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김영일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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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월 (November) 늦은것 같지만 ... 무엇인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있을 게다. 다시 긴장하게 하는 쌀쌀한 날씨가 좋고. 운이 좋으면 첫눈을 볼 수 있을 게다. 들길에 낙옆 태우는 냄새가 좋을 게다. 기온은 이제 적당히 내려가 차갑고 맑게 된다. 간간히 들리던 풀벌레도 이맘때면 대지의 품으로 기어들었는지. 창 밖은 조용할 게다. 그리고 물은 투명하게 맑아 소리마저 깨끗해질 게다. 11월은 정직한 달이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달일 게다. 정열적인 사랑과 자신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면서 빈 들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치열했던 삶도 조금은 눅어들지도 모르게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늘 뜨거운 차를 끓이고 햇살 잘드는 창 쪽에 앉아 첼로 연주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11월의 사랑법일 것일 게다. 늦은 가을비야 하늘로 올랐던 수증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결로하여 마침내 중력이 당기는 대로 절로 그렇게 내리는 물방울들이겠지만 때는 한 해의 끄트머리로 가는 길목인지라 은행나무 가로수 그 노란 이파리들이 비에 젖어 척척하니 가슴에 달라붙는다. 저문 거리에는 가쁘게 내달리던 하루를 마감하고 귀가를 서두르느라 벌겋게 거리를 적신 자동차의 후미등 불빛들과 간판 불빛들이 질펀하게 빗물에 고였다가 튀어 오른다. 바람 부는 퇴근 거리….. 다리에 감기는 바지자락이 이제 써늘하고 내 사는 굴로 10년된 엔진소리 요란한 구식 무쏘를 끌고 고인 빗물에 불 밝힌 거리의 네온사인이 잠겨 그 위로 드문드문 가을비는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