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16 돌풍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듯합니다. 돌풍이 분 시간은 기껏해야 삼사 분, 오룩 분. 그 짧은 사이에 지난밤의 평화는 깨졌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바람이 누군가가 애지중지하는 강아지를 채갔습니다. 그런 대기변화처럼 제 심정을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잠든 사이, 제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_하성란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중에서
p42 이제 잠에서 막 깨어난 저의 영혼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당신에게 호프집에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당신이 왜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도 저는 모르고,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그저 미지의 길을 마악 접어든 신출내기의 심정으로 하염없이 멀기만 하게 보이는 능선, 그 능선 너머로 빛나는별을 찾아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_정끝별, 'Y가 정끝별에게 띄운 편지' 중에서
p48 너는 지금 나를 보고싶어하고 있을까? 모르겠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언제나 이쪽만 억울하게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니까. 너를 사랑해. 아주아주 미치도록. 지금 난 너 때문에 살아가는 것같아. 하지만 헤어질 때마다 굳어 있는 네 표정을 보면 죽고 싶어져. 실컷 포옹이라도 하고 나서(뽀뽀도 물론 왕창하고) 헤어지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더구나. _마광수, '나와 연애편지' 중에서
p52 왜 로마인가, 내가 다시 반문했지요. 사랑의 도시니까, 당신, 웃지도 않고 대답하네요. 사랑의 도시라면 단연 파리가 아닌가, 로마가 왜 사랑의 도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당신이 말했어요. 로마(ROMA)를 거꾸로 읽어보라고요. 아모르(AMOR, 이탈리아어로 '사랑'이라는 뜻). 참, 싱겁기는. _권현숙, '순간 속의 순간' 중에서
p57 흔히 기적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서 매 순간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 광막한 우주 공간, 인간으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같은 별, 같은 나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우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우리는 부딪쳤어요. 각각 다른 별자리에 외로이 붙박여 있던 별들이 부딪치듯이 극적으로.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이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요? _권현숙, '순간 속의 순간' 중에서
p59 어떤 꿈은 깨지 않고 영원히 되풀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를 만나지 삼 개월. 그 전의 나도 없고 그 전의 너도 없다. 우린 서로의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얼굴을 더듬었다. 그것이 서로의 해골을 만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사랑을 알았으니 어떤 죽음도 우리의 열정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_박형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의 피곤은 행복입니다'
p60 처음에는 나는 열정적인 사랑을 바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드럽게 너를 바라보는 사랑을 원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좁지만, 따듯히고 안락한 우리들만의 갈대숲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오리떼처럼 날개를 서로 곁에 붙이고 하늘을 낮게 날아가며,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싶다. 나는 때로는 멀리 날아가려 발버둥치겠지만, 우리들의 소박한 사랑 속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 네가 있어 많이 행복하다. _박형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의 피곤은 행복입니다'
p67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을 거다.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한순간의 스침만으로 내 존재 전부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전에도 없었고 단언컨대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_홍성식, '나, 아직도 너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p70 시인 이은봉이 그의 시집을 통해 내게 묻는다. "무엇이 인간인 너를 키우냐"고. 그래, 무엇이 인간을 키울까? 아직도 한참은 모자라고 좁은 식견이지만 삶은 물론 죽음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사랑. 그 사랑이 인간을 키우는 것은 분명할 듯하다.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는 성장이 아무리 큰 고통일지라도 나는 감내할 자신이 있다. _홍성식, '나, 아직도 너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p87 진정한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대. 유물은 땅에 묻힌 그대로 있어야 진짜 유물이라고. 추억도 그렇지 않은가 싶어. _박철우, '교련복 입은 제가 교복입은 당신에게'
p96 사살아가는 일이 참 팍팍하지만 그대가 잇어 용기를 얻었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서도 희망을 꿈꾸었소. 이세상의 어머니는 참 강하다 하지 않소. 요즘들어 자주 낙심하는 그대 모습을 보니 안타깝구려. 용기를 냅시다.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결혼한 그날 이후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_이승하,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p104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 돌아오면 아들 편들지 말고 내 편들어주기에요. _유현숙, '내 연애편지 돌려줘요'
p155 강폭이 넓어질수록 유속이 느려지는 섬진강 하류에서 나는 그대에게 뒤늦은 사랑을 말하려 한다. 사랑은 온전한 몸과 마음이 또 다른 온전한 몸과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온전하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헌신이거나 희생일 터이다. 이십여 년 전, 나의 그 무모한 돌진, 그 무지막지한 에너지의 폭발을 감당해준 그대에게 나는 이제 사랑을 말하려 한다. 헌신과 희생이 아닌 사랑 말이다. _이문재, '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p193 내 사랑의 서약은 이 세상 사는 날까지 그대를 그리워하겠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의 세례가 우리 머리 위에 쏟아지기를 꿈꾸며 나는 내일 만날 당신을 이 순간에도 그리워합니다. _허금주, '사랑시 한편으로 타오르는 두 시인'
p205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_김훈,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억들'
작가들의 연애편지 (문학, 김다은 엮음)
사랑에 푹.
완전 로맨틱.
