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양재벼룩시장

박용미2006.09.24
조회82
서초 양재벼룩시장


(사진은 2005년 여름시기. 현장 일부분의 모습)

 

 

 

서울에서 열리는 것 중에서도 제일 규모가 크다는 중고장터.

비오는 날과 국정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린다.

 

가을의 선선한 날씨를 반기며 정리쟁이 용마는 오랜만에

4번째 양재벼룩시장 장사를 다녀왔다.

오늘은 그간 벼르고 벼르던 은봉양도 함께해서 좀더 재미나게 즐겼다. 주차비의 타격이 컸지만, 수익보다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의 값이라며 괜찮다는 그녀는 역시 멋진 친구다.

 

노곤하긴 했지만 나름 보람된 하루를 마치며

비록 몇번 안되는 경험이긴 하지만, 그동안 느낀 점들이나

어느정도 내가 터득한 노하우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관심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많은 이들이 가져온 짐을 대부분 다시 싸가곤 한다. 모두 팔수 있던지, 아주 안팔리는 것은 버리고 온다는 각오로 가뿐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을 만큼의 분량만 가져간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준비물: 주민등록증(면허증 안됨), 돗자리, 접수증기재시 필요한 펜(뭐 앞사람에게 빌려도 된다), 얼음얼린 생수필수, 점심(김밥파는 아주미들에게 1000~1500원주고 사먹으면 된다), 자외선 차단을 위한 모자나 양산, 팔린 물건 담아줄 비닐가방이나 쇼핑백, 지갑 등 자잘한 소지품은 일절 집에 놔두고 1000원짜리 여러장을 담은 보조가방이나 전대가 편하다. 화장실은 언제부턴가 서초구청 건물내 화장실을 개방하기로 해서 문제없다.

* 처음엔 가격을 표시한다고 아기자기 포스트잇도 챙겨서 써붙여 보기도 했지만, 번거롭고 떨어지고 다 소용없다. 그냥 입으로 쇼부치자.

 

서초 양재벼룩시장 아무리 늦어도 8시까지는 현장(3호선 양재역 서초구청)에 도착해야 1시간 내에 자리표를 받을 수 있다. 서초구청 입구에 가보면 일찌감치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을테니, 찾기 쉽다. 현장에 가서 대기표를 나누어주는 초록모자 아저씨를 찾아서 대기표를 받는다. 대기표에 적힌 라인(A,B,C)과 순번대로 서서 기다린다. 잠시 이탈해있다가 내 순번이 자리표뽑는 데스크에 가까워질 때 합류해도 된다(단, 정작 내가 자리표를 뽑아야할 때 내 순번이 지나간 경우는 다시 대기표 받아서 맨 뒤로 가야한다. 그렇긴 한데 전엔 절대 안봐주더니 요즘은 그냥 넘어가주기도 하나보다) 자리는 직접 상자안에서 뽑은 자리표 위치로 배정받는 것인데, 내 생각엔 일찍 온 대기순번들은 주로 넓은 공터쪽부터 배정되는 듯 하다. 그쪽이 탁 트이고 사람의 왕래가 가장 많아서 좋다. 오솔길 같은 곳이나, 입구 근처 버찌나무 아래 배정받는 경우는 정말 최악. 그러니 사람도 일찍일어나야 벌레를 잡아먹는다는게 맞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혼자라도 가고 싶은데 이상하지 않을까하여 망설일 것 없다. 나같은 경우는 지인들과의 스케쥴 맞추기가 어려운 관계로 혼자서도 홀연히 잘만 다녀왔다. 옆자리 아주미, 언눼는 모두 동료가 되니 쫄지 말자.

 

 

서초 양재벼룩시장 배정되는 자리는 돗자리 한장보다도 작은 공간이다. 1~2명정도나 함께 앉아 판을 벌릴수 있는 정도기 때문에 그 이상 일행이 있을 경우는 자리표를 각각 여러장 따로 받아두는게 좋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장사의 생명은 "판"이듯, 옆자리 아주미 구역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된다. 사단난다. 헤헤 이건 좀 뻥이고, 근데 생업으로 참여하는 상인들은 약간 살벌하다. 매번 쌈나는 현장을 쉽게 목격한다. 대신 내 자리가 남으면 옆자리 아주미랑 함께 써도 된다. 대부분의 아주미 경우, 내 물건 팔 때 옆에서 바람잡이 역할 제대로 해준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정식개장시간은 8시반부터 4시까지 열리는데 , 8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줄을 서면 9시반정도나 되어야 내 자리표를 뽑을 수있다(그만큼 참여하는 사람이 무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는 9시 반쯤부터 시작하게되면 12시~1시쯤 일찌감치 자리를 접는다. (한마디로 아싸리 빨리 치고빠지자는 주의인 거-죠.) 어차피 팔릴 물건들은 10~11시면 다 처치가 되기에 이후에는 앉아있는 것도 점점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일단 무조건 양심껏 생각했던 가격보다 항상 2천원 더 얹어서 불러라. 사실 맘 약한 나는 거의 천원에 다 뺏긴다..(ㅠ.ㅠ) 개장 초반에 마구 물건을 쓸어가는 이들의 대부분은, 마찬가지로 장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거나 전문중고상인들로, 더 얹어서 다시 파는 경우가 있으니, 나중에 다른 좌판에서 본인물건을 보더라도 상처받지 말자..


