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윤지수200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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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뭐 그건좋아. 그럼 자네의 할아버지는 어때? 존재하는가?"

 

"지금 말했잖은가. 할아버지는 다섯 살때 돌아셨어. 이것은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기억이 있으니, 존재한 것이지."

 

"자네가 그 기억째로 태어났다면 어떻겠나? 쉽게 말해서 자네가 이 세상에 탄생한 것은 방금 전, 이 곳에 오기 직전이고, 자네는 그 때까지의 기억을 전부 다 가진 채 이 세상에 뚝 떨어진 것이라 해도, 지금의 자네로서는 구별할 수 없지 않은가? 내말이 틀렸나?"

 

교고쿠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딸랑, 하고 풍경이 울렸다.

 

뒷마루에 비쳐들던 서녘해는 이미 옅어지고, 바깥은 어슴푸레해져 있었다.

 

자고 있던 고양이의 모습도, 어느새 그곳에는 없었다.

 

나는 갑자기 바다에 내던져진 갓난아기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 아니, 공포라기보다는 쓸쓸함이나 공허에 가깝다. 마치 진흙 배가 바다에 녹아 버린것 같았다.

 

"그런 일. 아니, 그런 바보 같은 일은 있을 수 없어. 나는 날세."

 

"어떻게 하나? 자네로서는 판단할 수 없을 텐데. 자네의 추억도, 자네의 현재도, 전부 방금 전에 자네의 뇌가 적당히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지 않나?

마치 공연 첫날 개막직전에 아무렇게나 갈겨쓴 극작가의 대본처럼 말일세. 언제 다 썼는지는 손님인 자네로서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거지."

 

"그런, 그런 부질없는 나는."

 

방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가상현실과 현실의 구별은, 자기 자신은 절대로 할 수 없는 법이야. 세키구치 군. 아니, 자네가 세키구치 군이라는 보증조차 없는 걸세.

자네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유령처럼 가짜일 가능성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과 똑같이 존재 한다네."

 

그럼-

 

"그럼 마치 내가 유령 같지 않은가!"

 

 

어제 새벽 드디어 책을 다 읽고 벗겨놨던 겉표지를 다시 씌웠다.

 

책을 덮고나니 정말 긴 여행을 하나 다녀온 기분이였다.

 

차근 차근 밟아져 나가는 시간의 흐름

 

거기에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뿌듯함

 

 

이 작가의 다음 작품. 망량의 상자도 곧 읽어야 겠다.

 

똑 같은 두깨의 책 2권으로 이루어 졌다만은.

 

처음 부터 끝까지 설레며 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