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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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 돌풍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부딪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듯합니다. 돌풍이 분 시간은 기껏해야 삼사 분, 오룩 분. 그 짧은 사이에 지난밤의 평화는 깨졌고 모두가 잠든 사이에 바람이 누군가가 애지중지하는 강아지를 채갔습니다. 그런 대기변화처럼 제 심정을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잠든 사이, 제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_하성란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중에서
p42 이제 잠에서 막 깨어난 저의 영혼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당신에게 호프집에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당신이 왜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도 저는 모르고, 알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그저 미지의 길을 마악 접어든 신출내기의 심정으로 하염없이 멀기만 하게 보이는 능선, 그 능선 너머로 빛나는별을 찾아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_정끝별, 'Y가 정끝별에게 띄운 편지' 중에서
p48 너는 지금 나를 보고싶어하고 있을까? 모르겠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언제나 이쪽만 억울하게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니까.
너를 사랑해. 아주아주 미치도록. 지금 난 너 때문에 살아가는 것같아. 하지만 헤어질 때마다 굳어 있는 네 표정을 보면 죽고 싶어져. 실컷 포옹이라도 하고 나서(뽀뽀도 물론 왕창하고) 헤어지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더구나.
_마광수, '나와 연애편지' 중에서
p52 왜 로마인가, 내가 다시 반문했지요.
사랑의 도시니까, 당신, 웃지도 않고 대답하네요.
사랑의 도시라면 단연 파리가 아닌가, 로마가 왜 사랑의 도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당신이 말했어요. 로마(ROMA)를 거꾸로 읽어보라고요. 아모르(AMOR, 이탈리아어로 '사랑'이라는 뜻). 참, 싱겁기는.
_권현숙, '순간 속의 순간' 중에서
p57 흔히 기적은 없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서 매 순간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 광막한 우주 공간, 인간으로서는 헤아릴 수도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같은 별, 같은 나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우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우리는 부딪쳤어요. 각각 다른 별자리에 외로이 붙박여 있던 별들이 부딪치듯이 극적으로.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이보다 더한 기적이 있을까요?
_권현숙, '순간 속의 순간' 중에서
p59 어떤 꿈은 깨지 않고 영원히 되풀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를 만나지 삼 개월. 그 전의 나도 없고 그 전의 너도 없다. 우린 서로의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얼굴을 더듬었다.
그것이 서로의 해골을 만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사랑을 알았으니 어떤 죽음도 우리의 열정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_박형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의 피곤은 행복입니다'
p60 처음에는 나는 열정적인 사랑을 바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드럽게 너를 바라보는 사랑을 원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좁지만, 따듯히고 안락한 우리들만의 갈대숲을 만들어보고 싶다. 물오리떼처럼 날개를 서로 곁에 붙이고 하늘을 낮게 날아가며,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싶다. 나는 때로는 멀리 날아가려 발버둥치겠지만, 우리들의 소박한 사랑 속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 네가 있어 많이 행복하다.
_박형준, '당신을 위해서라면 저의 피곤은 행복입니다'
p67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을 거다.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한순간의 스침만으로 내 존재 전부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이전에도 없었고 단언컨대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_홍성식, '나, 아직도 너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p70 시인 이은봉이 그의 시집을 통해 내게 묻는다. "무엇이 인간인 너를 키우냐"고. 그래, 무엇이 인간을 키울까? 아직도 한참은 모자라고 좁은 식견이지만 삶은 물론 죽음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사랑. 그 사랑이 인간을 키우는 것은 분명할 듯하다. 사랑을 자양분으로 하는 성장이 아무리 큰 고통일지라도 나는 감내할 자신이 있다.
_홍성식, '나, 아직도 너의 향기를 잊지 않았다'
p87 진정한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대. 유물은 땅에 묻힌 그대로 있어야 진짜 유물이라고. 추억도 그렇지 않은가 싶어.
_박철우, '교련복 입은 제가 교복입은 당신에게'
p96 사살아가는 일이 참 팍팍하지만 그대가 잇어 용기를 얻었고,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서도 희망을 꿈꾸었소. 이세상의 어머니는 참 강하다 하지 않소. 요즘들어 자주 낙심하는 그대 모습을 보니 안타깝구려. 용기를 냅시다.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결혼한 그날 이후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_이승하, '그대의 사랑으로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였소'
p104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더 있는데, 돌아오면 아들 편들지 말고 내 편들어주기에요.
_유현숙, '내 연애편지 돌려줘요'
p155 강폭이 넓어질수록 유속이 느려지는 섬진강 하류에서 나는 그대에게 뒤늦은 사랑을 말하려 한다. 사랑은 온전한 몸과 마음이 또 다른 온전한 몸과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온전하지 않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헌신이거나 희생일 터이다. 이십여 년 전, 나의 그 무모한 돌진, 그 무지막지한 에너지의 폭발을 감당해준 그대에게 나는 이제 사랑을 말하려 한다. 헌신과 희생이 아닌 사랑 말이다.
_이문재, '길 위에서 몸을 생각하다'
p193 내 사랑의 서약은 이 세상 사는 날까지 그대를 그리워하겠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시간의 세례가 우리 머리 위에 쏟아지기를 꿈꾸며 나는 내일 만날 당신을 이 순간에도 그리워합니다.
_허금주, '사랑시 한편으로 타오르는 두 시인'
p205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_김훈,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는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