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WITH THE WIND

백정원200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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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WITH THE WIND

최근, 우연히 새벽에 시청하게된 영화 한 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다 컷트되고 남은 2시간 이라는 러닝타임. 하지만, 그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말이다. 클라크 게이블과 비비안리의 모습은 언제나 봐도, 아름답다.마치, 요즘 유행하는 포토샵 사진의 뽀샤시 버젼으로 말이다. 근래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그 어떤 영화가 이 보다 더 긴 여운으로 머릿속에 남을 수 있을까? 글쎄... 상당히 어렸을 때 부터, 텔레비젼 시청 시간대에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았던 관계로 난 꽤 많은 명화들을 보았었다. 러브스토리를 시작으로 벤허, 클레오파트라, 오즈의 마법사, 잉그릿드 버그만의 아나스타샤라던가, 왕과 비, 애수, 카사블랑카, 로마의 휴일, 황태자의 첫사랑,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사브리나.. 뭐, 어떤 것들은 제목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 영상이 기억속에서 불현듯 떠오를 때도 있다. 왜그럴까? ..확실히 과거의 영화와 요즘의 영화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놓여있다. 과거의 것들이 흑백의 고전미를 가지고 있다면, 요즘의 것들은 원색의 세련미? 아니. 세련미를 넘어선 요염함..이랄까? 하지만,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받고 최고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라도,그 영화의 명은 2년을 넘지 못하고 잊혀지는 듯 싶다. 영국에 있을 때 홈스테이서 만난 스페인 아이가 있었다.그는 100여장의 CD가 들어갈 수 있는 씨디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60~70년대를 장식했던 각종 계열의 가수들의 음반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한 아이는, 자신의 우상은 제임스 본드이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라고 말하는 거다. 겨우 13살의 소년이 말이다. 왜? 어째서 그들은, 그렇게 과거의 존재물에 빠져들었던 걸까?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그 당시의 난 정말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왜냐면, 그때의 나에겐 '과거의 것'은 낡고 구닥다리, 유행에 뒤쳐진 쓸모없는 것이란 관념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로마의 휴일'을 비디오로 보는 것 정도로도 '너도 그런것을 볼 줄 아냐'며 그얘들이 놀라워 하는 일이 일어났을 정도로. 내 주위의 아이들은 이미자의 노래나 추억의 만화 주제곡 따윈 부르지 않는다. 하물며, 과거 미친 듯이 좋아했었던 배우를 비난하기 까지 한다. 지금의 것이 아니면 거부하고 고개를 내저으며, 조금이라도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뒤에서 '쟤 좀 이상해'하고 수근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오히려 당당했던 그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외국이라고 모든 사상이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을 고수하는 것은 우리들보다 더 폐쇄적이기까지 하다. 이에 반해 확실히 한국의 문화의 흐름은 빠르다. 어쩌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을 넘어설지 모를 정도로. 또한, 흐름이 빠른 만큼 깊숙히 침투한다. 짧고 굵게..라고 하면 될까? 하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만이 앞으로를 위한 참된 것은 아니다. 지금의 것 위엔 과거의 요소들이 받침되어있다. 그리고 지금의 것이 과거가 될 때 그 위에는 우리가 새로이 보게될 것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추억이 추억만이라고 여기지 말자. 옛날 물건이 옛날 거라고 냉대하지 말자. 수백년 된 손때묻은 골동품이 더 값어치가 나가듯, 언제나 오늘을 이루어준 과거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