로 K감독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은상으로 2등을 했다. 이후 Y는 무서울 정도로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갔다.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전화번호 하나가 있었다. 3여년 만에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Y를 만났다. 모습은 그대로였다. 나도 그대로 이란다. 그러나 예전의 내가 좋아한 순수한 Y가 아니었다. 만난 것을 후회했다. 에이, 세상 탓으로 돌리자. 다시 만나 술 한잔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나는 옛 추억에 내내 가슴 속으로 울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신문에서 Y의 사진과 함께 영화 데뷔를 알리는 기사를 접했다. 나이를 무척이나 많이 내렸다. 몇 번이고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영화를 보질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한 편의 영화로 Y가 나타났다.
여배우 Y
그리고 얼마가 지났다. 학교 아래. 명동의 버스정류장.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길을 지나던 Y라는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학생도 놀란 표정으로 '여기 웬 일이세요?' '네,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 이 여학생과 커피 한 잔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찰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여학생의 친구인 듯한 여자가 있었다. '잠시만요. 친구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요' 나는 Y가 있는 반대편만을 보며 그냥 기다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Y가 있던 곳을 보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좀 기다리다 가버린 줄 알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가 또 지난 후. 그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학교인지, 길거리인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우연이 몇 번인가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커피를 마시자는 약속이 이루어 졌다. 학교에 오르는 길목에 '가스등'(예대생들 애용하던 곳)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었다. 바텐더에 앉아 유리컵에 있는 물을 마시며 Y를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머리를 짧게 깍은 정장차림이었다. 머리가 긴게 좋던데. '늦어서 미안해요. 일이 있어서' '네, 괜찮아요' 차를 마시고 있는데 Y의 친구인 듯한 여학생이 나타난다. 어? 뭐야. 나랑 약속해놓고 친구를 만나? 순간 기분이 나뻐졌다. 에이, 마음 접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버스정류장에서도 친구랑 헤어지고 보니 내가 없어졌고 가스등에서도 언니 약혼식에 참석하는 바람에 늦었고 그 일 때문에 친구를 만났었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본 날, 날 당혹시켰던 것은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였다 라고 하였다.
어느 날 강의실에 들어서자 P양이 나를 보고 박장대소를 하였다. '언제 둘이 사귀었어'. 쑥스러웠었다. 사실 사귀자는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좀 있었지만 학생 간부이고 해서 조심을 하던 터이었다. 매일 학교 극장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원에서 H양(탈렌트)과 데이트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 있었는데 Y가 지켜 보는게 너무 부담이 되었다. 물론 N.G연발.
소문이 났다. 나에게 관심을 주던 선배 여학생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차가워 졌다. 그런데 K양(현,방송인)과 N양(영화배우)등 같은 반의 여학생들은 게의치 않았다. K양과 N양은 개인적으로 각별한 사이였다. K양은 방송국 공채로 입사하여 매스콤을 타기 시작했고 그해 년 말 톱가수가 되는 방송연예과의 L군이 좋아했던 N양은 졸업후 영화 주연으로 데뷔를 하게 된다. -일단 생략.
달리는 택시 뒷좌석. 약간 취기가 오른 Y가 소곤댄다. '나, 실수 하나 해도 돼?' '응? 뭔데' 나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여름 방학. 학생들이 결성한 밴드(Y군/현 탈렌트,C군/현 탈렌트, K양/현 방송인 등)와 함께 D해수욕장에 가게되었다. Y가 팝송을 녹음해 왔는데 그중 ELO의 'Midnight Blue'라는 곡도 있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아려온다.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한번은 Y에게 노래 한 곡을 작곡하여 선물했다. 어떻게 하루 사이에 노래를 만들었냐고 무척이나 감동했다. 틈만 나면 그 노래를 기타 치며 둘이 불렀다. '옛 시인의 노래'와 Jose Feliciano의 'Once there was a love'도 Y가 좋아하는 노래였다.
Y에게서 우울한 표정이 자주 관찰되었다. 몇 번이고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 일도 아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사실 모델이 되고 싶어' 깜짝 놀랬다. 미술을 전공해서 그 쪽으로 만족을 하는 것 같았는데. 모델 쪽은 내가 모르는 분야였다. K양에게 부탁을 했다. K양은 고교 때부터 잡지모델을 했던지라 스튜디오 쪽에 많이 알고 있었다. 시간 날 때마다 충무로 스튜디오를 찾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들이 내가 보기에도 영 아니다 할 정도로 못 나왔다...좌절하며 '나, 포기해야 될 것 같아'... 난 주말마다 Y와 함께 사진을 찍으러 행주산성 등 여러 곳으로 돌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흑백필름으로 찍은 프로필이 너무 자연스럽고 잘 나왔다. 그리고 또 찍어봤다. 사진이 잘 나왔다. 아마도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굳은 표정들이 아주 자연스러워 지고 그러니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침 K신문에서 여성잡지'L'이 창간되며 전속모델을 뽑는 행사가 있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고 잘나온 사진으로 응모했다. 1차 통과, 2차 시험 날. 심사위원으로 현역 K감독님이 나오셨다. 그때 난 '영화감독'이란 과목으로 K감독님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은상으로 2등을 했다. 이후 Y는 무서울 정도로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갔다.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전화번호 하나가 있었다. 3여년 만에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Y를 만났다. 모습은 그대로였다. 나도 그대로 이란다. 그러나 예전의 내가 좋아한 순수한 Y가 아니었다. 만난 것을 후회했다. 에이, 세상 탓으로 돌리자. 다시 만나 술 한잔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나는 옛 추억에 내내 가슴 속으로 울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신문에서 Y의 사진과 함께 영화 데뷔를 알리는 기사를 접했다. 나이를 무척이나 많이 내렸다. 몇 번이고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 영화를 보질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한 편의 영화로 Y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