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카와 상' 일본문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저이름이 새겨진 상 받은 책. 에 대해서 안 들어본 사람 없으리라. 나는 "뱀에게 피어싱" 이 아쿠타카와 상을 받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저 상에 관심을 가졌었다.
예전부터 참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 헤비니 피아스에 상을 줬던 그 상을 만들었던 원작자가 쓴 소설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아쿠타카와 상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절친한 친구이자, '문예춘추'의 사장이었던 키쿠치 칸이, 젊은나이에 요절한 류노스케를 그리고자 만든 상이다.
류노스케는 태어난지 8개월만에 자신의 어머니가 미쳐버린 모습을 봤었고, 10살때 어머니가 미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직접 봤었고, 그로인해 일생을 정신병의 유전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섬세하고 생에 큰 굴곡 없이 중산층으로서 럭셔리하게 살아온 성장배경이 소설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하더라. 도쿄대 영어문학과 출신. 거기에서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과 만나 사귀었고, 그로 인해 인정받을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기 위해서 헤매기 시작했던건 작년 가을~겨울무렵 부터였다-_-;
학교 도서관은 물론이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찾아 헤매봤다만, 너무 오래된 옛날 책이라서 도저히 읽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았다;;
라쇼몽 자체가 짧은 이야기일 뿐이라서 다른 작가의 소설(꼭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함께 있는 책이 많았었다 -_-)과 함께 끼어있는 채로 책장에 꽂혀 있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그래서는 류노스케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 없을것 같아서 읽질 않았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생각'사 에서 나온 라쇼몽을 보고 살까 말까 참 고심고심 했었는데, 동생이 요양차 집에 오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라쇼몽'을 빌려왔더라. 컴퓨터 쓰는건 동생에게로 밀어놓고 신나게 책을 볼수 있었다.(....)
책은 맨 처음 시작에 류노스케의 일생을 시작으로 단편선 이야기 몇점, 그리고 맨 뒤에 연표로 끝을 맺는다.
2.내용 책은 류노스케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중에서 재미있었던 이야기 네개만 꼽아보자면
1) 라쇼몽 라쇼몽은 헤이안 시대 교토의 입구 역할을 했던 문의 이름이다. 흉흉한 소문이 도는 그 문 앞에서 '백성'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고 있는 노파를 만나게 되고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아내고 있는 노파앞에서 증오심을 느끼고 칼을 뽑게 된다.그러자 노파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야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는것은 당연히 나쁜 일이겠지, 그렇지만 여기 죽은 사람들 모두 그런 일을 당해도 괜찮을 사람들이여. 지금 내가 머리카락을 뽑아낸 이 여자는 말이제, 뱀을 팔아다가 네 마디씩 잘라서 건어물이라고 궁성호위대에 팔러 다녔단 말이여. 역병에 걸려 뒈지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걸 팔러 다녔을 거여. 그것도 말여, 이 여자가 파는 건어물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호위대 사람들이 너나없이 찬거리로 사들였대. 이 여자가 나쁘다고는 안 하겠어. 안그러면 굶어죽을테니 어쩔수 없이 한 짓이지. 그럼 지금 내가 한 짓도 나쁜 짓이라고는 못하지. 이렇게 안 하면 당장 굶어 죽을 테니 할 수 없이 한 짓이여. 이런 할 수 없는 사정을 잘 알던 이 여자는 내가 한 짓도 아마 너그럽게 봐 줄것이여"
라고. 그 말을 들은 백성은 그 노파가 입고 있던 옷을 벗기면서 '그렇다면 내가 옷을 홀랑 벗겨가도 원망은 못 하리다. 나도 그렇게 안하면 당장 굶어죽을 처지요'
라고 대답해준다. 그리고 둘다 모두 찾아볼수 없게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생각할만한것은 무수히 많은데, 가히 좋은쪽으로 생각을 정리할수 없도록 만든 이야기인것 같았다. 애매모호 했달까...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짓'을 합리화 하는 노파를 벌하고 싶었던것인가, 아니면 그 자신이 당장 굶어 죽을것이기에 어쩔수 없다, 라는 이유를 대면 무조건 용서받을수 있다, 라는걸 표현하고 싶었던것인가. 알수가 없었다.
