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기

김태원2006.09.22
조회137
 

당신의 여행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남아프리카 여행기

  

여행을 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유럽의 분위기 있는 도시나 유적지, 미국과 일본의 세련된 거리와 높은 빌딩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혹시 당신이 여행을 낯선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싶다면 그 목적지는 당연히 아프리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는 그 거리만큼이나 마음에서도 먼 나라입니다. ‘부시맨’과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덕분에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동물의 왕국이자 부시맨이 사는 곳이었고, 중고등학교 때 사회교과서나 도덕책에서 본 아프리카는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사명감이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부터 아프리카는 아직 분쟁과 질병, 가난으로 시달리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아프리카를 알게 된 이후부터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은 한 번도 제 마음 속을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질병과 가난, 살인적인 더위, 에이즈, 분쟁의 대륙으로 여기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여행하기에도 적합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 역시 아프리카 여행에 대해 가능한 모든 편견은 다 갖고 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약 2주 동안 남아공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프리카는 여행의 4가지 요소인 문화, 새로운 장소, 동물, 모험이 모두 있는 곳입니다”  (Nomad Tour based in South Africa, Manager 알렉스)


아프리카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알렉스씨의 말에 충분히 동의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럽, 남아프리카, 일본, 중국, 싱가폴, 대만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 다시 꼭 가고 싶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저는 자신있게 남아공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발전한 국가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아프리카’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아공에도 진짜 아프리카는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구지 저의 촬영 실력을 탓하지 않더라도 아프리카를 담기에는 사진기가 가진 힘은 너무도 부족했습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대자연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아프리카를 찾는다지만 그들도 아프리카는 사진기가 아니라 눈과 가슴에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써 아프리카를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순진한 기대를 안고 탐방기를 씁니다. 남아공에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자꾸 창밖을 바라보게 만든 것은 아프리카가 보여준 매력의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남아공을 여행하는 동안 저는 단지 물리적으로만 지구 반대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 여행은 새로운 경험만큼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면 유명한 어느 인류학 저서의 제목이 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이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고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도 아프리카의 신비를 느끼고 지구 반대편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이 떠났던 여행지가 좀 더 두렵고 낯선 곳이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도록.


남아프리카 공화국 탐방기

 

 낯선 곳을 찾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는 한 시인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나는, 예전부터 아프리카야 말로 자신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닐까 생각해 왔었다. 그런 나에게 아프리카 여행의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마치 어릴 적 동심이 이뤄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사실을 들은 친구들은 “이게 너와 마지막으로 보는 것 아니냐?” “설마 풍토병이나 에이즈에 걸려오는 건 아니겠지?” “추장 딸 꼭 꼬셔서 거기 눌러 앉는 것은 아니냐?” “아프리카 여행가서 사자 밥 된 사람만 10명이 넘는다” 등 온갖 추측을 했지만, 그것이 걱정을 가장한 부러움이라는 것은 눈치가 그다지 빠르지 못한 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주위에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기존에 내가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유쾌한 여행을 하기에는 그렇게 적합한 것은 못되었기 때문이다.


후원을 해주는 여행사와 현지 사정으로 인해 아쉽게 나의 아프리카 여행은 가장 아프리카 같지 않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한정 되었다. 남아공은 풍토병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그저 김칫국물 맛 나는 조바심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다는 생각은 여행준비를 하는 나에게 약간의 설레는 두려움을 남겼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나보다 한 살 어린 민우와 함께 떠나게 되었다. 첫 만남이었지만 몇 번의 해외여행 경험 때문인지, 노련하고도 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긴 것 같은 민우의 빵빵한 가방이 내 마음도 편안함으로 빵빵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사에 들러 비장한(?) 각오로 인사를 드리고, 기념촬영도 한 후 공항으로 향했다. 목적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홍콩을 경유해야 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인만큼 긴 여정을 각오했지만 유럽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13시간 남짓한 비행은 아프리카에 간다는 설레임에 비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2006년 11월 23일 오전에 도착한 요하네스버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금융 수도라고 불릴 만큼 번화한 곳이었다. 삼성전자의 핸드폰 광고로 도배가 된 공항은 우리가 지금 글로벌 시대에 살 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보면 자부심이 느껴지곤 했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보게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먼저 시내를 구경한 우리는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흙더미와 마주해야 했다. 마치 잘 쌓은 댐처럼 보이는 흙더미는 금을 캐다 나온 흙을 모아놓은 것으로, 금광과 함께 해온 남아프리카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만델라 대통령이 살았다는 생가를 구경한 후 프레토리아로 향하는 길에 흙바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아프리카 청소년들을 보았다. 비록 고르지 못한 흙바닥에서의 축구지만 여기서는 즐거운 일상이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사진을 찍고 나서 자신들의 허름한 옷과 신발을 가리키며 돈을 요구했다. 나는 미안하다며 자리를 떴지만 그들의 모습은 프레토리아에 다다를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안타까움으로 남아있었다.

