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는 3년째 수빈이를 짝사랑하고 있다. 이미 반 친구들은 민준이가 수빈이를 짝사랑하는 걸 알고 있었고 수빈이도 내심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민준이가 수빈이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입학식날이였다. 민준이는 수빈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날 듯이 기뻤다. 민준이는 남자친구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수빈이는 내꺼야. 내가 찜했다고. 그러니깐 아무도 수빈이 건들지마. 알았지?" 하지만 알고보니 수빈이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동네에서 주먹쎄기로 유명한 경환이 형이 수빈이 남자친구라는 것이다. 민준이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만하며 3년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에 민준이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수빈이가 경환이랑 깨졌다는 것이다. "민준아, 너 그 얘기 들었어?" "뭘들어?" "글세,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졌대."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래서야. 이런 얘기를 듣고도 넌 어째 대책이 안서냐. 너 수빈이 좋아하잖 아." "응." "그러니깐 지금이 찬스지.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져서 지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 네가 위로해주는 척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라구." 민준이는 고민에 빠졌다.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지길 3년내낸 빌어왔지만 막상 그게 현실로 다가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수빈이도 날 좋아할까?' 민준이는 반 친구들의 부추김에 수빈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나도 당당하게 수빈이 앞에 서는거야.'
2
수빈이의 표정은 어쩐지 우울해 보였다. 얼마전에 남자친구랑 깨진 후유증 때문이리라. 일단 민준이는 수빈이의 기분이 좋아질때까지 기다리며 조금씩 친해지기로 했다. "저, 수빈아." "왜?" "거기, 이번 주말이 내 싱일인데 그래서 말인데, 우리집에 놀러올래?" "정말? 누구누구 오는데?" "반 친구들 엄청 많이 올꺼야." "그럼 꼭 가야지. 꼭 갈게." "정말?" "응." "고마워." 민준이는 쉬는 시간마다 수빈이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이제는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 정도로 꽤 친해졌다. 민준이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우워! 민준이. 축하한다. 축하해." "뭘?" "숨기긴 임마. 너 요즘 수빈이랑 잘 된다며?" "잘되긴. 이제 조금 친해진 걸 가지구." "그래도 그게 어디야?" "아직 멀었다. 멀었어." "많이 성공한거지. 너 얼마전까진 수빈이한테 제대로 말도 못 걸었잖아. 그런데 요즘 보면 수빈이랑 너랑 꼭 사귀는 사이같이 보이더라." "정말?" "그렇다니깐.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지고 한동안 우울해보이더니만 요즘은 너랑 얘기하는 걸 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보이던데? 축하한다." "헤헤, 고마워." "이제 커플되는 건 시간 문제겠다. 언제 커플 되는거냐?" "그런 건 천천히 할려구. 일단 친해져보구."
3
민준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생일파티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친구들은 한명도 안왔다. 초인종이 울렸다. 드디어 친구들이 오는 것 같다. "누구세요?" "나야 나, 수빈이." "그래, 와 줘서 고마워. 얼른 들어와." 오늘따라 수빈이가 더 예뻐 보였다. 당장이라도 와락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생일 축하해. 자, 선물." "뭐 이런 걸 다 사와. 그냥 와도 되는데. 나한텐 네가 온 건만으로도 내 생일 역사상 최고 선물이야." "에이, 설마." "진짜야,진짜." "근데 다른 애들은?" "글세, 왜 안오지?" "그럼 내가 일등으로 온거네. 나한테 단단히 한턱 쏴야겠다야." "그래. 꼭 쏠게. 그나저나 얘네들이 왜 안오지? 전화해봐야겠다." 민준이는 반장인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수냐? 어떻게 된거야?" "낄낄낄, 잘 되가고 있냐?" "무슨 소리야?" "얘들아, 자, 하나 둘 셋." "민준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수빈이랑 잘 해." 