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아쉬운 결말.. <H2>

박혜진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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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아쉬운 결말.. <H2>


 

  한 달여를 미룬 끝에 H2를 꺼내 들었다. 전국이 WBC의 열기로 들끓던 시절부터 어찌나 H2가 생각나던지. 일본이 덜컥 우승해 버려서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방치해 두고 있던 H2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히데오와 데이트가 있는 히까리에게 지나가는 말로 치마가 너무 짧다고 말하는 히로. 히로에게는 각선미를 자랑하며 “보통이지 뭐.”라고 대수롭잖게 대답하던 히까리가 막상 데이트에 입고 나간 것은 긴 바지. 이런 미묘한 설정이 독자로 하여금 H2를 보는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34권에 이르는 대장정이지만 H2는 전혀 지루함 없이 스포츠와 로맨스에 빠져 들게 한다. 보통의 순정만화가 로맨스에, 스포츠 만화는 스포츠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면이 있는 반면, H2는 그 적정선을 잘 유지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로 대결하면서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히로와 히데오. 둘은 이름이 영웅을 칭하는 말로 제목 H2는 두 영웅 히로와 히데오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히로의 오랜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히까리는 현재 히데오와 연인사이. 거기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만나게 된 하루까는 히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면서 네 사람의 관계는 복잡해진다.

  처음 볼 때와 달리 미리 결론을 알고 보는 H2였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재미에 빠져들게 만든 것은 역시 아다치 미츠루의 대단한 재능일까. 늘 식상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소꿉친구인 히로와 히까리의 사랑을 끝까지 응원했지만, 작가는 끝내 히로에게는 야구에서의 승리를, 히데오에게는 히까리의 사랑을 선사했다. 젠장.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H2가 순정만화라면...

  대부분 순정만화에서 이런 경우, 여자 주인공은 덜렁거리지만 예쁘고 명랑한 하루까.

  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 하루까는 히로라는 남자 주인공에게 반하게 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히로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소꿉친구인 히까리와의 첫사랑을 간직한 소년 히로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하루까를 멀리한다. 하루까의 진심이 통해 드디어 마음을 열기 시작한 히로. 그러나 바로 이 무렵, 히로에게 첫사랑 히까리가 등장하고 히로의 마음을 흔들게 된다. 이 경우, 대부분 순정만화 독자들은 하루까의 사랑을 응원하고, 히까리는 악역으로 미움을 사게 된다.

  그러나 H2에선 그 반대가 아니었을까. 대부분 히로와 히까리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슬퍼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인가. 암튼, 결말이 조금쯤 쓸쓸하긴 했지만, 과정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