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광대가 되고 싶었다.

정창영2006.09.24
조회59

스무살에 광대가 되고 싶었다.

 

 

아니 실은 훨씬 이전부터 광대가 되고 싶었다. 광대라고 다 같은 광대는 아니고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연출가가 되고 싶었다.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나오는 그런 영화 감독이 되거나 아니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나오는 그런 드라마 피디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은 한동안 막연한 몽상의 세계에 흐르다가 고3이 되는 순간 현실로 명확해졌다. 그래 신문방송학과를 가자. 연극영화과는 잘 생기고 키 큰 배우지망생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축의 꽃돌이가 아니니까 내 깜냥에 맞게 신방과를 가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건 전적으로 MBC와 KBS 탓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천국이나 내일은 사랑 따위 캠퍼스 영화들엔 언제나 신방과 아니면 연영과 학생들이 나와 오로지 꿈과 사랑 그리고 사랑만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도, 내 대학 생활도 그럴줄로 알았다.

 

 

어쨌거나 신방과에 진학을 하고 나서 이 문제는 다분히 현실성을 갖게 됐다. 몇몇 드라마 쪼가리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흉내내다 군입대를 하게 됐다. 한때 학교를 때려치고 영상원으로 진학할까도 고민해 봤지만 그건 정말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착실히 군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순간 방송국 PD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모래시계를 만든 김종학 피디처럼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만들다 짬이 되면 나도 영화사를 차리자고 마음 먹었다. 언론고시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장엄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참 많이 달랐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었다.

 

 

어려서부터 제법 글을 잘 쓰고 제법 재미나게 말한다는 칭찬을 들었기에 난 이야기꾼으로 재주를 의심치 않았다. 한때 개그맨 시험을 보라고 할 정도로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이던 시절이 있었건만. 그건 아마추어 수준의 이야기일 뿐이다.

 

 

꿈과 현실의 간극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꼴과 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깡으로 버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그대로 밀어붙이다가는 꽝하고 끝날 뿐이었다. 그래서 인생의 방향을 확 돌리기로 했다. 그러나 꿈은 꿈대로 소중한 법이기에 그 마지막 끈마저 놓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또다른 꿈을 좇아 새로운 세상을 향하지만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이 기분좋은 일상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가장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기는게 더 행복한 길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람의 꿈이 한가지일 수만은 없다.

 

 

더구나 꿈과 직업을 동일한 잣대로 여길 필요도 없다고 믿는다.

 

 

나는 좋아하는 글을 쓰며 당분간 이렇게 살 생각이다.

 

 

능력이 된다면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고 드라마 각본도 만들고 싶고 심지어 시집을 한권 출간해보고 싶기도 하다. 수필집은 필수다.

 

 

내가 쓰는 글에는 출처도 없고 족보도 없지만 그래서 더 자유롭고 형식이나 장르의 관습을 거부한다. 글쓰기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으므로 더 편하게 글을 쓰고자 할 뿐이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어떤 소설이, 시가, 수필이, 칼럼이,

 

 

만들어질지는 모르지만 그저 재미있게 봐주기를 바랄 뿐이다.

 

 

스무살의 광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이제 스물여덟의 백수가 되었지만

 

 

첫사랑에 대한 애정만은 여전하다는 것을 그저 당신만은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