‘역시 아직은 삶이 여유롭지 못한 아프리카가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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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하네스버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마주섬’를 볼 수 있다. 어떤 멋진 휴양지의 별장도 부럽지 않은 근사한 주택과 감히 범접할 수 없도록 담 위를 넝쿨처럼 칭칭 감은 날카로운 끝이 아찔한 철조망. 이것들은 백여 미터 앞에 마주 보이는 반대편 언덕의 판자집과 그 앞에 파 놓은 우물 같은 곳에서 물을 긷는 가난한 흑인들의 모습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작은 개울 하나를 경계로 마주서고 만 빈부의 안타까운 마주섬. 구지 긴 설명이 없더라도 남아공은 세계 어느 곳보다 흑백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가 심각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웨토와 프레토리아, 요하네스버그의 관광을 마치고 숙소인 African Centre Lodge에 도착한 나는 피곤함에 금방 잠들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다음날 새벽 5시부터 잠을 깨게 만들었다. 오늘은 3박 4일간 외국 친구들과 함께 팀을 이뤄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으로 트럭킹(Trucking. 트럭을 개조한 차를 타고 밥도 해먹고, 텐트 치고 잠도 자면서 사파리 여행을 하는 것)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남아공 숙소의 벽지나 화장실 타일, 심지어 화폐에 새겨진 그림은 모두 Big5(여기서는 사자, 코끼리, 코뿔소, 버팔로, 표범을 통틀어 Big5라고 부른다)였다. 트럭킹을 하면서도 Big5를 모두 보는 행운이 있기를 바라며 미팅 포인트로 이동했다. 영국인 6명, 독일인 2명, 프랑스인 1명 그리고 남아공 및 짐바브웨 출신 여행가이드 각 1명의 대원들은 트럭킹에 적합하게 개조된 트럭을 타고 남아공 최대의 크루거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아프리카 여행기요하네스버그를 떠나자 아프리카의 끝없는 평원이 펼쳐졌다. 도무지 눈을 떼고 싶지 않은 유혹은 차만 타면 밀려오는 졸음도 쫓아버렸다. 풍경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트럭이 좀 더 천천히 가면 좋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이 트럭의 속도는 전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을 때 문명의 이기에 익숙한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도무지 산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원을 보니 “넓은 바다를 보고 자라는 사람은 생각의 폭도 바다를 닮는다”고 말했던 제주도가 고향인 한 친구 녀석이 생각났다. ‘이런 탁 트인 세상을 보고 자라는 이들의 생각은 또 얼마나 넓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한적한 나무 밑에 차를 세우고 첫 식사를 준비했다. 점심은 샌드위치였는데, 처음의 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서로 소개를 하고 본격적인 우정을 쌓기 시작했다. 식사는 배를 채우는 것 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정을 채우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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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목에 링을 하고 나무를 엮어 만든 움집처럼 생긴 곳에 사는 아프리카 레벨레 부족이었다. 마치 원주민이 된 것처럼 그들의 집에 들어가 보고, 그들이 보여주는 전통 의식을 배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해서 전통적인 방식 그대로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해 머리가 복잡해졌다. 분명 세상에는 좀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레벨레 부족이 더운 여름에 두꺼운 전통 의상을 입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움집에 사는 것은 누구의 선택일까? 전통을 지키고 싶은 이들의 의지일까? 아니면 관광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국가의 의지일까?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언제 저녁이 된지도 모르게 크루거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숙소인 Savie에 도착했다. 저녁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 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딜리아는 보드카에 쥬스를 섞어 만든 럼주를 권했다. 마치 허름한 포장마차 불빛 아래서 소주를 기울이는 우리네 모습처럼, 술잔을 부딪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로 밤을 보냈다.


