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될 사람은...

이수미2006.10.05
조회58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 길에 동네 슈퍼 야채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 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 날 있엇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 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 하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게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 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 싸움을 하다가
       오 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떡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룩후룩~
       "너 더 먹어~" "나 배불러~" 해가며 게걸스레 먹고나서는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 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오는 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피스타치오 아몬드나... 체리 쥬빌레나...월넛이나..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콘을 두 개 사들고
       "두 개 중에 너 뭐 먹을래?"
       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 엄마한테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릊없다 안 하시고,
       당신 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나 처럼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를 닮은 듯 나를 닮고 날 닮은 듯 그를 닮은 아이를
       같이 기다리고픈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의견을 끝까지 참고 들어주는
       인내심많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어른이 보기엔 분명 잘 못된 선택이어도
       미리 단정지어 말하기 보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가끔씩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 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있는 자기의 꿈 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음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 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며 살 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세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