반 아이들의 함성이 들렸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우리, 다 네 생일파티 안 가기로 했어. 지금 다 우리집에서 놀고 있다." "그럼 난 어떻게 하라구?" "어떻게 하긴. 임마. 지금이 기회잖아. 우리가 일부러 너랑 수빈이랑 잘되라고 자리를 비켜준거라고. 이게 우리가 준비한 네 생일선물이다. 좋지? 헤헤." 민준이는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수빈이가 민준잉에게 물어보았다. "딴 애들은?" "어, 그게 말이지. 사실 애들이 지금 다 배탈이 났나봐. 그래서 못 온데." "정말?" "응, 집단 식중독에 걸렸나봐." "그럼 어떻게 하지? 좋다. 내가 딴 애들 몫까지 너 축하해줄게."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생일파티에 안 온 친구들이 기특했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 수빈이와 친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수빈이와 사귈 수 있을꺼야. 아! 행복해.' 수빈이와 같이 생일케잌을 먹었다. 수빈이랑 먹어서 그런지 케잌맛이 꿀 맛이였다. "저기, 민준아." "왜?" "너 있잖아... 나 좋아하니?" 갑작스러운 수빈이의 질문에 민준이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응." "그럼 우리 사귈래?" '헉' 민준이는 너무나 놀랐다. '내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찾아오다니.' 가슴을 진정시키며 민준이가 말했다. "내 소원이 네 남자친구가 되는 거였어." "그럼 우리 사귀는거다. 알았지?" "으,응." 민준이는 얼떨떨했다. 믿겨지지가 않았다. "눈 감아봐." "뭐,뭐라구?" "생일선물주려구. 눈 감아봐." "그,그래." 민준이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온 몸이 다 떨려왔다. '설마, 수빈이가 내게 키스를?' 수빈이의 입술이 민준이의 입술에 닿았다.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4
민준이는 이제 학교에서 수빈이와 정식 커플이 되었다. 학교가는게 너무나 즐거웠고 하루 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민준이는 항상 수빈이와 붙어다녔다. 밥도 같이 먹고 숙제도 같이했다. "야,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냐?" "뭘?" "너네 커플 별명이 뭔 줄 알어?" "뭔데?" "닭살 커플. 정말 내가 보기에도 닭살이다, 닭살." "헤헤."" "이 놈 보게나.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민준이는 항상 수업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쉬는 시간엔 수빈이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수빈이가 먼저 민준이에게 다가왔다. "민준아." "응?" "우리 오늘 우리집에 가서 숙제 같이 할래?" "정말?" "그래. 수업 끝나고 같이 가기다." "그래, 좋아. 좋아."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할 상상을 하니 저절로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민준이와 수빈이는 손을 꼭 잡고 수빈이네 집으로 향했다. 민준이는 생각했다. '수빈이네 집은 어딜까? 학교 근처가 아닌가부지?" "수빈아, 여기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니?" "응, 좀 멀어. 얼마전에 우리집 이사갔거든." "그래." 민준이와 수빈이는 집으로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영화얘기, 음악얘기.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어이! 거기 그림 좋은데."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 세명이 민준이와 수빈이 앞으로 다가왔다. 민준이는 겁에 질렸다. "누, 누구세요?" "와, 수빈이 너 정말 많이 이뻐졌다, 응?" "경환이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거에요?" 검은 가죽잠바중에 제일 덩치 큰 사람이 아마도 수빈이의 옛 남자친구 경환이 인 것 같았다. "수빈이, 너, 오랜만에 오빠 만나서 인사도 안하냐? 아예, 모르는 척 하기냐?" "알았어요. 인사하면 되잖아요. 오랜만이네요, 오빠." "수빈이 너, 요즘 또 연애한다며? 그게 바로 얘냐?" 경환이가 손으로 민준이를 가리졌다. 민준이는 떨렸지만 수빈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제가 수빈이 남자친구에요." "어쭈구리.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어디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지랄이야." "오빠, 왜 그래요? 민준이가 뭘 잘못했다고." "어라. 이것들보게. 너네 벌써 뭐 결혼이라도 했냐? 벌써 몸이라도 섞은거야? 어린것들이." "오빠가 먼저 깨놓고선 이제와서 왜 시비에요?" "깨긴 누가 깼다고 그래? 난 아직 너랑 재미도 제대로 못봤다고. 같이 가자. 갈 때가 있어. 