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 일 눈을 뜨자 마자 벽에 손을 더듬어 곧 스위치를 찾아 내고는 불을 켰다... 꽤 오래됬다.. 눈을 뜨면 날맞아 주는것이 아침 해가 아니라 깜깜한 어둠이 된지도... 일어나자마자 살금 살금 세면장으로 가서.. 물소리가 거세어 질세라... 조심조심 수도꼭지를 조금만 틀어제껴.. 세수대야에 물을 받고 물소리가 나지 않게 세수를 끝마쳤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청바지를 껴입고, 티셔츠와 남방을 걸친 후... 감지도 않은 머리. 모자를 푹눌러쓰고 거울을 보니 나가도 쪽팔릴 정도는 아니지 싶다... 다시 방문을 열고 조심조심.... 거실을 거쳐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순간.... "야 이놈아 ! 또 어딜 기어나가!" 하하...오늘도 걸렸구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금방 들어와요.." 멋쩍은듯.. 웃으면서 대꾸하는 날보고 어머니도 더이상은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다만... "난 분명 인간새끼를 낳았는데 우찌 된게 집에 있는건 올빼미 새낀지..." 라며 투덜대실 뿐이었다; 집밖으로 나와 시커먼 어둠을 뚫고 내가 걸어 간곳은 다름 아닌 피시방이었다... 워낙에 게임을 좋아하는 내가... 낮에 와도 되는 피시방을 밤늦은 시간에야 찾는 이유... 야간요금이 훨씬 저렴하다는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주로 같이 게임하는 "겜방식구"들이 이시간에 모이기때문이었다... 게임을 하기에 앞서... 나는 메일을 항상 먼저 확인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가 학창시절의 친구들.... 선후배들의 메일을 한통씩 받을때면 그날 하루,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어쩌다 두개가 되어버린 나의 메일 계정.... 하나의 메일계정에 먼저 접속하니 새로운 편지 1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커서를 받은 편지함으로 끌고가 클릭하니 '정민이...맞지? 나 기억하나 모르겠네....' 라는 제목이 보였다... 작성자 : 이 연 희 '연....희?' 기억을.....못할리가 없자나... 2. 발렌타인 데이 촌티가 줄줄 흘러내리던 중학교 시절... 졸업하기 직전에 찾아온 발렌타인 데이.... 굳이 남녀공학이 아니더라도 이날 만큼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이 또 있을까? 초콜릿을 주는 여학생이든.... 받길 바라는 남학생이든... 아침부터 책상속에 초콜릿이 한가득 들어있는 재수없는 남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발렌타인 같은건 나랑 상관없네 라며 책상에 머리 박고 쿨쿨 자는 놈... 관심없는 척.. 딴짓하지만 옆눈으로 부러운듯 초콜릿을 보는놈..... 난 위의 마지막놈이라고 부정하지 못하겠다...; 나같은놈에게 초콜릿주는 여자애가 어디 있겠나 하는마음으로. 기대는 안하지만... 어디 관심까지 안가겠나.... 그때.... "야 이정민!"뭘 두리번 두리번 거리냐? ㅋㅋ" "아...승운아...." 승운이...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다... "어디보자... 연희는 아직 안왔나?" "야..왜이래...;" "왜이러긴.. 니가 제일 기대하는게 연희 초컬릿의 행방 아냐?" 연희는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었다... 반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인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성실한 모범생인 연희를... 처음 같은 반에 배정되었을때 부터 혼자 짝사랑해왔었다... "...... 넌 초콜릿 받았어?" 대화의 흐름을 바꾸려 질문을 던졌다.. "나야 아침부터 집앞에서 줄사람이 대기 하고 있었는걸 뭐 ㅋㅋ" "하긴... 넌 은영이가 있으니...." 승운이는 옆반의 은영이와 공식적인 커플이었다... 사귄지는 이제 겨우 세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날은 승운이가 한없이 부러워 지는건 어쩔수 없는 모양... "야야야... 저기저기..연희 온다..." "야..큰소리로 떠들지 마..." "ㅋㅋ 알았어 임마... 그럼 잘해봐~" 뭘 잘해보라는건지... 