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1994)

김태희200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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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1994)


수업이 끝난 후

버스타기 전에 집어들었던 잡지책의 영화 소개란의 짤막한 글에

그만 필이 꽂혀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눈에 들어온 DVD방으로 냅다 들어갔다.

 

중경삼림의 금성무가 너무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자기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던 그가...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를 처음 봤던 건 중학교 때였다.

그 때는 감각적인 영상과 배경음악에 눈과 귀를 빼앗겼었는데

벌써 십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영화를 보니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하지무(금성무)는

만우절에 장난처럼 헤어진 여자친구 메이를 기다리면서

그녀가 좋아했던 과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것만 하나씩 사서 모으기 시작한다.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그 날까지 그녀가 돌아오지 않으면

깨끗이 잊으리라고 다짐하면서...

마지막 날... 결국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고...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 30개를 모두 먹어 치운

그는 결국 탈이 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읖조린다.

나는 깨달았다 메이에게 나는 그저 파인애플 캔이었음을_ 이라고..

 

언제든지 어떻게 하던지 물건들에겐

유통기한이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그의 대사처럼

기다림과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나 보다.

 

어쩌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이미 두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통조림이 만들어질 때 이미 유통기한이 결정되어 버리듯이...

 

하지만 우리는 '뒷면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찾지 못해 헤매고

기다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이미 지나버린 유통기한을 확인하고서도

상해버린 사랑을 비워내지 못하고 또 고민한다.

 

변질되버린 사랑에서조차 그가 마음 아플 것이 염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인가 보다.

 

나는 지금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들고 서 있다.

변질된 내용물을 먹으면 탈이 날 것을 알면서도

차마 버리지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