가서 얘기 좀 하자." 경환이가 수빈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도대체 왜 이래요?" 수빈이가 잡힌 팔을 뿌리쳤다. 민준이가 용기내어 말했다. "수빈이 가만 놔 두지 못해. 할 말 있으면 나랑 해. 내가 수빈이 남자친구니깐." "어쭈, 너 죽을려고 환장했구나." 경환이가 민준이에게 주먹을 날렸다. 한 방에 민준이는 뒤로 나가 떨어졌다. 민준이는 정신이 없었지만 재빨리 일어섰다. '수빈으를 지켜야돼. 수빈이를 지켜야돼.' 민준이는 경환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경환이는 주먹을 피해 민준이 배에 주먹을 꽂았다. '헉' 민준이는 숨이 막혔다. 민준이가 싸움꾼인 경환이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다른 두명이 민준이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민준이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5
'여기가 어디지? 헉!' 민준이는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나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도 너무나 띵했다. 곧 민준이는 자신이 온 몸에 줄이 묶여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쏴악.' 민준이 머리위로 물이 쏟아졌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이 민준이에게 물을 부은 것이다. 검은 가죽잠바차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야, 임마.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수빈이는, 수빈이는 어딨어?" "어쭈, 꼴에 남자친구라고." 민준이는 눈 앞에 벌어지는 장면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 수빈이의 몸은 알몸이였고 입에는 자갈이 물린 채 손발이 묶여 있었다. 민준이의 눈 앞에서 경환이의 성기가 수빈이의 몸안으로 들어갔다. 수빈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민준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빈이의 눈빛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
민준이는 검은 잠바차림의 남자들에게 죽도록 맞았다. 죽도록 맞은 후 집 앞에 버려진 민준이는 집에 기어서 들어갔다. 침대위에서 한발짝도 움직 일 수가 없었다. 너무 분한 나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수빈이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던 수빈이의 간절한 눈빛. 수빈이의 눈물이 자신의 심장을 태우는 듯 했다. '어떻게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경환이 네 놈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게 해주마.' '따르릉' 이 때 민준이 방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수빈이." "어, 어디야! 몸은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도 괜찮아. 근데 어디니?" "응, 너네 집 근처야. 지금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영풍슈퍼 앞에서 기다릴게." 민준이는 바로 수빈이를 만나러 뛰어나갔다. 멀리 수빈이의 모습이 보였다. "수빈아!" 그 때 수빈이 뒤로 또 한명의 얼굴이 보였다. 경환이였다. '이놈, 넌 죽었어.' 민준이는 경환이를 향해 돌진했다. "잠깐." 경환이의 손에는 단도가 들려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수빈이의 목을 감은채 악마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 한발짝만 더 다가오면 이 년 얼굴에 칼부림난다. 알았어?" "너, 수빈이 몸에 손 하나만 까닥거리기만 해봐. 너 죽고, 나 죽자." "어쭈구리." 이 때였다. 경환이가 방심을 하는 사이에 수빈이가 경환이 손에 든 단도를 민준이 앞쪽으로 쳐냈다. 민준이는 재빨리 단도를 집어 들었다. "에잇!" 민준이는 경환이 가슴을 향해 단도를 든 손을 내밀었고 경환이는 '헉'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 새빨간 피가 땅으로 흘렀다. 민준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세상이 정지된 기분이였다. "사람이 죽었어." 수빈이가 소리쳤다.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수빈이가 민준이에게 말했다. "안되겠어. 넌 지금 빨리 도망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럼 너는?" "내가 알아서 할게. 지금은 네가 도망가는게 더 시급해. 빨리 도망쳐. 얼른. 뛰어!" 수빈이가 소리쳤다. 수빈이의 외침에 얼떨결에 민준이는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구 뛰었다.
