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모스와 티스베(그리스 신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임아영20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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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모스와 티스베(그리스 신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사랑이야기ㅠ_ㅠ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가련한 그대여. 자신의 생명을 제 손으로 거두었네. 나에게도 그만한 사랑과 용기가 있답니다. 지금은 내가 피를 흘릴 시간. 그대의 죽음을 불렀던 나는 이제 그대의 동반자가 되렵니다. 죽음이 그대를 나로부터 떼어놓았지만 나는 죽음을 통하여 그대에게 달려갑니다." 티스베가 사랑하는 피라무스(자신의 연인이 사자에게 죽음을 당한 줄 알고 자결했음) 의 죽음 앞에서.. "죽음이 그대를 나로부터 떼어놓았지만 나는 죽음을 통하여 그대에게 달려갑니다." 이 문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아ㅠ_ㅠ 아무리 들어도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 피라모스와 티스베라고 하는, 앞 뒷집에 사는 총각 처녀가 있었대. 피라모스는 동방에서 가장 잘 생긴 총각, 티스베는 동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였다지. 가까이 사니까 자주 만나고, 자주 만나니까 정들고 그랬을 테지. 처음에 이들 사이에 싹 텄던 것은 우정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 우정은 사랑으로 깊어졌겠지?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었다면 좀 좋았겠어? 양가 부모들이 못하게 했대. 하지만 결혼을 반대한 부모들도 두 사람의 가슴에서 타는 사랑의 불길만은 어쩔 수 없었어. 두 사람의 가슴을 태운 사랑의 불꽃은 그 뜨겁기가 같았을까, 달랐을까? 아마 같았겠지. 하지만 양가의 부모들 밖에는,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어.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앞집 뒷집을 나누는 벽에는, 이 두 집이 지어질 때부터 갈라진 틈이 있었어. 오랫동안 벽이 갈라져 있다는 걸 안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총각 처녀가 맨 먼저 발견한 거야. 사랑에 빠진 처녀 총각 눈에 무엇이 안 보였겠어? 두 사람은 틈, 이쪽 저쪽에서 목소리만으로 사랑을 나누었어. 무슨 뜻이냐 하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이거야. 피라모스는 벽 이쪽에, 티스베는 벽 저쪽에 마주서서 서로의 숨결을 느끼면서 이 무정한 벽을 원망했을 테지. 이 심술궂은 벽아, 왜 우리 사이를 가로막느냐? 와르르 무너져, 우리가 서로를 껴안을 수 있게 해주면 좀 좋으랴? 우리 욕심이 지나치다면 틈을 조금만 더 열어 입이라도 맞출 수 있게 해주려무나. 너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나마 틈을 만들어주어서 사랑하는 사람의 귀에다 속삭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기는 하지만, 늘 고맙다는 말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건 우리 사랑이 그만큼 진하기 때문일 것이야. 이렇듯이 둘은 벽을 사이에 두고 속삭였어. 밤이 되면 입맞춤은 안되니까 하나는 이쪽에서, 하나는 저쪽에서 벽에다 입을 맞추고 헤어지고는 했지. 다음날, 에오스가 밤하늘을 걷어내고 햇빛이 이슬을 말릴 즈음 두 사람은 다시 벽 이쪽 저쪽에서 만났어. 두 사람은 이날 처음으로 한숨을 쉬면서 서글픈 신세를 한탄했어. 그래서 두 사람은, 밤이 되면 지키는 하인들 눈을 피해 집 바깥으로 나가 함께 성을 빠져나가기로 말을 맞추었어. 두 사람은,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떨어진 채로 벌판을 헤매게 될 것을 염려하여, 성을 빠져나가기 전에 우선 왕릉의 나무 밑에 숨어 있기로 약속했어. 이 나무는 하얀 오디가 주렁주렁 달린 뽕나무로, 샘가에 서 있었어. 두 사람에게 이 약속은 얼마나 황홀한 약속이었겠어? 하루 해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을 테지. 이윽고 태양이 바다에 잠기고 거기에서 밤이 솟아오르자 티스베 아가씨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에 묻혀 집을 나올 수 있었어. 티스베 아가씨는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 왕릉으로 나가 피라모스가 약속했던 그 뽕나무 밑에 앉아서 기다렸지. 무섭지 않았을 리 있어? 하지만 사랑은 처녀를 아주 대담한 여자로 만드는 법이야. 그런데 이를 어째! 사자가 한 마리가 나타났어. 짐승을 잡아먹고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턱을 쳐들고 섰는 사자, 티스베는 좀 떨어진 곳에서 달빛에 비치는 이 사자를 보았어. 기함을 한 티스베는 어두운 동굴로 몸을 감추었어. 그런데 너무 서두르느라고 그만 너울 떨어뜨린 것도 몰랐지 뭐야. 샘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가던 사자가 이 너울을 발견하고는 이 너울을 물어 갈가리 찢어버렸어. 짐승을 잡아먹은 직후였으니, 사자 입에 피가 묻어 있었던 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어? 갈가리 찢어진 너울에 피가 묻은 것도 당연한 일이겠고. 피라모스는 조금 늦게 성문을 빠져나왔어. 피라모스는 흙에 찍힌 이 사자의 발자국을 보았어. 물론 얼굴색이 변했을 테지. 갈가리 찢긴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티스베 아가씨의 너울을 보았을 때, 이 피라모스의 심정은 어땠을까? 