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성균관대 무용학과 임학선 교수

안현정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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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성균관대 무용학과 임학선 교수
 기자가 만난 사람, 성균관대 무용학과 임학선 교수

“문묘(文廟) 일무(佾舞)의 원형 복원은 저에게 정신문화의 복원과 같습니다“

성균관의 안팎이 추기 석전준비로 한창 바빴던 지난 20일,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문묘일무가 이번 석전에서 새롭게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기자의 귀에 들려왔다. 기자가 처음 일무를 접한 것은 지난 2004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예외 없이 진행되었다는 석전대제는 유교신문과 인연을 맺기 전에는 단지 때가 되면 행해지는 교내 전통행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석전을 접하면서, 64명의 무용수가 모여 붉은 물결을 만들어내는 일무의 강렬함은 문묘제례악과 어우러져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절제된 힘을 느끼게 했다. 전통무(傳統舞)에 무지한 기자의 눈에도 그랬을 진데, 전문가적 식견을 가졌던 임학선 교수의 시선은 어떠했겠는가. 

21일, 이번 석전에서 일무의 변형된 춤사위(춤의 모양새)가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에 일무복원과 관련한 여러 개의 질문지를 하나 가득 준비해 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무용에 문외한인 기자에겐 질의문을 만드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닐 진데, 임 교수는 두 장에 걸쳐 빼곡히 나열된 글자들을 한눈에 되짚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말을 이었다. “일무를 처음 접한 건 성균관대에 부임해 온 1998년이었어요. 당시 제 눈에 비친 일무는 단지 제례무(祭禮舞)에 지나지 않았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춤사위 하나하나에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무의 모든 것을 밝혀내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여러 번에 걸쳐 ‘문묘일무의 원형 복원을 위한 학술시연’ 등을 소개돼 관련학자들과 세간의 관심을 불러들였고, 드디어 완성된 형태의 일무를 석전을 통해 시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는 이어 “1980년 반궁예악서를 근거로 복원된 일무는 문헌자료의 충분한 고증 없이 진행돼 춤추는 방향과 동작에서 근본의미와 상징을 드러내기가 어려웠다”며, “25일 추기 석전이후, 일무의 상징성이 오늘에 맞게 되살아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25일 석전대제 중에 만난 임 교수의 눈빛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는 “가장 기다리던 순간입니다. 일무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 확연히 드러날 겁니다”라며 흥분된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문묘제례악과 함께 64명의 무용수들이 한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제자리에서만 가만히 추어졌던 일무의 춤사위가 앞으로 세 발짝 걸어 나아가고 뒤로 세 번 물러나는 ‘삼진 삼퇴(三進 三退)’와 세 번 읍하고 사하며 겸하는 ‘삼읍 삼사 삼겸(三揖 三辭 三謙)’의 구조를 이루어 '공경-사양-겸손'을 나타내는 형태로 변화된 것이다. 유교의 예를 온전히 담아내는 듯한 일무의 움직임은 흡사 조선시대의 유교정신이 부활한 듯한 모습으로 대성전 마당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지난번 임 교수가 일무에 대해  언급했던 의미들이 한 순간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무는 춤의 명칭이 아니라 형식입니다. 가로 세로 8명씩 64명의 무용수가 담아내는 그 움직임 속에는 조화를 강조한 동양 사상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혹자는 중국의 무용을 연구한다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지만, 문묘일무를 연구하고 유럽과 동아시아 각국에 우리의 일무를 소개하는 이유는 중국이 선사(先師)로서 공자를 추앙하는 것과 달리, 배타주의로 점철된 오늘의 세계가 ‘인(仁)’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임 교수는 석전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28일 중국 곡부에서 행해지는 석전대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공자를 문선왕으로 모시는 우리와 달리, 중국은 현재 공자를 선사로 모시기 때문에 8일무가 아닌 6일무를 추며, 특히 공자가 관광산업의 세계적 코드로 부각되면서 청나라 형식으로 추던 일무가 명나라 형식으로 변형될 예정이라고 했다. 떠나기 전, 중국의 일무가 동북공정을 비롯한 중국의 정치적 이슈와 연관된 점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는 이번 곡부에서의 석전 참관 이후에나 제대로 된 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석전행사에 참가 후, 일무 소개를 위해 10월 초 프랑스를 방문한다는 그의 계획표 속에는 과거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해 왔던 정신문화의 복원이 자리 잡은 듯 했다.

중국에서 전래받은 전통춤의 한 양식으로서가 아닌, 어진 마음으로 타인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우리 유교문화의 정신이 한국의 석전일무를 통해 세계 각국에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그의 일정표 속에 내재한 듯 하다.      

〈安炫貞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