7
호프집에 남자 셋과 여자한명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이시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베달이라도 딴 듯 승리에 도취된 분위기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 세 명중 한 명은 경환이고 경환이 팔에 안겨있는 여자는 바로 수빈이다. "우리의 사업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핫핫, 멍청한 민준이놈 지금쯤 질질 짜고 있겠지?" "오빠, 민준이 혹시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하죠?" "사고는 무슨 사고?"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냐구요. 자기가 한 짓을 비관하고 자살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우리 사업 모두 말짱 꽝이잖아요." "핫핫, 그 놈은 그런 짓 할 위인이 못 돼. 자기 목숨 끊을 용기라도 있을 것 같아?" "그건 그렇습니다, 형님."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그나저나, 경환이 형님. 우리가 계획대로 민준이한테서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요?" "핫핫, 당연하지. 걔네집이 얼마나 부자인 줄 알어? 아마도 걔네집이 이 동네에선 제일 부잘껄? 민준이 부모님이 지금 다 미국에 계시잖아. 거기서 사업을 하는데 꽤나 짭짤한가봐. 그러니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내버려두고 미국에서 장사하느라 정신없잖아." 수빈이가 말했다. "오빠, 나 연기 어땠어? 정말 잘했지?" "그럼, 우리 중에서 네 연기가 최고였어." 경환이가 수빈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민준이 걔, 진짜 웃기더라. 찔리지도 않는 마술용 칼로 내 배를 찌르고는 덜덜 떠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핫핫핫. 그나저나 그 놈 좀 불쌍하긴 하다. 그 놈의 사랑이 뭔지...쯧쯧."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땅바닥에 떨어진 토마토 케첩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정말 웃겼습니다. 핫핫." "어쨌거나 우린 협박해서 돈이나 뜯어 한번 신나게 써보자." "그래요 오빠, 호호호." 호프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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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이는 3년째 수빈이를 짝사랑하고 있다. 이미 반 친구들은 민준이가 수빈이를 짝사랑하는 걸 알고 있었고 수빈이도 내심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민준이가 수빈이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입학식날이였다. 민준이는 수빈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날 듯이 기뻤다. 민준이는 남자친구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수빈이는 내꺼야. 내가 찜했다고. 그러니깐 아무도 수빈이 건들지마. 알았지?" 하지만 알고보니 수빈이는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동네에서 주먹쎄기로 유명한 경환이 형이 수빈이 남자친구라는 것이다. 민준이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만하며 3년을 보냈다.
그런데 최근에 민준이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수빈이가 경환이랑 깨졌다는 것이다.
"민준아, 너 그 얘기 들었어?" "뭘들어?"
"글세,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졌대."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래서야. 이런 얘기를 듣고도 넌 어째 대책이 안서냐. 너 수빈이 좋아하잖 아."
"응."
"그러니깐 지금이 찬스지.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져서 지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 네가 위로해주는 척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라구."
민준이는 고민에 빠졌다.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지길 3년내낸 빌어왔지만 막상 그게 현실로 다가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수빈이도 날 좋아할까?'
민준이는 반 친구들의 부추김에 수빈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나도 당당하게 수빈이 앞에 서는거야.'
2
수빈이의 표정은 어쩐지 우울해 보였다. 얼마전에 남자친구랑 깨진 후유증 때문이리라. 일단 민준이는 수빈이의 기분이 좋아질때까지 기다리며 조금씩 친해지기로 했다.
"저, 수빈아."
"왜?"
"거기, 이번 주말이 내 싱일인데 그래서 말인데, 우리집에 놀러올래?"
"정말? 누구누구 오는데?"
"반 친구들 엄청 많이 올꺼야."
"그럼 꼭 가야지. 꼭 갈게."
"정말?"
"응."
"고마워."
민준이는 쉬는 시간마다 수빈이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이제는 점심시간에 같이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 정도로 꽤 친해졌다. 민준이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우워! 민준이. 축하한다. 축하해."
"뭘?"
"숨기긴 임마. 너 요즘 수빈이랑 잘 된다며?"
"잘되긴. 이제 조금 친해진 걸 가지구."
"그래도 그게 어디야?"
"아직 멀었다. 멀었어."
