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 중에서...

윤지영2006.09.27
조회2,905
그남자... 그여자... 중에서...

 

그녀는 아마 오지 않을 겁니다.

처음부터 오지 않을 가라고 말했으니까요.

 

나는 이곳에 두시간째 앉아 있지만

꼭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시간이 남아서 이곳에 계속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곳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녀는 귀찮아서 혹은 더이상 나한테 할 말이 없어서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기다릴 것 같아서

혹은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그녀는 삼십분 전 급히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택시를 탔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 건물 반대편에 도착했겠죠.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분 후에 그녀는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아니 생각에 잠겨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삼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러니 그녀는 오분 후에는 이 곳에 도착할 겁니다.

 

꼭 도착할 겁니다.

 

 

 

가지 않았어요.

가지 않겠다고 말했으니까요.

 

사실은... 가려고 했어요.

약속 시간을 이십분 남겨놓고 집을 나섰죠.

 

지금까진 한 번도 그런적 없지만

오늘은 마지막이니까 어쩌면 기다릴 것도 같아서...

 

택시를 탔죠.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말하고는

택시에 몸을 묻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았어요.

그래도 갔다면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랬다면 내가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됐겠죠.

언제나처럼...

 

그래서 택시를 돌렸어요.

기다리는 거 더이상은 하고싶지 않으니까!

 

나는 지난 시간동안 그 사람을 시작부터 끝까지

5분에서 2년 2개월까지 끝도 없이 기다렸어요.

하지만 기다림에 지친 내 말을

그 사람은 늘 이해심 없는 투정쯤으로 받아들였죠.

 

두시간이 지났네요.

이미 그 사람은 일어났겠죠.

만약 십분이라도, 이십분이라도 날 기다렸다면

그 사람도 이해했을까요?

 

기다림의 일분, 일초는

영원일 수도 있다는 걸...

 

 

- 이미나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