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대한 소고

김경선20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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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제일 싫은 계절은 가을이었다.

가을이라는 어감 내지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추색함.

쓸쓸한 계절, 떨어지는 낙엽 등 나에게 매력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런 계절이었다. 오히려, 가을이라는 단어가 주는 우울함을 떨칠길이 없어서 정말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난 가을이 좋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아직까지도 겨울이긴 하지만

가을이 주는 묘한  향기가 좋아졌던 것이다.

 

대학 3학년쯤 어느 가을날이었을까

학교에선 축제가 열려서 여기저기 소란스러웠다.

친구들하고 집으로 가려던 중 뒤를 돌아본 가을 하늘.

앗!

감탄사가 나올정도로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석양이 지면서 빨갛게 물든 하늘과, 때마침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한줄기, 그리구 축제로 인한 들뜬 열기등..

순간 가슴에 찍힌 그날의 영상은 아직도 선선하다.

집으로 가려던 발길을 멈추고 등나무 벤치에 앉아서 오래도록 머물러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부터인가보다.

가을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한 것이.

 

회사를 다니면서 지쳐있을 무렵.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 가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키도 작고 생일도 늦었지만  나보다 늘 언니같았고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의지하는 부분도 많았던거 같다.

 

토욜 오후, 퇴근전 그녀의 갑작스런 드라이브 제의를 받고

내 차는 놔두고 그녀차에 동승해서 속리산까지 드라이브를 갔다.

 

가을 햇살은 너무나 깊었고, 아찔했다.

차안에선 의 노랫소리가 계속 울려퍼졌고

국도길을 벗어나 지방도로 들어갔을때는 책에서만 보던

가을걷이가 한참인 시골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노란 들녘, 시리도록 파란 하늘, 우리의 끝없는 이야기 보따리..

그날의 가을 풍경도 색색이 찬연한 그런 영상으로 가슴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을을 좋아하게 된건

가을이 주는 풍성함이 아니라

가을날에 짧게나마 벌어진 어떤 영상, 추억등이 날 그렇게 만들었나보다.

 

올 가을엔 오래도록 걷고 싶다.

얼굴에 잡티가 올라올 지라도, 마냥 햇살을 즐기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때처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하염없이 운전하며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