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것을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오석순2006.09.23
조회20
꽃이 지는것을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의 사랑에 집착했다기보다는,
당신의 사랑을 받는 내 모습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당신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너무 감동하지 않으려는 거만한 내 모습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나는... 꽃이 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꽃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벚꽃이 그렇게 뽀얗게 피어나도, 줄장미가 그렇게 붉어도...
저렇게 예쁜 것들이 내일이면 발 밑에서 지근거릴 것이 싫어서,
처음부터 쳐다볼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당신처럼 온몸으로 웃을 줄도 몰랐고,
당신처럼 온 세상에 대고 "너를 사랑해~" 말할 줄도 몰랐습니다.
모르긴 해도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나는 당신만큼 행복하지도 못했겠죠.

종종... 일부러 늦게 도착하던... 나를 기다리던...
당신이 서있던 그 자리에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당신이 진 자리에 꽃이 피었으니 이 꽃이 진 자리에는 또 무엇이 올까요?

꽃이 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피어있는 꽃을 사랑할 용기가 생길테니까요.
때가 되면 피고 지며...
그렇게 살다 보면 나도 날리는 꽃잎처럼 가벼워지겠지요...?
다음엔 더... 잘... 사랑하겠습니다.










...♀

집 앞 화단 한 쪽에 누군가가 발 끝으로 파놓은 듯 옴폭 패인 흙자국이 있네요.
'아... 당신이 다녀갔구나...'
나는 내 멋대로 확신합니다.

헤어지자는 내 말에 한 번 망설임도 없이 "그래, 그러자~" 너무 간단히 나를 보내주었지만
생각해보니 못 다 한 말이 있어, 나를 한 번 더 보고싶어서 오늘 내 집 앞을 서성였겠죠.

길 위에 누워있는 벚꽃잎들이 너무도 많아요.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한숨을 몰아 쉬었기에
꽃잎들도... 이렇게나... 모두 떨어져버렸나요.

당신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꽃은 정말 쓸 데 없다' 말을 하면서도 꽃집 앞을 지날 때면
자기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지던 사람이 당신이었죠.

걸인들의 바구니 앞을 지날 때면,
무능력이니, 무책임이니 입으론 냉정한 말을 뱉으면서도
주머니 안의 손가락은 바삐 동전을 찾던 사람.

"사랑이 다가 아니야~ 모든 연애는 소멸해."
당신은 사랑에도 예외 없이 냉소적이었지만...
하지만... 당신은 나를 사랑했었죠.
아닌 척, 덜 사랑하는 척 했지만, 그런다고 당신의 사랑이 감춰지지는 않았어요.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사랑하는 당신을 내가 사랑했었죠.
내가 사랑했던 당신...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당신...
그러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내가 참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참... 좋았습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 < 그 남자 그 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