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전날. 늙은 여우는 오랜만에 출근한 나를 불러세운다. [머리 언제 깎았어?] 이발비가 아까워 동생에게 부탁해 깎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거짓말을 한다. [말년휴가 시작할때쯤 깎았습니다.] 불편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갸웃거리는 여우.. 1년 5개월을 저 눈빛을 참아가며 살아왔다니 내 심장이 닳고 닳아 양심을 잃고 절망이 뇌세포마저 잠식해가도 저녀석처럼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오늘, 분명히 전역 전날인데 대대에서 보안검열이 온다며 아무런 꺼리낌 없이 일거리를 던져주곤 오늘 종결지라며 뇌까리곤 실실거리며 면장과 술을 핥으러 가는 늙은이를 보며 내 뒤로 남아 있을 후임 두명에게 처연한 마음이 스몄다. [정말 미친거 같습니다..병장님 없는 동안 2주일 내내 술만 마셨습니다.] 내 분대장 견장을 이어받은 후임은 체념섞인 목소리로 넋두리를 해댄다. 너무 미안해서 징그럽다며 정색하는 녀석을 어색하게 끌어안았다. [돈 많이 벌면... 맛난거 사갖고 올게.] ... 내가 2년동안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미치지 않은 것'이다. 잠시동안 극악한 인간의 내면에 치를 떨다 이성을 끈을 놓쳐 미쳐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를 놓쳤다 다시 되돌려 붙잡고 싶었으나, 죄인은 그럴자격조차 없었다. 1년 5개월. 날 미치게 만들었던 그녀석의 뻔뻔함도 미래의 '민원의 소지'가 될 내 앞에선 여지없이 비굴해졌다. [그동안 고생했다. 앞으로 공부도 잘하고 열심히 살아라. 건강이 최고다..과거는 다잊고..허허헛..내가 부족하긴 했지만 어렵게 하진 않았잖냐..] ...내 입술을 보았을까.. 내 입모양을.. 난 '미친..'이라고 하고 있었는데... ... 시끄럽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악수를 내민손을 흘려보내자 굳은 얼굴로 날 쳐다보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너때문에 정신병 하나 지독히 앓고 가는데 넌 그딴 자존심 하나로 몇날 몇일 내 후임들을 괴롭히겠지. ...더러운...괴물. ...미안하다. 후임들아.. 못난 선임 만나 고생했어.. 그리고 착해줘서 고맙다.
전역 전날. 늙은 여우는 오랜만에 출근한 나를 불러세
전역 전날.
늙은 여우는 오랜만에 출근한 나를 불러세운다.
[머리 언제 깎았어?]
이발비가 아까워 동생에게 부탁해 깎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거짓말을 한다.
[말년휴가 시작할때쯤 깎았습니다.]
불편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갸웃거리는 여우..
1년 5개월을 저 눈빛을 참아가며 살아왔다니
내 심장이 닳고 닳아 양심을 잃고 절망이 뇌세포마저 잠식해가도
저녀석처럼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오늘, 분명히 전역 전날인데
대대에서 보안검열이 온다며 아무런 꺼리낌 없이
일거리를 던져주곤 오늘 종결지라며
뇌까리곤 실실거리며 면장과 술을 핥으러 가는 늙은이를
보며 내 뒤로 남아 있을 후임 두명에게 처연한 마음이 스몄다.
[정말 미친거 같습니다..병장님 없는 동안 2주일 내내 술만 마셨습니다.]
내 분대장 견장을 이어받은 후임은 체념섞인 목소리로 넋두리를 해댄다.
너무 미안해서 징그럽다며 정색하는 녀석을 어색하게 끌어안았다.
[돈 많이 벌면... 맛난거 사갖고 올게.]
...
내가 2년동안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미치지 않은 것'이다.
잠시동안 극악한 인간의 내면에 치를 떨다 이성을 끈을 놓쳐
미쳐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를 놓쳤다
다시 되돌려 붙잡고 싶었으나, 죄인은 그럴자격조차 없었다.
1년 5개월.
날 미치게 만들었던 그녀석의 뻔뻔함도 미래의 '민원의 소지'가
될 내 앞에선 여지없이 비굴해졌다.
[그동안 고생했다. 앞으로 공부도 잘하고 열심히 살아라. 건강이 최고다..과거는 다잊고..허허헛..내가 부족하긴 했지만 어렵게 하진 않았잖냐..]
...내 입술을 보았을까.. 내 입모양을..
난 '미친..'이라고 하고 있었는데...
...
시끄럽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악수를 내민손을 흘려보내자 굳은 얼굴로 날 쳐다보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너때문에 정신병 하나 지독히 앓고 가는데 넌 그딴 자존심 하나로 몇날 몇일 내 후임들을 괴롭히겠지.
...더러운...괴물.
...미안하다. 후임들아.. 못난 선임 만나 고생했어..
그리고 착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