좀 더 많은 야생동물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내일 아침 크루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출발시간을 당기기로 했다. 약속대로 다음날 아침 7시가 되자마자 우리는 크루거 국립공원을 향해 달렸다. 크루거 국립공원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북동부 쪽에 위치해 있는 필란스버그 국립공원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립공원이자 야생동물 보호지역이다. 아프리카의 최초의 국립공원이면서 세계 최고의 사파리 관광지이다. 크루거 국립공원 안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서든 볼 수 있다고 ‘맥도날드’라는 별명을 가진 임팔라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다. 모두 야생동물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크루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첫 캠프사이트인 사쿠쿠자에 도착했다. 캠프사이트는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려져 있어 매우 안전한 곳이었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야생동물의 소리는 긴장감마저 보호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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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텐트를 치고 점심을 준비했다. 따가운 햇살은 여기가 아프리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려 주며 자연스럽게 웃통을 벗게 했고, 잠시 휴식 후 다시 야생동물을 보러 게임드라이브(야생 동물을 보기 위해 국립공원 내를 드라이브 하는 것)를 떠났다. 우리의 관심은 온통 Big5에 맞춰져 있었다. 크루거 국립공원을 30번이나 왔다는 여행가이드 이안도 사파리여행 기간 동안 Big5를 모두 보는 행운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흥분에 가득 차있는 우리에게는 그저 남들 이야기로만 들렸다. Big5 중 한 가지 동물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캠프로 돌아온 우리는 남아프리카 전통 양고기 바베큐와 짐바브웨 출신 여행가이드인 싱기가 만들어주는 옥수수 죽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바베큐를 만드는 동안 양고기 바베큐를 보고 독수리가 갑자기 날아와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한 이안의 농담을 사실로 받아들인 나는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되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매력임을 다시 느끼는 저녁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새벽 4시부터 모닝워크(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사파리가 아니라 새벽에 직접 초원과 밀림 속을 걸으며 동물을 구경하는 것)를 가야하기 때문에 모두 일찍 잠들었다. 텐트의 얇은 두께만큼이나 사람과 자연이 가까이 붙어서 밤을 보내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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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기가 새벽에 “굿모닝”을 외치며 크루거의 첫날밤을 깨워준 덕분에 늦지 않고 모닝워크 출발지로 갈 수 있었다. 사파리 트럭을 타고 30분 남짓 달린 후 내린 곳은 크루거 국립공원의 어느 초원이었다. 갑자기 안내를 맡은 안전요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총에다가 총알을 넣으며 “동물과 마주치더라도 절대 뛰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줬지만, 그 말은 새벽 초원의 고요함과 어울려 오히려 내 심장을 더 뛰게 만들었다. 안전요원을 따라 밀림과 초원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갑자기 숨어있던 사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 기분이었다. 부러진 나무와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듯한 야생동물의 분비물, 얼마 전에 버팔로가 왔다간 흔적이 보이는 진흙웅덩이 역시 긴장감을 높이며 우리가 점점 그들의 세계로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안에서 본 밀림과 초원은 밖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헝클어져 있었다. 그리고 헝클어진 그대로 자연스러웠다. 헝클어진 것은 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상의 논리는 ‘헝클어짐의 자연스러움’이 어울리는 여기서는 결코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갑자기 안전요원이 멀리서 사자울음소리가 들린다고 귀를 기울여 보란다. 사실 나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지만, 저 편 어딘가에 사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분 좋은 모닝워크였다. 영국에서 온 바다생물학자인 앨런이

 “길을 잃으면 헬기가 와서 우리를 구조해 줄 테고, 헬기를 타면 야생동물 찾기가 더 쉬울 테니 모두 길을 잃어버리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해서 한참을 웃었다.