두가지 다 분명 매력적인(뭣;?)생각이긴 했다만 말이야.
2) 코 어느 절의 큰스님의 코가 턱 아래까지 길게 늘어진것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스님은 처음에 자신과 같은 코를 가진 사람을 간절하게 찾다가 수를 찾을수 없어서 제자승에게 방법을 묻는데, 제자승이 온갖 노력을 해서 코의 크기를 줄여주자, 그 코를 보고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타고 생각하다가, 다시 원래의 코 모양으로 돌아가서 마음편히 웃는다.. 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로 당대 최고의 작가에게 극찬을 받게 된 류노스케는 문학계의 스타로 떠오르는 별이 된다 -ㅅ-. 사실 처음 썻던건 라쇼몽이었는데 대중의 반응이 별로라(??) 뜨질 못했었는데, 역시 지위와 권력, 힘이 있는 사람,(이미 대중의 인지를 얻고 있는 인물)만큼 인생에 탄탄대로를 열어주는건 없구나, 하는걸 느꼈다(...어이어이)
인상깊었던 구절은,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에 동정심을 품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이 불행을 어렵사리 극복해 내면 이번에는 어쩐지 뭔가 아쉬운 듯한 마음이 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똑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은 듯한 마음마저 든다. 그리하여 어느새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칫 그 사람에 대해 적의까지 품게 된다.'
사회복지지 전공자인가 내가 들어서 매우 뜨끔한 이야기였다 -_-; 동정심과 조소에 관한 본능적인 인간의 감정을 어쩌면 이리도 바늘갖이 파고 들었단 말인가. 읽는 순간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종교가 없어서 그런걸까. 저 말에 반박할만한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오히려 저 이야기를 그대로 납득해버리고 있는것 같은 자신의 나약함에 짜증이 났었다.
3) 덤불 속 어느 덤불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그 살인사건에 대해 '나무꾼의 이야기' '포도청 관리의 이야기'' 나졸의 이야기' '도망간 여자의 어머니인 노파의 이야기''범인 자신의 자백' '도망간 여자의 이야기' ' 처녀무당의 몸을 빌린 죽은사람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도록 기억을 재구조화 해서 이야기를 꾸미고, 불리할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버리는구나' 하는것 생각할수 있었다. 어쩌면 그러한 면을 처절하게 표현한 소설이랄까나.
하지만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끝을 맺는다. 대체 누가 범인이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맨 마지막 처녀무당의 혼을 빌린 죽은자의 이야기. 에서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조차 누가 범인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 이야기를 꾸며서 읽는이이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은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라고 쓰고 몹시 이상한 기분이었다, 라고 읽는다)
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라는 영화는 류노스케의 이 이야기를 테마로 하고 있다.
4) 지옥변 어느 영주가 화가의 딸을 거두어서 시녀로 삼는다. 그 시녀의 아버지는 다른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것과 다르게 흉측하거나 끔찍한 그림만을 그리는데, 영주는 그에게 '지옥변'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 화가는 자신의 제자를 쇠사슬로 묶거나, 수리부엉이를 풀어서 제자를 쪼게 만든다음 차분히 그림을 그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그림을 완성해 나가게 된다.
한편 영주의 시녀로 들어간 화가의 딸은 아버지와 이름을 같이 한 원숭이 한마리를 귀여워 하여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지옥변의 그림을 완성하기 직전, 화가는 영주에게 '그림의 완성을 위해서는 귀족의 우차가 불타는 모습을 그리고 싶은데, 그 모습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완벽한 그림은 그릴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우차 안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불타 죽는 모습을 꼭 그리고 싶다고.
