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조민정200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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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2005 푸른숲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직 나는 시를 느낄 줄 모른다. 소설의 문체나 시의 아름다운 표현을 의식할만큼의 시각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시는 트집을 잡으면서 그나마 알고 느끼려 했고 소설은 단지 스토리 위주로 생각하고 느꼈다. 명색이 국어와 문학을 교육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를 더 보고 싶어했다. 강동원과 이나영 두 사람이 나온다는 것 만으로도 매력적인데, 예고편만 보고도 눈물이 나올정도로 멋있었다. 원작을 읽으려 했지만 소설을 보는 것은 항상 영화를 본 다음이 됐어야 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영화를 먼저 봐야만 했다.

 

 책을 여름방학때부터 예약 신청했건만 보게 된것은 영화가 개봉하고나서 1주일이 지난 다음쯤이었다. 친구들과 영화보기로 약속을 한 전날, 인터넷도 맛이 가고 컴퓨터 역시 정상 상태가 아니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집은 것이 이 책이다. 정말 영화 보기 전에는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소설을 보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울어봤다. 영화 예고편을 볼 때도 그랬는데,, 입속에 이의 부분이 간질 간질하면서 가슴속이 답답하면서 꾹꾹 거리는 울음이 나오고 아..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을정도로 소설을 읽고 몇번인가를 계속 읽었다.

 

"미안하다. 용서하려고 왔는데...... 수녀님이 아직은 안 된다구 했는데도, 내가 고집 피워서 왔는데, 미안하다.....아직은 다는 못하겠다......얘야, 미안하다. 널 보니까 우리 애가 자꾸 떠오르고 네가 미워지려고 한다. 오기 전에 그러지 말자고 밤새워 한 잠 못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미안한다. 왜 그랬냐고, 꼭 그래야만 했느냐고...... 네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지는 구나. 날 위해서 기도해 주겠니? 얘야 , 네가 착하게 생긴 게, 네가 잘 생긴게, 네가 이렇게 떨고 있는 게 나를 더 힘들게 하는구나. 그래도 내가 또 오마. 진짜로 널 용사할 때까지......오마......여기가 좀 멀고 차비가 비싸고 하니 자주는 아니겠지만, 명절에는 꼭 오마. 떡 해가지고 오마....... 그때까지 죽지......말고.,....."

 

 사실 그 전에는 사형 집행을 미루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미 죽이기로 정했으면 그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여주려는 배려로 빨리 죽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었다. 오히려 집행을 미루는 것이 사형수들에게는 형벌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피해자의 가족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일거라고......

 

그래서 그  할머니. 피해자의 어머니의 방문이 더 슬펐다. 사람의 죽음을 대신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살인범을 죽이는 것이 그 피해자 혹은 그들의 가족들을 위한 가장 큰 배려일까? 아니면 그들을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제3자의 우쭐거리는 가식일까?

 할머니가 보여주는 그 거룩한 용서를 원하지는 않아도 또다른 죽음을 가져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그것은 정말 더 쓸모없는 죽음일거라고, 단지 무기수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형을 하는 거라면 난 이제부터는 사형제폐지에 강한 찬성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죽여야 한다고 법이 결정한 인간이 죽을까봐 링거를 놓았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희극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살려서 그렇게 죽인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렇게 살려서 그렇게 죽인다. 그 판단을 사람이 하고 있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이제는 인위적으로 인간이 하는 지금 현실이.... 갑자기 신물이 나기도 했다.

뭐 언제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그 차림이 썩 좋지는 않다.

 

 

" 사랑하는 사람이 존댓말로 이야기 하는 거, 처음이었어요.

     당신이라고 부른다는거......