아프리카 여행기2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크루거 국립공원은 경상남북도를 합친 넓이의 세배가 넘을 만큼 크다. 그런 크루거 국립공원 내에 있는 다른 캠프 사이트로 이동하는 길은 단순히 목적지를 향하는 여느 드라이브와 다르다. 사방에는 밀림과 초원이 있고, 거기에는 야생동물이 있기 때문에 드라이브가 지겨울 틈이 없다. 아프리카다운 따끔한 햇살 덕분에 우리는 모두 최소한의(?) 옷차림으로 해변에 온 것처럼 태양을 즐겼고, 다시 떠난 게임드라이브에서 드디어 Big5 중에 가장 위험하다는 버팔로를 보고 감동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보다 더 감동적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반기는 사람이 많은 버팔로는 정말 행복한 녀석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번개는 나이트 드라이브(야간 사파리 여행을 나이트 드라이브라고 부름) 출발과 함께 멈췄고, 시원하게 젖은 대지는 더위에 지친 야생동물들의 움직임을 자극했는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동안 못 본 동물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버팔로가 떼를 지어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Big5 중 하나인 코뿔소도 볼 수 있었다. 문명의 어둠은 죽음을 의미한다면 야생의 어둠은 오히려 살아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크루거 국립공원에서의 마지막 밤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코리안 누들’과 ‘코리안 위스키’라고 설명한 라면과 소주를 여행을 함께한 친구들에게 대접하며 한국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한국문화, 특히 한국 영화 ‘올드보이’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덕분에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영국 친구는 자신이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냐며 냄비를 설거지하는 곳까지 따라와서 질문을 했다. 함께 세계여행 중이라는 딜리아와 리오넬 커플의 기타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하며 소주의 흥은 밤새 이어졌다.


아프리카 여행기 다음날 여행기를 메모하던 수첩을 펼쳐보다 어제를 11월 27일이 아니라 9월 27일로 적어놓은 것을 확인했다. 비가 온 뒤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잠시 착각을 했나보다. 하지만 내가 날짜를 착각했던 건 아프리카는 자연에서 느끼는 대로 사람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리라.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고 다음 여정을 향해 출발하자마자 우리는 코끼리와 버팔로를 보게 되었다. Big5 중 세 번째로 본 코끼리는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인형처럼 귀엽게만 느껴졌다. “Big5 중 세 가지 동물을 본 건 성공적이다”라는 가이드 이안의 위로를 받으며 야생동물재활원으로 향했다. 주로 치타의 재활을 하는 이곳은 자연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보려는 인간의 노력처럼 보였다. 독수리가 모여 있는 곳에는아프리카 여행기 야생동물의 뼈가 가득했다. 독수리들이 모아놓은 뼈들은 치타의 칼슘 보충제로 가공된다고 하니 자연의 법칙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오히려 공생의 법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처음 미팅 포인트였던 요하네스버그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여정을 따라 헤어져야하는 시간이다. 사실 여행일정표에 지금 순간을 두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라고 써져있는걸 처음 봤을 때 ‘며칠 봤다고 아쉬운 작별이겠느냐’며 의아해 했었다. 만남과 헤어짐이 있어야 진짜 여행이라며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헤어짐이 아쉬운 건 그 자체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 편으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타운으로 향했다. 항공사에서 좌석 예약에 실수가 있었는지 민우는 이코노미석이고 나만 비지니스석이었다. 처음 앉아보는 비지니스석에서 마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어린이 같은 눈을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옆자리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동양인이 앉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자기소개를 하다가 받은 명함을 보니 그 분은 필리핀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분이었다. 제주도를 세 번이나 방문하셨을 정도로 한국에 대해 잘 알고계신 그분과 내가 출국할 때 벌어졌던 이건희 회장 딸의 자살 이야기,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진 이유 등에 대해 대화를 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프리카의 황량한 대지를 가리키며 척박한 환경과 그들의 가난한 삶을 안타까워하시다 당신의 힘든 시절이 문득 떠오르셨는지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시며 말을 꺼내신다.