영주는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우차 하나를 불태운다. 그 안에 화가의 딸을 태워서. 그렇게나 딸을 예뻐했던 아버지였지만 가마에 불이 붙혀지지자 아버지는 타고 있는 마차를 쳐다보기만 하고, 마차에 함께 뛰어든것은 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원숭이였다.
영주의 시녀이자 화가의 딸이던 그녀가 타오르는 장면을 바라보던 화가는 딸이 타 죽는 모습을 팔짱까지 끼고 쳐다보다가 가까운 시일로 그림을 완성해서 영주에게 바치고, 자신도 대들보에 목을 걸어 자살해버리고 만다.
인물들의 감정이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관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2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그런가 주인공 인물들의 감정이라든가 속내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었고, 다만 이야기가 끝났을때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속내는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3.느낌 어쩜 -_-.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깔끔한 느낌으로 똑 떨어지는게 없었다. 올드보이를 봤을때처럼 스탭롤 올라갈때 '죵니 꿀꿀한 기분'을 느꼈던것과 비슷했달까. 짜증이 나 죽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나한테만;?) 계속 읽어나갈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런 이야기에 끌리다니 나란 인간의 자아정체감은 대체 어떤 방향으로 뻗어 있는건가 -_-싶기도 했었고....
재미있게 봤다는 사실로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던 책이었다.
하지만 좋은 결말, 완결된 결말을 보면서 개운해라 했던것과 달리 작가가 마쳐버린 이야기 안에서 읽어가는 사람 자신이 등장인물들과의 관계를 짐작해 미루어 볼 수 있도록 얼기설기 틈을 만들어 놓은것이 마음에 들었다.
라쇼몽 (일본 근대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박철민 그림/좋은생각
1.책을 읽게된 이유. 계기, 동기
'아쿠타카와 상'
"그야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는것은 당연히 나쁜 일이겠지, 그렇지만 여기 죽은 사람들 모두 그런 일을 당해도 괜찮을 사람들이여. 지금 내가 머리카락을 뽑아낸 이 여자는 말이제, 뱀을 팔아다가 네 마디씩 잘라서 건어물이라고 궁성호위대에 팔러 다녔단 말이여.일본문학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저이름이 새겨진 상 받은 책. 에 대해서 안 들어본 사람 없으리라.
나는 "뱀에게 피어싱" 이 아쿠타카와 상을 받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저 상에 관심을 가졌었다.
예전부터 참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그 헤비니 피아스에 상을 줬던 그 상을 만들었던 원작자가 쓴 소설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아쿠타카와 상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절친한 친구이자, '문예춘추'의 사장이었던 키쿠치 칸이, 젊은나이에 요절한 류노스케를 그리고자 만든 상이다.
류노스케는 태어난지 8개월만에 자신의 어머니가 미쳐버린 모습을 봤었고, 10살때 어머니가 미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직접 봤었고, 그로인해 일생을 정신병의 유전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섬세하고 생에 큰 굴곡 없이 중산층으로서 럭셔리하게 살아온 성장배경이 소설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하더라.
도쿄대 영어문학과 출신.
거기에서 당대의 유명한 인물들과 만나 사귀었고, 그로 인해 인정받을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읽어보기 위해서 헤매기 시작했던건 작년 가을~겨울무렵 부터였다-_-;
학교 도서관은 물론이고 동네 도서관에서도 찾아 헤매봤다만, 너무 오래된 옛날 책이라서 도저히 읽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았다;;
라쇼몽 자체가 짧은 이야기일 뿐이라서 다른 작가의 소설(꼭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함께 있는 책이 많았었다 -_-)과 함께 끼어있는 채로 책장에 꽂혀 있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그래서는 류노스케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 없을것 같아서 읽질 않았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생각'사 에서 나온 라쇼몽을 보고 살까 말까 참 고심고심 했었는데, 동생이 요양차 집에 오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라쇼몽'을 빌려왔더라.