 우리 말이 참 좋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

 

 점점 변화하는 윤수. 그 이유는 생각을 한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을 좀더 여유있고 편한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기에 바쁘고, 아버지의 주정, 폭력, 앞을 못보는 동생의 뒤치닥거리, 그리고 동생의 죽음, 사랑하는 여인의 수술, 그리고 범죄,인질극, 사형집행 그리고 그 집행만을 기다리는 죽음같은 한치 앞을 예측못하는 사형수로서의 삶. 그래도 의식주는 해결이 되니까 점점 앞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지 않았을까? 윤수의 삶은 감옥에 있는 편이 밖에 나와있는것보다 경제적으로는 더 풍족했을지도 모른다.

 현실의 그 상황에서는 시집을 볼 시간을 가질 수도, 성경을 볼 수도 없는, 그런 것이 불 가 능 한 상 황 이 었 다.

 

 

"유정이 누님, 나 생각했는데......처음올 살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 수갑 찬 손으로라도

아이들한테 편지를 쓰고, 나 수갑 찬 손으로라도 여기서 있는 힘껏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사랑 전하면서 ...... 평생 그렇게 피해자들 위해 기도하고 속죄하면서...... 여길 수도원처럼 생각하면서 살면...... 나 그렇게라도 살아 있으면 혹시 안 될까, 염치 없지만, 정말 염치없지만 너 처음 그런 생각했어요....... "

 

담담하지만 그러나 살고싶은 의지가 뭍어나오는 이 말에

눈물지을 수 밖에 없었다. 죽는 순간에 동생이 좋아하던 애국가를 부르면서 죽음의 공포에 떠는 윤수의 모습을 지켜보기 힘들어서 울었다. 유정이 기적을 만들고자 엄마를 용서하는 모습 역시 너무 아려서, 싸해서, 너무 아파서 청승맞게 혼자 울었다.

 

"발버둥 치기 시작했어요. 그 마지막 눈빛은 공포로 질려 있었어요. 집행관들이 서둘러 그애의 얼굴에 용수를 씌우자, 윤수가 소리쳤어요. 신부님,살려주세요,무서워요.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서워요......나는 더 이상 그애를 쳐다볼 수가.,,,,"

 

누군가는 윤수는 그래도 세상에 없는 사랑을 알고 세상을 떠나서 행복했을거라 했지만 난 정말 유치하더라도, 엄청난 신파극같더라도, 어린아이에게 눈가리고 아웅하는거라도 해피엔딩을 강력하게 원했다. 이런 윤수가 죽지않고, 무기수로, 더 나아기 누명을 벗길 그리고 하고 싶은 착한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이미 죽었는데 그런 착한 마음을 가져봤자 뭐하냐. 현실속의 사람들은 너무 못되고 자기밖에 모르는데 착해진 사람을 보내버리면 이 세상의 선(善)의 평균은 더 낮아질 거라면서 시니컬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남겨진 유정이에게는 그나마의 희망이 남아있다는 거. 윤수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지금 살아있는 유정이를 살아있게 하는, 유정이에겐 더 행복했던 우리들의 시간이었다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을 치유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할말이 정말 많았는데............

 

누가 시키지 않고 이렇게 감상문을 쓰는 것은 정말 흔한일이 아닌데.

 

이 꼭두새벽에 이것은 꼭 쓰겠다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 다음 대사를 말할정도로 하루만에 엄청나게 읽어버렸다. 영화를 먼저 볼껄 영화를 먼저 볼껄 이란 후회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말 이런 수녀님이라면 나도 성당에 나가겠다 싶은 모니카 수녀님과 수더분한 꼴통 이주임님. 이 분들이 부각이 안된 것 같아서, 영화는 너무 신파로 치달아서, 내가 좋아했던 부분이 많이 사라져서 안타까웠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행복해지고 좀더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나의 청승맞지만 행복한 그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p.s. 강동원은 죄수복을 입어도 멋지고 가스배달부를 해도 멋지고 머리를 길러도 멋지고 잘라도 멋지고 이나영은 담배를 피워도 순수해보이고 울어도 예쁘고 짜증을 내도 귀엽고.... 암튼 그랬다고요.

 

이것으로 강동원은 '형사' 이후부터 점점 순위 상승중.

물론 내 마음속 순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