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채울 수 없었던 사랑의 환상

장미란2006.09.29
조회26
네가 채울 수 없었던 사랑의 환상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 할 두가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라는 이유로

기어이 하고 마는 그 두가지...그건 바로,'거짓말'과 '질투'.

 

난 너를 만난 이후로, 평생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같은

거짓말이랑 질투를 다 해본 것 같아.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서도, 질투를 하면서도, 내 사랑 앞에선

떳떳했어.

다, 사랑 때문에 괜찮을 거 같았으니까.

 

사람은 혼자서는 안 되잖아?

나 역시 혼자라는 게 싫어서 사랑을 했는데

사랑을 하면서도 언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난 전부를 걸었던 거야.

 

니가 몇 살인가도 중요하지 않았어.

니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고, 무엇을 위해 지금껏 갈아왔는 지도

중요하지 않았어.

니가 내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도

중요하지 않았거든.

 

저녁도 안 먹고 잠이나 자려고 누웠는데 그거 알아?

왜 요즘 침대에 눕기만 하면 니 생각이 더 쏟아지는 건지.

 

혼자 극장에서 마지막 회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문득, 외롭고 춥다는 기분이 들었어.

뭘 떼려고 들어갔다가 뭘 붙여서 나온 기분이야.

나 다시는 사랑 얘기 나오는 영화 같은 건 안 봐야겠다.

 

 

 

극장에서 너 봤어.

내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데 누가 내 앞쪽에 앉더라.

어두운 극장 안에, 난데없이 니가 쓰는 스킨냄새가 풍겨왔어.

그래서 넌 줄 알았지. 그 스킨 내가 사준 거잖아.

 

아는 척하지 않았어.

나, 너 다신 안 보기로 했잖아.

난 내가 원하는 사랑이 있었어.

이 사랑이 처음이었다는 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사랑에 대한 환상 같은게 있었던 것 같아.

니가 채울 수 없는 환상 같은게.

 

하지만 내 그거에 비해 니 사랑은 강하고, 전투적이고,

니 자신을 목마르게 하고, 그러면서 나를 피 마르게 하잖아.

널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난 그 사랑이 왜 그렇게 숨 막혔을까

 

영화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난 아니야.

니가 나를 생각해서 한다는 질투도, 거짓말도 이제 나한텐

아무 상관 없는 게 돼버린 거야.

나랑 아무 상관없는 저 영화처럼.

 

극장에서 너 몰래, 먼저 나오면서 어둠 속에서 약간 울컥했었어.

어둠 속에서 슬쩍 휘청하는게

그 어둠이, 너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커다란 비닐봉지 같았거든.

그 안에 갇혀 있으면 공기가 없어져서,

어떤 사랑도 숨을 쉴 수 없는 검은 비닐봉지.

 

좋은 사랑 해. 너와 어울리는 사람이 올 거야.

네 사랑의 방식을 인정해줄 누군가가 곧 나타나겠지.

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