초콜릿 줄사람이 내가 잘한다고 줄것도 아니고.. 내가 연희 좋아하는걸 아는 승운인... 늘 이 문제로 날 놀려대곤 했었다... 자리에 앉아서 가방정리를 하는 연희... 갑자기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드는것이었다.. 그..그런데 꺼내 든건... 포장된 초콜릿이 아닌... A B C 라는 로고가 이쁘게 인쇄된... 봉지 초콜릿이었다. 연희는 초콜릿 봉지를 들고 ... 제일 앞자리의 남학생 부터 차례 차례 초콜릿을 하나 나눠주기 시작했다 의리 초콜릿이라고 하지... 받아 드는 남학생들과 웃음 지으며 한걸음한걸음 내게 다가오던 연희.. 그런 의리초콜릿에서조차 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느덧 연희는 내 앞에까지 다가 왔고.. 내 그런 기대를 싸그리 쓸어 없애 버리던 연희의 말.. "어... 초콜릿 모자르네. 정민아 미안.. 초콜릿 떨어졌다 " 미안하다는듯 눈웃음을 한번 날려주고는.. 자기 자리에 돌아가는 연희가 얄미웠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별일 아닌듯 표정관리에만 힘쓸뿐.. 뒤에서 승운이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다.. 3. 귀 가 "ㅋㅋㅋ 결국엔 연희는 커녕 하나도 못받았잖아.." "은영이한테 하나 받았다고 지금 나 놀리는거냐?" "어..놀리는거 맞는데? ㅋㅋㅋ" "너.....으휴 됐다 됐어" "오늘은 집에 혼자 가라~" "어?...넌?" "야 임마.. 오늘같은날 은영이랑 같이 보내야지...ㅋㅋ 먼저 간다~" "....치사한놈" 친구가 풀이 죽어있는데 저녀석은 혼자 신이 났다.. 책가방을 둘러메자 마자 교실을 뛰어 나가는 그녀석을 먼저 보내고 혼자 터벅 터벅 운동장을 가로 질러 교문 밖으로 나섰다.... '...발렌타인데이같은거.... 어느놈이 만들어낸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초콜릿주고 받는풍습 같은건 상업적인 목적이라고 하던데... 어느 제과점에서 먼저 그랬는진 몰라도 그 제과점 불을 질러버리고 싶었다.... '기분 진짜 우울 하네.... 오락실에나 갔다 갈까..' 때마침 오락실이 눈에 띄어 잠깐 들렀다... 총몇번 갈기고... 노래방에서 노래 고함 좀 지르고 나니 기분이 한층 나아진것도 같았지만... 길거리로 다시 나오니.... 팔짱을낀체 걸어가는 커플들.... 초콜릿이며 장미꽃이며 눈에 띄일때마다 가슴이 또다시 시큰해졌다... '쳇..벌써부터 여자친구 있는게 이상한거지.. 괜찮아 괜챃아....' 그렇게 스스로 위로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놈의 중국집은 왜그렇게도 많은지... 꺽는 길마다 한두개씩 눈에 띄이고... 마지막 모퉁이를 꺽어 들어...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향했다... 그런데.... "뭐하다 이제 오는거야...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니가...여긴 어쩐일이야?" "5분만 더기다리고 안오면 진짜 갈려구 했어! 자 받아!" 짜증을 내면서 내게 종이봉투를 건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연희였다... 또한 얼떨결에 받아든 종이봉투안엔... 반짝거리는 포장지의 선물상자가 하나 들어있었다... 4. 한달간의 행복 "여~ 어제 잘들어 갔냐?" "아..정민이 왔냐?" "어..어제 데이트 잘했냐? ㅋㅋ" "이녀석이 초콜릿 못받더니 실성을 했나.. 왜이렇게 실실거려?" "못받긴 누가 못받았다고 하하하" "이녀석이 미쳤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승운이의 표정도 재밌었지만 연희가 들어올때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그리고 그걸 받아 주며 환하게 웃는 나의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 역시 장난 아니었다... 나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얼마 안있어 중학교를 졸업한 우린.... 뭘해도 항상 함께 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짧은 봄방학 동안 그토록 즐거울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승운이가 전화해서 "연희 만나러 다니느라 이제 나같은건 안중에도 없지?" 라며 투덜대기 까지 했을까.. 짧지만.... 