 “나는 어릴 적에 가난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에 유학까지 다녀왔어요. 요즘은 그때보다 훨씬 환경이 좋으니 많이 보고 배우면서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세요. 그리고 우리 은행에 한국인들이 많이 근무하는데 영어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좀 더 실용적인 영어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조언이었지만, 지구 반대편 하늘에서 듣는 조언은 나에게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 한지 그림이 찍혀있는 엽서에 몇 줄의 말로 감사함을 대신했다.


아프리카 여행기 케이프타운은 유럽의 한 도시를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대적이었다. 우선 많은 아프리카 여행사가 영국을 본사로 두고 있는 반면 몇 안 되는 현지 전문 여행사인 노메드투어를 방문했다. 파라솔 아래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아프리카 여행 전반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전 지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과 검증된 안전과 편리한 서비스, 최신 장비 등을 보면서 아프리카가 여행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 아프리카는 가장 선호되는 여행지 중 하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식민 역사 때문에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언어 장벽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리고 순박한 이곳 사람들과아프리카 여행기 있다 보면 위험은커녕 오히려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소매치기를 만나지 않을까 염려하던 자신의 모습이 아찔하게 비교될지도 모른다.


 “아프리카는 여행의 4가지 요소인 문화, 새로운 장소, 동물, 모험이 모두 있는 곳이다”는 노메드투어 매니저 알렉스의 말에 나는 충분히 동의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번 여행이 나에게는 얼마나 좋은 기회였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됐다.


아프리카 여행기 케이프타운 시티 투어는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에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난다는 케이프포인트까지 계속되었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산이 만나는 곳에 잘 닦아 놓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는 것은 마치 온통 파란색 물감으로 칠해놓은 그림 속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식물원에서 휴식을 취한 나는 워터프론트에서는 바라보기만 했던 테이블마운틴으로 향했다.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을 때의 아찔함은 놀이동산의 어떤 놀이기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산 정상에 마치 식탁의 평평한 면처럼 펼쳐진 평지는 왜 이곳이 ‘테이블’마운틴인지 보여주었고 산 정상을 따라 낮게 깔린 구름은 마치 카푸치노의 포근한 거품 같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케이프타운의 전경과 수평선 너머에는 남극이 있을 파란 바다는 나를 그저 ‘와’라는 감탄사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미래에 나의 신부가 될 사람의 동의도 없이 내 마음대로 신혼여행지로 지정해버렸다.


 남아공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 친구들은 여행담을 들어보자며 술자리를 권했다. 아프리카 여행담을 안주삼아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다시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결론으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술자리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이 없는 젊음은 그저 우리를 뜨거운 열덩어리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 뿐이다. 젊음의 도전과 여행의 설레임, 그 속에서 만나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 이 모든 것을 위한 결론은 여전히 아프리카를 향해있다.


 

아프리카 여행자를 위한 팁

 

-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영국에 본사를 둔 여행사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매드투어처럼 현지 로컬 여행사도 있습니다. 여행상품과 관련된 정보는 남아공에 있는 여행사에서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국이기 때문에 여행과 관련된 정보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 3박 4일에서 한 달이 넘는 상품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합니다. 그 밖에 침팬지 여행, 사막 여행 등 테마 여행상품도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여행을 미리 알아보세요.

 

- 동양인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여행자가 원한다면 영어권 사람과 한 팀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여행도 하고 영어실력도 쌓고 싶다면 여유를 두고 여행상품을 신청하세요. 그러면 여행사에서 영어권 여행사와 한 팀을 만들어줍니다. 수십일 동안 밤낮을 함께 생활하면서 생생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 일교차가 매우 심합니다. 긴 팔 옷은 필수입니다.

 

- 사우스아프리카 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제휴가 되므로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 사파리 여행을 계획한다면 라면과 소주, 한국 영화에 대한 정보를 챙기세요. 외국인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선글라스와 창이 넓은 모자를 챙기세요. 선크림만으로는 따가운 햇살을 견디기가 벅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