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문화, 좋은가 나쁜가? - (70)

하중호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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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성격은 급하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의 급한 성질 BesT 10’이라는 것이 있는데 몇 가지만 추려보면..외국인은 자판기의 커피가 나온 후 불이 꺼지면 컵을 꺼내지만, 한국인은 자판기 커피 눌러 놓고 컵 나오는 곳에 손 넣고 기다린다. 외국인은 사탕을 빨아 먹지만 우리는 깨물어 먹다 이빨 부러진다. 외국인은 ‘그영화 어땠어? 연기는?’하고 묻지만 한국인은 ‘아 그래서 끝은 어떻게 되었어?’라고 묻고, 외국인은 인도에서 손들고 택시를 잡으나 우리는 길에 뛰어나간다는 등 다소 부정적이다.

외국인도 한국인을 '빨리빨리'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고, 세계 제1의 교통사고와 제왕절개, 빨리가기 위한 곡예운전, 그리고 음식점에서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한국인으로 유명하다. 아픈 기억으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문제점이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빨리빨리’가 70년대 초 근대화 과정에서 과도한 성장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과정보단 결과가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었던 것으로 본다. 아무튼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한국문화가 ‘빨리빨리’라고 할 정도니 이젠 ‘빨리빨리’가 우리문화로 정착한 것 같다.


빨리빨리 문화가 부담이라면 옛 선조들의 느림의 미학을 본받으면 되지만, 첨단시대에 오리혀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의 ‘빨리빨리’는 한국을 세계 최고의 인터넷 왕국으로 만들고, 가전제품 등 수출품도 A/S가 빨라 유럽 등 세계시장의 주부들이 환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이뤘고, IMF경제위기를 2년여 만에 극복했다. 월드컵 때는 700만이 거리에 쏟아져 외신들이 '조작'이라고까지 한 열정의 나라인 우리는 1승도 못하다가 갑자기 세계4강을 뚝딱 해냈으며, 세계 각 우수대학의 1등자리를 휩쓰는 미스터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속도의 경제학은 비단 단거리 육상경기에서뿐 만이 아니라, 기업체의 최고 경영자들에게도 미학이 아닐 수 없다. 스피드경영은 경영자들이 떠받드는 시대정신이 되었으며, 서구에서 정보통신이나 신경영이라는 주제 아래 만들어지는 새로운 용어를 보면 우리가 과거 빨리빨리 문화로 풀고자 했던 상황들을 재연하고 있다. ‘빨리빨리’는 이미 서구기업들이 배우고 있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IT기술의 발전으로 신속한 대응 능력이 더욱 증대하면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실시간 기업(RTE/Real-Time Enterprise)의 개념도 따지고 보면 그 지적 재산권이 우리나라의 것인 셈이다.


속도중시의 문화는 한국인의 소중한 무형자산이다. 우리는 고유문화에서 경쟁우위의 자산을 발굴하고, 우리의 DNA 속에 내재돼 있는 여러 장점들을 제대로 살려내야 할 때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 경쟁시대에 ‘빨리빨리’라는 우리만의 잘 정리된 방법이 큰 힘의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국제화시대에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외국인이 다 학습해 가기 전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걸러내고 우리들의 속에 살아 숨쉬는 ‘빨리빨리’의 강점을 잘 가꾸어 경쟁우위의 요소로 삼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