둘이었기에 즐거웠던 봄방학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고 사나흘 후면 고등학교 입학식이다.. 서로 다른학교에 진학했던 우린... 학교 다니면 지금만큼 자주 못볼것이 뻔했다.. "이번에 XXX 개봉했던데. 아들아 우리 같이 보러 갈까?...." "앗..그거 개봉했어?" 어머니가 집에 오던중, 극장에서 신프로를 개봉한것을 보고는 날더러 같이 보러 가자면서 바람을 잡으셨다 "엄만 아빠하고 보러가! 나 나간다!!!" "또 어딜가는데?" "비~~밀~~" 밖으로 뛰어 나오자 마자.. 공중전화로 연희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연희니? 나 정민인데..." "아....정민아..." "XXX 개봉했대.. 영화보러 가자" "오늘은...조금 그런데.." "왜? 무슨일 있어?" ".....정민아" "응?" "지금 우리 집앞으로 올래?...할말이 좀 있어서.." "할말...?" "응. 올수 있지?" "아. 알았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냥 기분탓으로 돌리기엔.. 연희의 말투가 너무 어두웠다.. "왔어?" "응.. 무슨일인데 여기까지 오라구 해?" "잠깐... 들어갈래?" "응? 너희 집에?" "응...." "어...어그래..." 연희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보니... 연희가 기운 없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아니... 나역시도 가슴이 철렁 해졌다... "너...이사가?" "응..."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연희뒤로...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이삿짐들.... "하하..뭐 이사한다고 연락 안돼는것도 아니고..괜찮아" "....." "어디로 가는데?" ".....미국" "....미국?!!?" "응...나 이민 가.." 더이상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5. 에필로그 ===================================================== 지금이야 니가 별감정 남아있을거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건 어쩔수 없네 ^^; 한국에 다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구... 친구들과 연락이나 할까 싶어서 학교 동창회 사이트 들어가 보니... 니가 등록해 있어서 메일 보내보는데... 설마 잊었을려나? 이 편지 보는데로... 전화 한번 해줄래? 아직...내가 미운게 아니라면 말야... 그냥..한번 보고 싶어서 ^^: ===================================================== 편지의 아래부분엔 전화번호가 하나 적혀 있었고.. 꼭 한번 연락해 달라는 당부의 메세지가 한번 더 남겨져있었다 "형 게임안할거에요?" "아...오늘은 그냥 들어 가 봐야겠다.. 내일보자" "아..네 그래요" 기분이 별로 게임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10시 20분..... 지금 전화 해도..그리 늦은 시간은 아닐거 같다... 뚜우....뚜우... "여보세요?" 이쁘장한 목소리.... "...연희니?" "네..그런데... 누구.." "메일보고 전화 하는건데..." "앗 정민이야?" "후후...정민이는 아니고... 아무튼 반갑다.." "에? 정민이가 아니라고.. 그럼 누구야?" "나 기억할려나... 같은 반이었고...승운이야." "아 승운이! 기억나. 나한테 정민이가 나좋아한다고 귀띔해준 애 맞지??" "응 맞어..기억하는구나" "그런데 니가 어떻게?" 전화기를 다시 고쳐 잡고 말을 이었다.. 조금..목소리가 떨리기도... "전화로 얘기 하긴 좀 길고...너 어디니? 서울이야?" "어.? 응..." "그럼 우선 내일 만나서 얘기 하자. 내일 얘기 해줄게. 괜찮지?" "어? 응. 알았어.." "그럼 내일 전화 할게..."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물어 불을붙였다... 후..... 아지라이 흩어지는 담배 연기들.... '승운아 너랑 나랑 친구 맞지? ㅋㅋㅋ' '이새끼가 취했나... 갑자기 왜그래' '야... 혹시라도 내가 무슨일 생기면.... 내 메일 계정 한번 열어봐라..ㅋㅋ' '이새끼가 미쳤냐.. 왜 불안한 소리 하고 지랄이야' '야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심각하게 생각안하게 말했냐?' 'ㅋㅋ 아무튼..무슨일 생기기전에는 열어보지 말고... 알았지?' '.....