"많이 성공한거지. 너 얼마전까진 수빈이한테 제대로 말도 못 걸었잖아. 그런데 요즘 보면 수빈이랑 너랑 꼭 사귀는 사이같이 보이더라."
"정말?"
"그렇다니깐. 수빈이가 남자친구랑 깨지고 한동안 우울해보이더니만 요즘은 너랑 얘기하는 걸 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보이던데? 축하한다."
"헤헤, 고마워."
"이제 커플되는 건 시간 문제겠다. 언제 커플 되는거냐?"
"그런 건 천천히 할려구. 일단 친해져보구."
3
민준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생일파티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친구들은 한명도 안왔다. 초인종이 울렸다. 드디어 친구들이 오는 것 같다.
"누구세요?"
"나야 나, 수빈이."
"그래, 와 줘서 고마워. 얼른 들어와."
오늘따라 수빈이가 더 예뻐 보였다. 당장이라도 와락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생일 축하해. 자, 선물."
"뭐 이런 걸 다 사와. 그냥 와도 되는데. 나한텐 네가 온 건만으로도 내 생일 역사상 최고 선물이야."
"에이, 설마."
"진짜야,진짜."
"근데 다른 애들은?"
"글세, 왜 안오지?"
"그럼 내가 일등으로 온거네. 나한테 단단히 한턱 쏴야겠다야."
"그래. 꼭 쏠게. 그나저나 얘네들이 왜 안오지? 전화해봐야겠다."
민준이는 반장인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수냐? 어떻게 된거야?"
"낄낄낄, 잘 되가고 있냐?"
"무슨 소리야?"
"얘들아, 자, 하나 둘 셋."
"민준아! 생일 축하해. 그리고 수빈이랑 잘 해."
반 아이들의 함성이 들렸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우리, 다 네 생일파티 안 가기로 했어. 지금 다 우리집에서 놀고 있다."
"그럼 난 어떻게 하라구?"
"어떻게 하긴. 임마. 지금이 기회잖아. 우리가 일부러 너랑 수빈이랑 잘되라고 자리를 비켜준거라고. 이게 우리가 준비한 네 생일선물이다. 좋지? 헤헤."
민준이는 전화를 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수빈이가 민준잉에게 물어보았다.
"딴 애들은?"
"어, 그게 말이지. 사실 애들이 지금 다 배탈이 났나봐. 그래서 못 온데."
"정말?"
"응, 집단 식중독에 걸렸나봐."
"그럼 어떻게 하지? 좋다. 내가 딴 애들 몫까지 너 축하해줄게."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생일파티에 안 온 친구들이 기특했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 수빈이와 친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수빈이와 사귈 수 있을꺼야. 아! 행복해.'
수빈이와 같이 생일케잌을 먹었다. 수빈이랑 먹어서 그런지 케잌맛이 꿀 맛이였다.
"저기, 민준아."
"왜?"
"너 있잖아... 나 좋아하니?"
갑작스러운 수빈이의 질문에 민준이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응."
"그럼 우리 사귈래?"
'헉'
민준이는 너무나 놀랐다.
'내게 이렇게 기회가 빨리 찾아오다니.'
가슴을 진정시키며 민준이가 말했다.
"내 소원이 네 남자친구가 되는 거였어."
"그럼 우리 사귀는거다. 알았지?"
"으,응."
민준이는 얼떨떨했다. 믿겨지지가 않았다.
"눈 감아봐."
"뭐,뭐라구?"
"생일선물주려구. 눈 감아봐."
"그,그래."
민준이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 온 몸이 다 떨려왔다.
'설마, 수빈이가 내게 키스를?'
수빈이의 입술이 민준이의 입술에 닿았다.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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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이는 이제 학교에서 수빈이와 정식 커플이 되었다. 학교가는게 너무나 즐거웠고 하루 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민준이는 항상 수빈이와 붙어다녔다. 밥도 같이 먹고 숙제도 같이했다.
"야, 너희들 너무한 거 아니냐?"
"뭘?"
"너네 커플 별명이 뭔 줄 알어?"
"뭔데?"
"닭살 커플. 정말 내가 보기에도 닭살이다, 닭살."
"헤헤.""
