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그리고 센드위치로 인한 안습....

임수민200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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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같은 시각.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은 눈을 떳다. 몸이 미약하게 떨리는 걸 느끼면서 서서히 일어났다. 이제 정말 가을이라는 걸 실감케 하듯 창밖은 어두컴컴해져 가로등 불빛에 젖어 있었다.

 

일어나서 거실로 향한다. 내가 제 시간에 일어나서 제 시각에 도착할런지.. 일어나면 난 곧 잘 이런생각을 한다. 항상 어딘가에 떠밀려 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약해질 때면 다시 정신 차리고.. 여하튼 시계를 보니 시각은 정각 7시.. 이쯤이면 '늦진 않겠구나..; 싶어 여유를 부려본다. 본래 골초라 난 일어나면 담배부터 찾는다. 역시 여느때와 마찬가지다. 현관문을 열고 주저앉아 담배를 피운다. 여지없이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속쓰림이 찾아온다..

 

나는 피곤한 몸을 푸는데엔 더운 물로 샤워를 하는것 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라곡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사람이다. 왠지는 모르지만 뭉친근육이 풀리는 느낌이랄까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주관적이긴 하지만 하여튼 그렇다. 일어났을 때 몸이 가뿐하질 못하면 하루 종일 침울하기 때문에 일어나면 항상 샤워를 한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샤워만 있다면 조금 전 처럼 담배를 피우고 샤워를 한다. 물론 담배를 안 피우는 편이 몸에 여러모로 좋지만..

 

샤워를 하고나면 내가 제일 꺼려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머리가 반곱슬이기 때문에 머리를 잘 말리거나 누군가가 붙어서 드라이를 해주지 않는 이상은 제대로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을 정도이다. 또 왁스를 바르거나 하게되면 (왁스는 아주 극 소량.. 발라야한다.) 머리가 뭉쳐 가라앉기 때문에 나는 보통사람과는 좀 다르게 하는 편이다.

 

우선 머리에 스프레이를 5번 정도 뿌린다. 역시 뿌린듯 안뿌린듯 하는 편이 제일 낫다. 그리곤 왁스를 손가락으로 스치듯 떠내어 다섯 손가락에 펴바른다. 그리고나서 머리를 살짝살짝 매만져 주는데 모발 힘이 강한 사람한테는 이만한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암튼 이렇게 하면 머리를 만지는데 1분도 안걸리며 다른 방법으로 10분을 공들일꺼 이거면 된다. 왠만한 하드왁스의 3배에 가까운 효과를 보는듯 한데 이 방법을 몰랐을 땐 매일 고생해야했었다.

 

머리를 만지고 나면 이후에는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보통 밥을 먹지 않는 편이다. 정말 일하기 힘들 때엔 먹고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식사를 거르고 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먹을 시간도 빠듯할 때가 많다.) 그리곤 도보로 숙대역까지 내려가는데 보통 5분에서 10분정도가 소요되는 편이다. 오늘은 시간이 남아서 오는동안 샌드위치 가계에 들렸다. 혼자 먹을거면 사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터인데 그냥 이유가 있다면 있어서 오늘만큼은 들렸다. 보통 아침에 퇴근할 때 들려서 한 2개 사다가 동생과 같이 먹는데 오늘은 좀 예외였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보는 (아마도 2교대인듯;) 사람들이 있었다.

 

"XX샌드위치 2개, 그리고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과일주스2개도 같이 해주시겠어요?"

 

"네. 언니 여기 과일 주스 2개요~"

 

숙대가 여대라 그런지 이곳은 항상 여학생들로 붐비는 편이다. 저녁시간이라고 예외는 없었는데 오늘 역시 손님이 만원이였다. 메뉴를 보다가 주문시기를 놓치고 한참 바쁠때에 주문을 건넸다. 그러다가 손님이 빠져나갔을 때였을까? 그냥 뻘줌히 서있는 것 보다는 말을 건네는 편도 괜찮을것 같아서 무슨 말을 꺼내볼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단순히 저녁때엔 몇시까지 하냐고 내가 물었다.