서초 양재벼룩시장 관심있어하거나, 살려는 사람있을 때, 심하게 싸게 달라하더라도 그냥 줘라. 결국 나중엔 아무도 안가져가는 것보다 백배낫다(이건 어떤 상인할아버지도 내게 알려주신 "진리"이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잘 보이라고 물건을 좍좍 펼쳐놓는 것보다는 오히려 보일 듯 말듯 접어놓는 게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와서 펼쳐보고는 아니다 싶다가도 옆에 놓인 다른 물건 사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고 반듯반듯하게 접어놓는 것보다도 그냥 "골라골라 골라잡아"분위기로 쌓아놓는 것이 더 효과적인듯 하다. 전투적으로 좋은 물건을 발굴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라0-

 

서초 양재벼룩시장 미니사이즈 의류(특히 하의)는 영 처치가 어렵다. 그리고 신기한 사실은 '이걸 과연 누가 사갈까' 싶은 것들이나, 아버지 어머니들의 펑퍼짐한 옷들이 더 잘 나간다는 것이다. 세상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취향이 모두 나같지 않다는 것을 진정 실감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내 옷보다도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등등으로부터 모두 긁어오자.

 

서초 양재벼룩시장 또 하나 놀라운 것은 1000원짜리 가방, 티셔츠 하나 사는데도 사람들은 부인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뒤집고, 살펴보고 정말 진지하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인가, 사이즈가 맞는가가 제일 우선이었다. 껌값으로 가져가서 안맞거나 영 안내키면 그냥 미련없이 버려도 될 법한데도, 얄짤없다. 진정 합리적인 소비의식에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12~1시 정도쯤 이르러도 슬슬 더이상 물건이 안팔린다 싶으면 미련없이 툭툭 털고 일어나자.  2시간 더 기다려서 티 한장 더 판다고 생각하면 시간대비 손해다. 집에 정말 다시 가져가기 싫은 남은 물건들은 옆자리 아주미에게 기부하거나, 음료수 자동판매기 옆에있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옆에 얌전히 놓고 오면 된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자리를 털고 이제 느긋한 마음으로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자. 그러나 사실 이쯤이면 웬만한 좋은 물건은 이미 다 사라지고도 남은 시간이니 그닥 기대안하는 것이 좋다. 애당초 개장시작하자마자 내자리판을 벌리기 전이나 일찌감치 다른 곳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사실 서초구청을 가득 메는 퀘퀘한 냄새와 복닥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리는 일은 불편하기도 하고 그리 낭만적인 것도 아니다. 대학교 잔디마당에서 하는 그런 알콩달콩한 차원의 벼룩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눈과 가슴으로 확인하는 체험은 분명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주섬주섬 느릿느릿 자리를 펴는 노부부..

저런 것도 함께 해? 할만큼 함께 장사를 나온 남녀커플.. 

개구라를 치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상인들..

보편적인(?) 옷이라곤 단 한장도 없었던 스타일리쉬한 아가씨..

주인을 잃고 달려가는 한 마리의 강아지 때문에 술렁대는 인심..

중고품장사를 생업으로 하며 조직 수준의 연대가 느껴지는 상인들..(한편 적이 되기도 한다)

등등.. 식상한 단어긴 하지만.. 이런걸 정말 '사람냄새'라고 표현하면 되는거겠지?

판매원의 입장과 심리를 느껴본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살거니?..말거니..?' '살까..말까..'.. 무언의 짧막한 순간에도 두 사람간의 신경과 두뇌는 차라라락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적극성도 느는것 같고.. 횟수를 거듭할수록 나도 곁다리 바람잡는 멘트가 많이 늘었다.

 

서초 양재벼룩시장 마지막으로 모두와도 함께 나누고 싶은 정리쟁이 용마의 생활신조이자 캠페인은 말이지. 내년엔 입어야지..싶지만, 닥치면 또 절대 꺼내입지 않은 옷, 신발, 가방, 악세사리  등등 제발 가차없이 처치하자. 자신의 수납공간은 더욱 넓어지고,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좋다. 뭐니뭐니해도 심플한 인생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