"이 놈 보게나. 아주 좋아 죽네. 좋아 죽어."
민준이는 항상 수업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쉬는 시간엔 수빈이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깐.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수빈이가 먼저 민준이에게 다가왔다.
"민준아."
"응?"
"우리 오늘 우리집에 가서 숙제 같이 할래?"
"정말?"
"그래. 수업 끝나고 같이 가기다."
"그래, 좋아. 좋아."
민준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할 상상을 하니 저절로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민준이와 수빈이는 손을 꼭 잡고 수빈이네 집으로 향했다. 민준이는 생각했다.
'수빈이네 집은 어딜까? 학교 근처가 아닌가부지?"
"수빈아, 여기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니?"
"응, 좀 멀어. 얼마전에 우리집 이사갔거든."
"그래."
민준이와 수빈이는 집으로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영화얘기, 음악얘기.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어이! 거기 그림 좋은데."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 세명이 민준이와 수빈이 앞으로 다가왔다. 민준이는 겁에 질렸다.
"누, 누구세요?"
"와, 수빈이 너 정말 많이 이뻐졌다, 응?"
"경환이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거에요?"
검은 가죽잠바중에 제일 덩치 큰 사람이 아마도 수빈이의 옛 남자친구 경환이 인 것 같았다.
"수빈이, 너, 오랜만에 오빠 만나서 인사도 안하냐? 아예, 모르는 척 하기냐?"
"알았어요. 인사하면 되잖아요. 오랜만이네요, 오빠."
"수빈이 너, 요즘 또 연애한다며? 그게 바로 얘냐?"
경환이가 손으로 민준이를 가리졌다. 민준이는 떨렸지만 수빈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제가 수빈이 남자친구에요."
"어쭈구리.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어디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지랄이야."
"오빠, 왜 그래요? 민준이가 뭘 잘못했다고."
"어라. 이것들보게. 너네 벌써 뭐 결혼이라도 했냐? 벌써 몸이라도 섞은거야? 어린것들이."
"오빠가 먼저 깨놓고선 이제와서 왜 시비에요?"
"깨긴 누가 깼다고 그래? 난 아직 너랑 재미도 제대로 못봤다고. 같이 가자. 갈 때가 있어. 가서 얘기 좀 하자."
경환이가 수빈이의 팔을 잡아 끌었다.
"도대체 왜 이래요?"
수빈이가 잡힌 팔을 뿌리쳤다. 민준이가 용기내어 말했다.
"수빈이 가만 놔 두지 못해. 할 말 있으면 나랑 해. 내가 수빈이 남자친구니깐."
"어쭈, 너 죽을려고 환장했구나."
경환이가 민준이에게 주먹을 날렸다. 한 방에 민준이는 뒤로 나가 떨어졌다. 민준이는 정신이 없었지만 재빨리 일어섰다.
'수빈으를 지켜야돼. 수빈이를 지켜야돼.'
민준이는 경환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경환이는 주먹을 피해 민준이 배에 주먹을 꽂았다.
'헉'
민준이는 숨이 막혔다. 민준이가 싸움꾼인 경환이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다른 두명이 민준이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민준이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갔다.
5
'여기가 어디지? 헉!'
민준이는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나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머리도 너무나 띵했다. 곧 민준이는 자신이 온 몸에 줄이 묶여서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쏴악.'
민준이 머리위로 물이 쏟아졌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이 민준이에게 물을 부은 것이다. 검은 가죽잠바차림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야, 임마.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수빈이는, 수빈이는 어딨어?"
"어쭈, 꼴에 남자친구라고."
민준이는 눈 앞에 벌어지는 장면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었다. 수빈이의 몸은 알몸이였고 입에는 자갈이 물린 채 손발이 묶여 있었다. 민준이의 눈 앞에서 경환이의 성기가 수빈이의 몸안으로 들어갔다. 수빈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민준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빈이의 눈빛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6
민준이는 검은 잠바차림의 남자들에게 죽도록 맞았다. 죽도록 맞은 후 집 앞에 버려진 민준이는 집에 기어서 들어갔다. 침대위에서 한발짝도 움직 일 수가 없었다. 너무 분한 나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만 감으면 수빈이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던 수빈이의 간절한 눈빛. 수빈이의 눈물이 자신의 심장을 태우는 듯 했다.