알았으니까 그딴 헛소리 두번다시 하지마 새꺄' '알았어 임마..ㅋㅋㅋ' 담배 한개피가 반쯤 타들어 갔을때.. 다시 피시방으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다시 메일 계정으로 접속했다 ID : waitingjm ...기다리는 정민 Pass Word : dldusgml ...이연희 ===================================================== 앗...승운이가 이걸 보다니... 그럼 난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가? ㅋㅋㅋ 아무튼.. 이걸본다는건 그 술취했을때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는걸로 보면 돼지? 고맙다... ㅋㅋㅋ ===================================================== 미친놈... ===================================================== 딴건 아니고... 그냥 조금 울적할때마다... 편지 한통씩 적어 내 메일에다가 보내 놨는데... 이게 마지막 편지 일듯 싶네... 물론 이건 너한테 보내는 거지만... 너말고는 내가 변변한 친구하나 없는놈이잖아 ㅋㅋ 이런 부탁 너한테 밖에 못하겠다.. 혹시라도... 그럴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연희를 만나게 돼면...... 이 밑에 편지들.... 나대신 좀 보여 줄래? 가능하면 나한테 시간이 남아있을때 이뤄 졌으면 좋았을텐데.. 나대신... 꼭 부탁한다.. 아참 그리고 친구야! 사랑한다 ^^ ===================================================== 후..... 기어이 담배 한개피를 더 꺼내 물고야 말았다... 5년전의 약속.... 이제서야 지켜서 미안하다 그곳은 병마같은 몹쓸것은 없겠지? 이제 편하게 잠들어야 하잖아...ㅋㅋ 잘가라 친구놈아.. 출처 http://cafe.daum.net/1gul1sarang After Rainy Day....비갠후 if (parent.proxy) { var homeobj = document.getElementById("homeurl"); homeobj.href = parent.proxy+"/1gul1sarang"; }
5년만에 지킨 약속
1. 메 일
눈을 뜨자 마자
벽에 손을 더듬어 곧 스위치를 찾아 내고는 불을 켰다...
꽤 오래됬다..
눈을 뜨면 날맞아 주는것이 아침 해가 아니라
깜깜한 어둠이 된지도...
일어나자마자 살금 살금 세면장으로 가서..
물소리가 거세어 질세라...
조심조심 수도꼭지를 조금만 틀어제껴..
세수대야에 물을 받고 물소리가 나지 않게 세수를 끝마쳤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청바지를 껴입고, 티셔츠와 남방을 걸친 후...
감지도 않은 머리. 모자를 푹눌러쓰고 거울을 보니
나가도 쪽팔릴 정도는 아니지 싶다...
다시 방문을 열고 조심조심....
거실을 거쳐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순간....
"야 이놈아 ! 또 어딜 기어나가!"
하하...오늘도 걸렸구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금방 들어와요.."
멋쩍은듯..
웃으면서 대꾸하는 날보고 어머니도
더이상은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다만...
"난 분명 인간새끼를 낳았는데 우찌 된게 집에 있는건 올빼미 새낀지..."
라며 투덜대실 뿐이었다;
집밖으로 나와 시커먼 어둠을 뚫고
내가 걸어 간곳은 다름 아닌 피시방이었다...
워낙에 게임을 좋아하는 내가...
낮에 와도 되는 피시방을 밤늦은 시간에야 찾는 이유...
야간요금이 훨씬 저렴하다는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주로 같이 게임하는 "겜방식구"들이 이시간에 모이기때문이었다...
게임을 하기에 앞서...
나는 메일을 항상 먼저 확인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가 학창시절의 친구들....
선후배들의 메일을 한통씩 받을때면 그날 하루,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어쩌다 두개가 되어버린 나의 메일 계정....
하나의 메일계정에 먼저 접속하니
새로운 편지 1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커서를 받은 편지함으로 끌고가 클릭하니
'정민이...맞지? 나 기억하나 모르겠네....'
라는 제목이 보였다...
작성자 : 이 연 희
'연....희?'