피라모스는 티스베가 사자의 이빨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았어. 그는 티스베가 그렇게 되었다면 자신도 죽어야겠다면서 중얼거렸어. "이 밤에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는구나. 티스베는 나보다 오래오래 살아야 할 사람인데…… 아, 내가 죽일 놈이다. 불쌍한 티스베여, 내가 그대를 죽게 하였구나. 한밤중에 이 위험한 곳으로 오라고 하고는,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았으니, 내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 오너라, 사자들이여, 이 절벽 근처에 굴을 파고 사는 사자는 다 오너라. 와서 내 몸을 갈가리 찢어다오. 그 험상궂은 입으로 이 죄 많은 자의 살을 먹어라. 그러나, 보라, 나는 입으로만 죽음을 말하는 비겁자가 아니다" 피라모스는 티스베의 피 묻은 너울을 집어들고, 둘이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그 나무 밑으로 갔어. 그러고는 울면서, 눈에 익은 이 너울에 무수히 입을 맞추고는 또 이렇게 중얼거렸던 거야. "너울이여, 티스베의 피를 마셨으니 이제 내 피도 마셔라. 그럴 때가 되었다" 이러면서 피라모스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자기 옆구리를 푹 찌른 뒤, 있는 힘을 다해 이 뜨거운 상처로부터 칼을 뽑아내었어. 그러고는 쓰러졌을 테지. 땅바닥에다 등을 대고…… 상처에서는 피가 솟았어. 납으로 만든 송수관이 갈라지면, 그 사이로 물줄기가 뿜어져나와 하늘로 치솟지? 피는 꼭 그렇게 솟아나왔어. 뽕나무는 이때 피라모스가 흘린 피에 젖어 보랏빛으로 물들었어. 그 피를 마신 뿌리는 둥치를 통해, 가지를 통해, 그 피를 열매에까지 보내었을 테지. Nicolas POUSSIN (1594-1665), [폭풍이 몰아치는 풍경 속의 피라무스와 티스베] Strormy Landscape with Pyramus and Thisbe, 1651 일이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티스베는 떨면서 동굴에서 나왔어. 애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그랬을 거야. 너무 오래 동굴에 있으면, 피라모스가 걱정할까봐 그랬을 거야. 티스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애인을 찾았어. 어서 만나 사자 때문에 동굴로 피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그 때, 이 티스베의 눈에, 만나기로 한 장소와 나무 모양은 똑같은데 유독 열매의 색깔만 다르게 보이는 것이었어. 티스베는, 기연가 미연가하고 사방을 둘러보다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어. 놀랐겠지. 하지만, 그 쓰러진 사람이 애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놀라움에야 비할 수 없었을 테지. 티스베의 뺨은, 회향나무보다 더 하얗게 변했어. 티스베는 떨기 시작했어. 미풍이 수면에다 파문을 일으킬 때 바다가 떨 듯이…… 오래지 않아 티스베는 애인을 알아볼 수 있었어. 티스베는 울부짖으면서, 죄없는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 그 얼굴에다 눈물을 떨구었어. 애인의 차가운 뺨에 입맞추면서, 그가 흘린 피에다 눈물을 섞었어. 그리고는 울부짖은 거야. "피라모스, 어느 심술궂은 손길이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갔군요. 피라모스, 말 좀 해보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티스베, 당신이 사랑하는 티스베가 이렇 듯이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내 말을 들었으면 이제 고개를 좀 들어보세요" 티스베 라는 말에 피라모스는 눈을 떴어. 하지만 피라모스는,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 무겁기 한이 없는 그 눈꺼풀을 힘없이 들어 잠시 티스베를 바라보고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어. 이번에는 영원히…… 티스베는, 갈가리 찢긴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제 너울과, 비어 있는 피라모스의 상아 칼집을 보고는 또 울부짖었어. 티스베는 그제야 전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던 거야.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 않은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 쯤은 내게 베풀어줄 거예요. 내가 죽어서 당신의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길동무가 되었다고 할 테지요. 죽음이 당신을 내게서 떼어놓았지만, 이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어요. 무정한 부모님들이시여, 내 부모님, 피라모스의 부모님들이시여, 원하오니 저희 소원을 이루어주소서. 뜨거운 사랑과 죽음의 손길이 우리를 하나 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나무여, 이미 내 사랑의 주검을 보았고 곧 내 주검을 내려다볼 나무여, 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주세요" 이렇게 울부짖은 티스베는 그때까지도 피라모스의 체온이 남아 있는 칼을 가슴에 안아 그 끝을 가슴 밑에 대고는 앞으로 고꾸라졌어. 신들은 티스베의 기도를 들었고, 양가의 부모도 티스베의 뜻을 알고는 그 뜻이 이루어지게 했대. 이 나무의 열매, 그러니까 뽕나무의 열매인 오디가 익으면 검붉은 색깔로 변하는 것은 신들이 이 티스베의 기도를 들은 증거요, 화장단에서 나온 두 사람의 뼈를 한 골호에 넣은 것은, 부모님들이 이 티스베의 뜻이 이루어지게 한 증거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