'어떻게하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경환이 네 놈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게 해주마.'
'따르릉'
이 때 민준이 방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수빈이."
"어, 어디야! 몸은 괜찮아?"
"괜찮아, 너는?"
"나도 괜찮아. 근데 어디니?"
"응, 너네 집 근처야. 지금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영풍슈퍼 앞에서 기다릴게."
민준이는 바로 수빈이를 만나러 뛰어나갔다. 멀리 수빈이의 모습이 보였다.
"수빈아!"
그 때 수빈이 뒤로 또 한명의 얼굴이 보였다. 경환이였다.
'이놈, 넌 죽었어.'
민준이는 경환이를 향해 돌진했다.
"잠깐."
경환이의 손에는 단도가 들려있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수빈이의 목을 감은채 악마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너 한발짝만 더 다가오면 이 년 얼굴에 칼부림난다. 알았어?"
"너, 수빈이 몸에 손 하나만 까닥거리기만 해봐. 너 죽고, 나 죽자."
"어쭈구리."
이 때였다. 경환이가 방심을 하는 사이에 수빈이가 경환이 손에 든 단도를 민준이 앞쪽으로 쳐냈다. 민준이는 재빨리 단도를 집어 들었다.
"에잇!"
민준이는 경환이 가슴을 향해 단도를 든 손을 내밀었고 경환이는 '헉'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 새빨간 피가 땅으로 흘렀다.
민준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세상이 정지된 기분이였다.
"사람이 죽었어."
수빈이가 소리쳤다.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수빈이가 민준이에게 말했다.
"안되겠어. 넌 지금 빨리 도망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럼 너는?"
"내가 알아서 할게. 지금은 네가 도망가는게 더 시급해. 빨리 도망쳐. 얼른. 뛰어!"
수빈이가 소리쳤다. 수빈이의 외침에 얼떨결에 민준이는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구 뛰었다.
7
호프집에 남자 셋과 여자한명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이시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베달이라도 딴 듯 승리에 도취된 분위기다.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 세 명중 한 명은 경환이고 경환이 팔에 안겨있는 여자는 바로 수빈이다.
"우리의 사업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핫핫, 멍청한 민준이놈 지금쯤 질질 짜고 있겠지?"
"오빠, 민준이 혹시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하죠?"
"사고는 무슨 사고?"
"자살이라도 하면 어쩌냐구요. 자기가 한 짓을 비관하고 자살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우리 사업 모두 말짱 꽝이잖아요."
"핫핫, 그 놈은 그런 짓 할 위인이 못 돼. 자기 목숨 끊을 용기라도 있을 것 같아?"
"그건 그렇습니다, 형님."
검은 가죽잠바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그나저나, 경환이 형님. 우리가 계획대로 민준이한테서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요?"
"핫핫, 당연하지. 걔네집이 얼마나 부자인 줄 알어? 아마도 걔네집이 이 동네에선 제일 부잘껄? 민준이 부모님이 지금 다 미국에 계시잖아. 거기서 사업을 하는데 꽤나 짭짤한가봐. 그러니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내버려두고 미국에서 장사하느라 정신없잖아."
수빈이가 말했다.
"오빠, 나 연기 어땠어? 정말 잘했지?"
"그럼, 우리 중에서 네 연기가 최고였어."
경환이가 수빈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민준이 걔, 진짜 웃기더라. 찔리지도 않는 마술용 칼로 내 배를 찌르고는 덜덜 떠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핫핫핫. 그나저나 그 놈 좀 불쌍하긴 하다. 그 놈의 사랑이 뭔지...쯧쯧."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땅바닥에 떨어진 토마토 케첩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정말 웃겼습니다. 핫핫."
"어쨌거나 우린 협박해서 돈이나 뜯어 한번 신나게 써보자."
"그래요 오빠, 호호호."
호프안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2001.9.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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