기억을.....못할리가 없자나...
2. 발렌타인 데이
촌티가 줄줄 흘러내리던 중학교 시절...
졸업하기 직전에 찾아온 발렌타인 데이....
굳이 남녀공학이 아니더라도
이날 만큼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이 또 있을까?
초콜릿을 주는 여학생이든....
받길 바라는 남학생이든...
아침부터 책상속에 초콜릿이 한가득 들어있는
재수없는 남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발렌타인 같은건 나랑 상관없네 라며
책상에 머리 박고 쿨쿨 자는 놈...
관심없는 척.. 딴짓하지만 옆눈으로 부러운듯
초콜릿을 보는놈.....
난 위의 마지막놈이라고 부정하지 못하겠다...;
나같은놈에게 초콜릿주는 여자애가 어디 있겠나 하는마음으로.
기대는 안하지만...
어디 관심까지 안가겠나....
그때....
"야 이정민!"뭘 두리번 두리번 거리냐? ㅋㅋ"
"아...승운아...."
승운이...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다...
"어디보자... 연희는 아직 안왔나?"
"야..왜이래...;"
"왜이러긴.. 니가 제일 기대하는게 연희 초컬릿의 행방 아냐?"
연희는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었다...
반에서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인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성실한 모범생인 연희를...
처음 같은 반에 배정되었을때 부터 혼자 짝사랑해왔었다...
"...... 넌 초콜릿 받았어?"
대화의 흐름을 바꾸려 질문을 던졌다..
"나야 아침부터 집앞에서 줄사람이 대기 하고 있었는걸 뭐 ㅋㅋ"
"하긴... 넌 은영이가 있으니...."
승운이는 옆반의 은영이와 공식적인 커플이었다...
사귄지는 이제 겨우 세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날은 승운이가 한없이 부러워 지는건 어쩔수 없는 모양...
"야야야... 저기저기..연희 온다..."
"야..큰소리로 떠들지 마..."
"ㅋㅋ 알았어 임마... 그럼 잘해봐~"
뭘 잘해보라는건지...
초콜릿 줄사람이 내가 잘한다고 줄것도 아니고..
내가 연희 좋아하는걸 아는 승운인...
늘 이 문제로 날 놀려대곤 했었다...
자리에 앉아서 가방정리를 하는 연희...
갑자기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내 드는것이었다..
그..그런데 꺼내 든건...
포장된 초콜릿이 아닌...
A B C 라는 로고가 이쁘게 인쇄된... 봉지 초콜릿이었다.
연희는
초콜릿 봉지를 들고 ...
제일 앞자리의 남학생 부터 차례 차례 초콜릿을 하나 나눠주기 시작했다
의리 초콜릿이라고 하지...
받아 드는 남학생들과 웃음 지으며 한걸음한걸음 내게 다가오던 연희..
그런 의리초콜릿에서조차 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느덧 연희는 내 앞에까지 다가 왔고..
내 그런 기대를 싸그리 쓸어 없애 버리던 연희의 말..
"어... 초콜릿 모자르네. 정민아 미안.. 초콜릿 떨어졌다 "
미안하다는듯 눈웃음을 한번 날려주고는..
자기 자리에 돌아가는 연희가 얄미웠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별일 아닌듯 표정관리에만 힘쓸뿐..
뒤에서 승운이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다..
3. 귀 가
"ㅋㅋㅋ 결국엔 연희는 커녕 하나도 못받았잖아.."
"은영이한테 하나 받았다고 지금 나 놀리는거냐?"
"어..놀리는거 맞는데? ㅋㅋㅋ"
"너.....으휴 됐다 됐어"
"오늘은 집에 혼자 가라~"
"어?...넌?"
"야 임마.. 오늘같은날 은영이랑 같이 보내야지...ㅋㅋ 먼저 간다~"
"....치사한놈"
친구가 풀이 죽어있는데 저녀석은 혼자 신이 났다..
책가방을 둘러메자 마자 교실을 뛰어 나가는 그녀석을 먼저 보내고
혼자 터벅 터벅 운동장을 가로 질러
교문 밖으로 나섰다....