 

"9시 30분까지 하다가..음.. 보통 한 그쯤에 끝나는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웃으면서 고개를 드는 점원의 얼굴을 무심코 쳐다 보았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는것이 의하 할 정도여서 나이를 물었다.

 

"저기.. 죄송 하지만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그러자 그 점원 왠지 당황한 기색이였다. 그래서 왜요? 하고 되물을 줄 알았는데 한참 뜸들이다가 나이를 말했다. 알고보니 나보다 1살 연상이였다. 난 혹시나 동창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뭐 동갑이였어도 그 이상의 말은 꺼내는것은 나 역시 무리였겠지만..

 

샌드위치와 주스를 건네어 받고 다시 일터로 향했다. 누나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5시에 식사를 했다면 지금쯤 배가 고플만도 했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여서 택시를 타고 갈 맘은 없었지만 소스향기가 은은한 정도가 아니여서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산거 안들고 갈 수도 없고 배고플 누나 생각에 그냥 양손에 들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5분도 안되어서 역에 도착했다.  

 

일하는 곳에 오자 역시나 누나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격일제로 둘이서 일하다보니 힘이 많이 부친데 누나는 별다른 말이 없는 편이다. 물론 힘쓰는것은 내가 다 하는 편이지만 여자에게 벅찬것은 사실. 수고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싸들고온것을 건냈다. 혼자 먹기 그래서 2개 사왔다는 변명은 안했다. 난 솔직한 것을 좋아하니까.

 

누나가 청구서를 비롯한 마무리 작업을 다 끝내고 같이 먹기로 했다. 내가 언제 식사했냐고 물으니 역시나 5시쯤에 먹었다는데 세상에 김밥 한줄 먹었단다. 한 줄 가지고 되냐고 물었더니 솔직히 배가 고파서 혼났다고.. 그래서 작업끝나면 같이 먹자고 했더니 자기 줄라고 사왔냐는.. (그럼 누구 줄라고 2개 사왔을까 후..)

 

여하튼 작업이 끝나고서 우린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서 포장된 샌드위치와 주스를 꺼내었다. 그러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먹으려는 찰나 손님이 분주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나 먼저 먹으라고 말하곤 일을 하려는데 누나가 말하길

 

"그냥 같이 먹자. 응?"

 

"손님 오면 둘 중 한사람은 손님 맞아야 하잖아 그러지말고 내가 좀 이따가 먹으면 되니까 누나 먼저 식사해."

 

"뭐 어때 아까 나 혼자 김밥 먹으면서 할꺼 다했어."

 

"...."

 

"그러니까 같이 먹자 응?"

 

"알았어.."

 

마지못해 그냥 같이 먹기로 했다. 기분이 좋아서 였을까? 먹는 내내 누나는 계속해서 웃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말을 꺼내었다. 내가 본래 말이 없는 타입이긴 하나 밥먹을 때 아무말 없이 먹을 정도의 바보는 아닌지라 분위기도 그렇고해서 말을 꺼냈다.

 

"이거 사오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어."

 

"왜? 뭐땜에?"

 

"숙대옆에 있는데 여대생이 많더라구. 근데 주문하는 내내 쳐다보잖아 난 내가 세수 안하고 나온 줄 알았다니까."

 

"그냥 쳐다본거겠지. 얼굴에 아무것도 안묻었는데 뭘."

 

"암튼 여학생 많아서 주문하기 힘들었는데 핫도그 사올라다가 이거 사왔어 맛은 어때?"

 

"응. 맛있어. 이거 닭가슴살 맞지?"

 

"어."

 

"어. 이렇게 말하지 말라니깐 계속 그러네. 근데 핫도그가 뭐 없었어?"

 

"아니 빵이 지금 없다고 그러던데?"

 

"장사 잘 되나 보네 거기?"

 

"어. 그래서 샌드위치 사왔지 그냥. 근데 사다가 사람들 빠져나가길래 잠깐 안에 쳐다보다가 거기 일하는 점원이 왠지 동창같길래 내가 나이 몇살이냐고 물었거든?"

