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 Scoring Position

차승한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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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의 홈페이지 (www.rockwillneverdie.com) 를 들어가 보면 한국 프로 야구 역사상 두 번 다시없을 기록을 장식했다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로고가 보인다. 왜 하필 삼미일까. 우연의 일치처럼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발간되었던 2003년, 달빛 요정의 첫 번째 앨범 'Infield Fly'도 나왔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세계 프로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유일한 (아마도) 팀일 뿐더러, ‘18연패’ 를 기록했던 유일한 (아마도) 팀이다. 박민규의 말대로라면, ‘잡기 힘든 건 잡지 않고, 치기 힘든 건 치지 않는다.’ 던 삼미 슈퍼스타즈였던 것이다. 그래, 왜 하필 삼미일까. 그것은 달빛 요정의 미학, 실패한 인생에 대한 자학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야구에서 Infield Fly 선언이란 간단히 말해 타자가 친 공이 아웃이나 다름없다는 선언이다. Infield Fly 선언을 받은 공을 바라보는 타자의 심정은 어떨까. 1루로 뛰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그냥 돌아가야 되나. 20문제 중에서 18문제를 풀 수 없는 수학 시험지를 붙잡고, 마지막 두 문제라도 열심히 풀어야 되나, 그냥 대충 찍고 잠이나 잘까. 하는 심정과도 같을 것이다.


그 가망 없는 공을 바라보던 달빛 요정이 지금은 Scoring Position (이번 앨범 제목)에 서 있다. 이 번 공만 잘 치면, 득점할 수 있는 Scoring Position. 세상에, 나 정말 미쳐버리겠다, 라는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도 물론 그만의 ‘자조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 나를 그냥 가지고 놀아도 좋다는 ‘구걸’, 그저 자신은 그녀의 파멸의 콜렉션일 뿐이며, 그녀에 대한 노래로 돈이나 벌었으면 좋겠다는, 타이틀 곡 ‘파멸의 콜렉션’등.


하지만, 1.5 집으로 피해가고 싶었던 'Sophomore Jinx'(1.5집 앨범 제목)가 이제야 드러난다. ‘Show me the money'를 작정하고 만들었던 1.5집에서도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되‘로 적시타를 날릴 수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어차피 난 이것 밖에 안되‘로 이어지는 만루 상황을 힘 있게 밀고나갈 만한 ’이승엽‘ 트랙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나는 매일 조금씩 단단해져‘ 같은 말쑥한 사운드의 ’박용택‘ 트랙으로 만족한다.


20대에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대로 그의 장기인 가사마저, ‘혼자만의 에로티시즘‘ 이나 ’제육볶음의 비밀‘같은 곡에서는 치기어린 ‘애매함’이 느껴진다. 차라리 1집 앨범의 ‘유리’같은 이지 리스닝 발라드 트랙이 들어있었다면 나았을 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변칙 플레이었다는 듯이, 그러한 트랙은 선보이지 않는다. ‘이제 일년’이나 ‘멋지게 끝내자’같은 스위트 트랙에서도 그만의 투박한 사운드는 그대로 남겨둔다. 이것은 그가 생각한 나름의 타협일까.


앨범이 정식으로 유통되도, 음원이 팔려도, 공연을 뛰어도, 이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좀 있어도, 어떻게 해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배고픈 것도 여전하다는 그의 절박함이, 이런 타협에서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브리트니 스피어스 앨범을 툭 던져주고, 그런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기획사에서 일 했을 때 보다는, 그래도 지금이 낫다고 생각하지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