컴퓨터 쓰는건 동생에게로 밀어놓고 신나게 책을 볼수 있었다.(....)
책은 맨 처음 시작에 류노스케의 일생을 시작으로 단편선 이야기 몇점, 그리고 맨 뒤에 연표로 끝을 맺는다.
2.내용
책은 류노스케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중에서 재미있었던 이야기 네개만 꼽아보자면
1) 라쇼몽
라쇼몽은 헤이안 시대 교토의 입구 역할을 했던 문의 이름이다.
흉흉한 소문이 도는 그 문 앞에서 '백성'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고 있는 노파를 만나게 되고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아내고 있는 노파앞에서 증오심을 느끼고 칼을 뽑게 된다.그러자 노파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역병에 걸려 뒈지지 않았으면 아직도 그걸 팔러 다녔을 거여. 그것도 말여, 이 여자가 파는 건어물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호위대 사람들이 너나없이 찬거리로 사들였대. 이 여자가 나쁘다고는 안 하겠어.
안그러면 굶어죽을테니 어쩔수 없이 한 짓이지. 그럼 지금 내가 한 짓도 나쁜 짓이라고는 못하지. 이렇게 안 하면 당장 굶어 죽을 테니 할 수 없이 한 짓이여.
이런 할 수 없는 사정을 잘 알던 이 여자는 내가 한 짓도 아마 너그럽게 봐 줄것이여"
라고.
그 말을 들은 백성은 그 노파가 입고 있던 옷을 벗기면서
'그렇다면 내가 옷을 홀랑 벗겨가도 원망은 못 하리다. 나도 그렇게 안하면 당장 굶어죽을 처지요'
라고 대답해준다.
그리고 둘다 모두 찾아볼수 없게되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생각할만한것은 무수히 많은데, 가히 좋은쪽으로 생각을 정리할수 없도록 만든 이야기인것 같았다.
애매모호 했달까... '살아가기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짓'을 합리화 하는 노파를 벌하고 싶었던것인가, 아니면 그 자신이 당장 굶어 죽을것이기에 어쩔수 없다, 라는 이유를 대면 무조건 용서받을수 있다, 라는걸 표현하고 싶었던것인가. 알수가 없었다.
두가지 다 분명 매력적인(뭣;?)생각이긴 했다만 말이야.
2) 코
어느 절의 큰스님의 코가 턱 아래까지 길게 늘어진것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스님은 처음에 자신과 같은 코를 가진 사람을 간절하게 찾다가 수를 찾을수 없어서 제자승에게 방법을 묻는데, 제자승이 온갖 노력을 해서 코의 크기를 줄여주자, 그 코를 보고 주변사람들이 오히려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타고 생각하다가, 다시 원래의 코 모양으로 돌아가서 마음편히 웃는다.. 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로 당대 최고의 작가에게 극찬을 받게 된 류노스케는 문학계의 스타로 떠오르는 별이 된다 -ㅅ-.
사실 처음 썻던건 라쇼몽이었는데 대중의 반응이 별로라(??) 뜨질 못했었는데, 역시 지위와 권력, 힘이 있는 사람,(이미 대중의 인지를 얻고 있는 인물)만큼 인생에 탄탄대로를 열어주는건 없구나, 하는걸 느꼈다(...어이어이)
인상깊었던 구절은,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에 동정심을 품지 않는 이는 없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이 불행을 어렵사리 극복해 내면 이번에는 어쩐지 뭔가 아쉬운 듯한 마음이 든다.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시 한번 그 사람을 똑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은 듯한 마음마저 든다. 그리하여 어느새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자칫 그 사람에 대해 적의까지 품게 된다.'
사회복지지 전공자인가 내가 들어서 매우 뜨끔한 이야기였다 -_-;
동정심과 조소에 관한 본능적인 인간의 감정을 어쩌면 이리도 바늘갖이 파고 들었단 말인가.