 

"하하하.. 잠깐 나이를 물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 나보다 한살 위 더라고. 동창이 아니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래? 뭐 그여자가 다른말 안해?"

 

"응."

 

"뭐야 그게. 시시하잖아."

 

"시시할께 뭐있어 별듯없이 물은건데 누나도 참."

 

내가 여기까지 이야기하면서 샌드위치 포장을 풀고 있을때였다. 누나는 그동안 반정도 먹었는데 내가 자꾸 이야기만 해서 답답했는지 아니면 내가 포장을 잘 못 뜯길래 그랬는지 포장 뜯는걸 돕게 되었다. 그러다가 둘이서 같이 포장을 뜯었는데 왠걸.. 우리 둘은 아주 황당한 걸 보게 되었다.

 

"힉..이게 뭐야?"

 

"나...나도 모르겠는데.."

 

포장된 샌드위치. 분명 내가 들고온것은 그랬다. 근데 열어보니 왠걸 그곳엔 샌드위치라고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누나와 나는 한참 동안 뚜렷이 그것을 쳐다보았다. 과연 이게 무얼까.. 안에는 빵과 빵 사이에 있을 닭가슴살과 양배추 그리고 각종 채소 토마토 이러한 것들이 들어있고 그사이에 소스가 발라져 있어야 정상인 샌드위치.. 허나 그곳엔..

 

"그러니까... "

 

"그러니까..?"

 

"그러니까 라니. 여길봐 빵안에 소스는 없고 왜 빵위에 소스가 발라져 있고 상추와 닭가슴살은 밖으로 다 튀어나와 있으며 맨 아래에 토마토가 있는건 뭐지.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걸 내가 알리가 없잖아.."

 

"설마.."

 

"설마..라니..?"

 

"아하하. 아하하!"

 

"..?"

 

"크큭 아하하하하하하!"

 

누나는 웃는걸로 부족해 거의 눈물을 흘려가며 웃는거였다. 난 내가 뭔가를 잘 못 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보다 눈앞에 펼쳐진 해부(?)된 샌드위치를 이해 할 수 없었다는게 더 컸다. 그러다가 번뜩 뇌리속을 스치는 한장면..

 

"..........."

 

"아하하하!! 크큭! 너 뭐 생각났지? 그치?!"

 

"어.."

 

"뭔데 뭐야?"

 

"그러니까.."

 

내가 나이를 물었을 때였나.. 그 점원분 당황해 하실때 샌드위치를 끼워넣고 있었을 때였나. 무슨 빨간통을 들고 있었던게 기억이난다. 그게 아마도 소스가 담긴 통이였던것 같다. 순전히 내 추측이긴 하지만 아마 거의 맞을것이다. 내가 입을열고 그분이 당황하면서 순간 어깨가 흔들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소스를 뿌릴 때 였었던것 같다. 빵안에 뿌려야 하는데 내가 묻는 바람에 빵위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누나는 이미 다~ 알았다는 듯이 이젠 거의 실신 직전이였다.

 

"누나 너무하다."

 

"크크크큭 그런게 어딧어 하하하하하!"

 

"이거 어떻게 먹어야 돼?"

 

그러자 누나가 하는 말..

 

"모...몰라 하하하! 그..그냥 먹어 하하하하하!"

 

"............................"

 

한 10초간 정적이 흘렀을까.. 가지고 온 노력이 헛되이 되는것 같아서 그냥 먹었다. 물론 그 점원을 원망하거나 그런것은 없다. 순전히 내 잘못이기 때문에.. 여하튼 샌드위치 오늘은 좀 색다르게 먹었던것 같았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할 만큼.. 나중에 이 이야길 해주면 그땐 또 어떤 메뉴가 나올런지.. 아 이건 안해야겠군. 누나가 내 샌드위치를 열었다면 어떤 표정이였을까..

 

 

 

 

생각만 해도 대략 안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