'...발렌타인데이같은거.... 어느놈이 만들어낸거야...'
얘기를 들어보니...
초콜릿주고 받는풍습 같은건 상업적인 목적이라고 하던데...
어느 제과점에서 먼저 그랬는진 몰라도
그 제과점 불을 질러버리고 싶었다....
'기분 진짜 우울 하네.... 오락실에나 갔다 갈까..'
때마침 오락실이 눈에 띄어 잠깐 들렀다...
총몇번 갈기고...
노래방에서 노래 고함 좀 지르고 나니 기분이 한층 나아진것도 같았지만...
길거리로 다시 나오니....
팔짱을낀체 걸어가는 커플들....
초콜릿이며 장미꽃이며 눈에 띄일때마다 가슴이 또다시 시큰해졌다...
'쳇..벌써부터 여자친구 있는게 이상한거지.. 괜찮아 괜챃아....'
그렇게 스스로 위로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놈의 중국집은 왜그렇게도 많은지...
꺽는 길마다 한두개씩 눈에 띄이고...
마지막 모퉁이를 꺽어 들어...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향했다...
그런데....
"뭐하다 이제 오는거야...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니가...여긴 어쩐일이야?"
"5분만 더기다리고 안오면 진짜 갈려구 했어! 자 받아!"
짜증을 내면서 내게 종이봉투를 건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연희였다...
또한 얼떨결에 받아든 종이봉투안엔...
반짝거리는 포장지의 선물상자가 하나 들어있었다...
4. 한달간의 행복
"여~ 어제 잘들어 갔냐?"
"아..정민이 왔냐?"
"어..어제 데이트 잘했냐? ㅋㅋ"
"이녀석이 초콜릿 못받더니 실성을 했나.. 왜이렇게 실실거려?"
"못받긴 누가 못받았다고 하하하"
"이녀석이 미쳤나..."
영문을 모르겠다는 승운이의 표정도 재밌었지만
연희가 들어올때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그리고 그걸 받아 주며 환하게 웃는 나의 모습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 역시 장난 아니었다...
나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얼마 안있어 중학교를 졸업한 우린....
뭘해도 항상 함께 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짧은 봄방학 동안
그토록 즐거울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승운이가 전화해서
"연희 만나러 다니느라 이제 나같은건 안중에도 없지?"
라며 투덜대기 까지 했을까..
짧지만....
둘이었기에 즐거웠던 봄방학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고
사나흘 후면 고등학교 입학식이다..
서로 다른학교에 진학했던 우린...
학교 다니면 지금만큼 자주 못볼것이 뻔했다..
"이번에 XXX 개봉했던데. 아들아 우리 같이 보러 갈까?...."
"앗..그거 개봉했어?"
어머니가 집에 오던중,
극장에서 신프로를 개봉한것을 보고는 날더러 같이 보러 가자면서
바람을 잡으셨다
"엄만 아빠하고 보러가! 나 나간다!!!"
"또 어딜가는데?"
"비~~밀~~"
밖으로 뛰어 나오자 마자..
공중전화로 연희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연희니? 나 정민인데..."
"아....정민아..."
"XXX 개봉했대.. 영화보러 가자"
"오늘은...조금 그런데.."
"왜? 무슨일 있어?"
".....정민아"
"응?"
"지금 우리 집앞으로 올래?...할말이 좀 있어서.."
"할말...?"
"응. 올수 있지?"
"아. 알았어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나서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냥 기분탓으로 돌리기엔..
연희의 말투가 너무 어두웠다..
"왔어?"
"응.. 무슨일인데 여기까지 오라구 해?"
"잠깐... 들어갈래?"
"응? 너희 집에?"
"응...."
"어...어그래..."
연희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보니...
연희가 기운 없는 이유를 알수 있었다..
아니...
나역시도 가슴이 철렁 해졌다...
"너...이사가?"
"응..."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 연희뒤로...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이삿짐들....
"하하..뭐 이사한다고 연락 안돼는것도 아니고..괜찮아"
"....."
"어디로 가는데?"
".....미국"
"....미국?!!?"
"응...나 이민 가.."