읽는 순간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종교가 없어서 그런걸까. 저 말에 반박할만한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오히려 저 이야기를 그대로 납득해버리고 있는것 같은 자신의 나약함에 짜증이 났었다.
3) 덤불 속
어느 덤불속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야기는 그 살인사건에 대해 '나무꾼의 이야기' '포도청 관리의 이야기'' 나졸의 이야기' '도망간 여자의 어머니인 노파의 이야기''범인 자신의 자백' '도망간 여자의 이야기' ' 처녀무당의 몸을 빌린 죽은사람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도록 기억을 재구조화 해서 이야기를 꾸미고, 불리할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버리는구나' 하는것 생각할수 있었다.
어쩌면 그러한 면을 처절하게 표현한 소설이랄까나.
하지만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끝을 맺는다.
대체 누가 범인이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맨 마지막 처녀무당의 혼을 빌린 죽은자의 이야기. 에서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조차 누가 범인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 이야기를 꾸며서 읽는이이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놓은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라고 쓰고 몹시 이상한 기분이었다, 라고 읽는다)
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라는 영화는 류노스케의 이 이야기를 테마로 하고 있다.
4) 지옥변
어느 영주가 화가의 딸을 거두어서 시녀로 삼는다.
그 시녀의 아버지는 다른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것과 다르게 흉측하거나 끔찍한 그림만을 그리는데, 영주는 그에게 '지옥변'을 그려달라고 한다.
그 화가는 자신의 제자를 쇠사슬로 묶거나, 수리부엉이를 풀어서 제자를 쪼게 만든다음 차분히 그림을 그리는 기이한 행동을 보이면서, 그림을 완성해 나가게 된다.
한편 영주의 시녀로 들어간 화가의 딸은 아버지와 이름을 같이 한 원숭이 한마리를 귀여워 하여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
지옥변의 그림을 완성하기 직전, 화가는 영주에게 '그림의 완성을 위해서는 귀족의 우차가 불타는 모습을 그리고 싶은데, 그 모습을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완벽한 그림은 그릴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 우차 안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불타 죽는 모습을 꼭 그리고 싶다고.
영주는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소원을 들어주겠다면서 우차 하나를 불태운다.
그 안에 화가의 딸을 태워서.
그렇게나 딸을 예뻐했던 아버지였지만 가마에 불이 붙혀지지자 아버지는 타고 있는 마차를 쳐다보기만 하고, 마차에 함께 뛰어든것은 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원숭이였다.
영주의 시녀이자 화가의 딸이던 그녀가 타오르는 장면을 바라보던 화가는 딸이 타 죽는 모습을 팔짱까지 끼고 쳐다보다가 가까운 시일로 그림을 완성해서 영주에게 바치고, 자신도 대들보에 목을 걸어 자살해버리고 만다.
인물들의 감정이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관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다. 2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그런가 주인공 인물들의 감정이라든가 속내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었고, 다만 이야기가 끝났을때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속내는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3.느낌
어쩜 -_-.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깔끔한 느낌으로 똑 떨어지는게 없었다.
올드보이를 봤을때처럼 스탭롤 올라갈때 '죵니 꿀꿀한 기분'을 느꼈던것과 비슷했달까.
짜증이 나 죽겠는데,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서(나한테만;?) 계속 읽어나갈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런 이야기에 끌리다니 나란 인간의 자아정체감은 대체 어떤 방향으로 뻗어 있는건가 -_-싶기도 했었고....
재미있게 봤다는 사실로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던 책이었다.
하지만 좋은 결말, 완결된 결말을 보면서 개운해라 했던것과 달리 작가가 마쳐버린 이야기 안에서 읽어가는 사람 자신이 등장인물들과의 관계를 짐작해 미루어 볼 수 있도록 얼기설기 틈을 만들어 놓은것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