더이상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5. 에필로그
=====================================================
지금이야 니가 별감정 남아있을거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 싶은건 어쩔수 없네 ^^;
한국에 다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구...
친구들과 연락이나 할까 싶어서 학교 동창회 사이트
들어가 보니...
니가 등록해 있어서 메일 보내보는데...
설마 잊었을려나?
이 편지 보는데로... 전화 한번 해줄래?
아직...내가 미운게 아니라면 말야...
그냥..한번 보고 싶어서 ^^:
=====================================================
편지의 아래부분엔 전화번호가 하나 적혀 있었고..
꼭 한번 연락해 달라는 당부의 메세지가 한번 더 남겨져있었다
"형 게임안할거에요?"
"아...오늘은 그냥 들어 가 봐야겠다.. 내일보자"
"아..네 그래요"
기분이 별로 게임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다...
10시 20분.....
지금 전화 해도..그리 늦은 시간은 아닐거 같다...
뚜우....뚜우...
"여보세요?"
이쁘장한 목소리....
"...연희니?"
"네..그런데... 누구.."
"메일보고 전화 하는건데..."
"앗 정민이야?"
"후후...정민이는 아니고... 아무튼 반갑다.."
"에? 정민이가 아니라고.. 그럼 누구야?"
"나 기억할려나... 같은 반이었고...승운이야."
"아 승운이! 기억나. 나한테 정민이가 나좋아한다고 귀띔해준 애 맞지??"
"응 맞어..기억하는구나"
"그런데 니가 어떻게?"
전화기를 다시 고쳐 잡고 말을 이었다..
조금..목소리가 떨리기도...
"전화로 얘기 하긴 좀 길고...너 어디니? 서울이야?"
"어.? 응..."
"그럼 우선 내일 만나서 얘기 하자. 내일 얘기 해줄게. 괜찮지?"
"어? 응. 알았어.."
"그럼 내일 전화 할게..."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물어 불을붙였다...
후.....
아지라이 흩어지는 담배 연기들....
'승운아 너랑 나랑 친구 맞지? ㅋㅋㅋ'
'이새끼가 취했나... 갑자기 왜그래'
'야... 혹시라도 내가 무슨일 생기면.... 내 메일 계정 한번 열어봐라..ㅋㅋ'
'이새끼가 미쳤냐.. 왜 불안한 소리 하고 지랄이야'
'야야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심각하게 생각안하게 말했냐?'
'ㅋㅋ 아무튼..무슨일 생기기전에는 열어보지 말고... 알았지?'
'.....알았으니까 그딴 헛소리 두번다시 하지마 새꺄'
'알았어 임마..ㅋㅋㅋ'
담배 한개피가 반쯤 타들어 갔을때..
다시 피시방으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다시 메일 계정으로 접속했다
ID : waitingjm
...기다리는 정민
Pass Word : dldusgml
...이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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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승운이가 이걸 보다니...
그럼 난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가? ㅋㅋㅋ
아무튼.. 이걸본다는건
그 술취했을때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는걸로 보면 돼지?
고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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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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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건 아니고...
그냥 조금 울적할때마다...
편지 한통씩 적어 내 메일에다가 보내 놨는데...
이게 마지막 편지 일듯 싶네...
물론 이건 너한테 보내는 거지만...
너말고는 내가 변변한 친구하나 없는놈이잖아 ㅋㅋ
이런 부탁 너한테 밖에 못하겠다..
혹시라도...
그럴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연희를 만나게 돼면......
이 밑에 편지들.... 나대신 좀 보여 줄래?
가능하면 나한테 시간이 남아있을때 이뤄 졌으면
좋았을텐데..
나대신... 꼭 부탁한다..
아참 그리고 친구야!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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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기어이 담배 한개피를 더 꺼내 물고야 말았다...
5년전의 약속....
이제서야 지켜서 미안하다
그곳은 병마같은 몹쓸것은 없겠지?
이제 편하게 잠들어야 하잖아...ㅋㅋ
잘가라 친구놈아..
출처 http://cafe.daum.net/1gul1sarang After Rainy Day....비갠후 if (parent.proxy) { var homeobj = document.getElementById("homeurl"); homeobj.href = parent.proxy+"/1gul1sara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