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조현주200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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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1
난 먹는 거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날 먹고 싶은 것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그렇다고 엄청난 양을 먹거나, 좋은 식당만 골라 다니지는 않는다. 난 영혼이 없고 형식만 있는 일부 퓨전 음식과 청담동의 잘난 식당들은 두려워한다. 너무 화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도 좋아하는 집이 있긴 하지만. 또 아무리 잘나가는 식당, 음식 맛이 있더라도 커피가 맛없는 집이라면 다시 갈 때 저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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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내 소울푸드soul food가 파스타가 아닐까 생각하는 시절이 있었다. 당시 하루의 두끼는 파스타를 먹었던 것 같다.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국수 만드는 기계도 사고, 파스타 만드는 책(당시에는 한국어로 된 것이 없어서 영어판을 구입했다) 집에서 시금치가 들어간 녹색 파스타까지도 만들어봤다. 오랫 동안 파스타만 먹다가 12일간의 이태리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죽도록 파스타만 먹고 돌아왔다. 그리고 파스타를 접었다. 한때는 스테이크가, 한때는 우동이, 한때는 순대를.. 그런 식으로 음식들을 돌아가며 내 소울푸드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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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수없는 소리이지만, 난 밥이 좋은 줄 모른다. 최근까지도 그렇다. 내 체질에 밀가루 음식이 먹으면 안된다고 해도, 난 탈이 나도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 한약을 즐기지 않는 이유도 밀가루 음식을 삼가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한식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난 아직은 다양한 식사가 좋다. 아직은 이색적인 것, 다른 것,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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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밥을 해봤다. 6 형제 중에서 엄마에게 사랑 받는 방법은 가사일에 지칠 대로 지친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니까. 고등학교 때는 가사 일을 나에게 너무 시키는 엄마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공부 잘 하는 것보다 집안 일 잘 하는 게 좋지?’. 물론 반은 악이었던 것 같다. 울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둘 다 잘 하는 게 좋지’. 사는 게 힘들었던 엄마는 약(?)게도 두 가지를 다 요구하셨다. 어쨌든 초등학교 6학년 쯤이 되어서는 밥하고 찌게 끓이고 생선 굽고, 시금치랑 콩나물 무쳐 밥상 차릴 정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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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잡지 편집장이 된 다음에는 집안 일을 잘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감이 끝나면 울 엄마의 소원은 내가 일찍 들어와 밥을 하는 것이다. 실력은 오히려 옛날에 비해서 줄었지만 말이다. 내 또래의 주부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겠지만 칼질도 잘 하는 편이다. 그리고 후딱 뚝딱 해낸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재료를 그대로 살린 종류다. 좋은 소금과 후추로 살짝 간만 하는 것.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심심하다 말한다. 그래도 난 재료 자체를 듬뿍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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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소개한 것은 사실 남보기엔 부끄럽지만 정말 10분만에 모두 끝낼 수 있는 간단한 일품 식사들이다. 복잡한 것 말고, 재료를 많이 먹을 수 있는 것들.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접시 하나만 있으면 말이다. 균형 잡힌 식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기와 야채를 듬뿍 먹을 수 있다. 난 고기나 야채, 둘 중 하나만 빠져도 허전하다. 아주 간단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음식들이다. 말하자면 비상 식량 같은 음식들이다.   food 1 우리들의 비상 식량, 최후의 보류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동아일보사 1층에 가면 카페가 있다. 하루에에서 운영하는 이 카페는 아주 간단한 식사들을 판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냥 갓 지은 뜨끈한 밥에 스팸 잘라 구워주고 김이랑 젖갈에 달걀 프라이를 준다. 근데 맛있다. 그래서 집에서 그렇게 먹어 봤다. 그냥 집에 있는 반찬들을 모두 커다란 접시에 올려서. 괜찮더라. 정말 하찮지만 우리에게 일용한 모든 영양소는 있지 않은가. 그리고 스팸은 맨 프라이팬에서 구워 기름을 빼고, 그 때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으로 달걀 프라이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은 7분도 채 되지 않는다. 굶지 말고 먹자. 그래야 건강하다.   food 2 찬밥에 조각 재료, 모두 한 자리에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찬 밥 밖에 없을 때, 온갖 쓰다 남은 야채 재료들이 있을 때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밥전이다. 찬 밥 넣고, 온갖 남은 야채와 소시지, 햄, 고기 조각을 넣어 달걀 깨서 넣고 소금이랑 후추로 간을 한다. 물 오징어가 있으면 좋다. 쫄깃쫄깃한 맛을 낸다. 찬 밥도 이 안에서는 궁상맞지 않고 쫄깃한 맛을 낸다. 야채는 아무 것이나 다 좋다. 다만 너무 익지 않는 감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써는 것이 자신이 없다면 큼직하게 썰어 살짝 볶아 사용해도 좋다. 아니면 볶다가 달걀과 찬 밥만 섞어 야채 위에 부어서 부친다. 큼직하게 부쳐도 좋다. 안에 김치를 넣어도 좋다. 오물렛처럼 우리들의 다정한 토마토 케찹과 먹는다.   Food 3 귀차니스트의 대충대충 볶음 밥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너무 뻔한 음식들만 제시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이런 것 밖에 없다. 볶음밥 하려면 재료 썰기가 귀찮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정말 간단해서 내가 좋아하는 볶음 밥이다. 게다가 씹는 맛이 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일단 다시마 국물이 필요하다는 것. 전날 다시마 조각을 컵에 넣고 물에 담아 놓는다. 그럼 간단하다. 두번째는 기름을 프라이팬에 넣고 마늘을 다져 중간 불에서 마늘 기름을 낸다는 것. 그러면 전체적으로 마늘 풍미가 나서 맛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볶음 밥은 파와 베이컨만 넣고 소금간만 한 것. 어쨌든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재료를 길게 대충 썬다. 굵고 길어도 괜찮다.
2 기름을 프라이팬에 두르고 마늘 다진 것 넣어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그냥 둔다.
3 밥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반만 익히는 기분으로 볶는다.
4 밥을 넣고 (가스불을 강한 불로 한 다음) 밥 위로 준비한 다시마 국물(의외로 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1/3 컵 정도)를 붓고 뚜껑을 닫아준다. 이게 이 볶음밥의 포인트다.
5 소금과 후추 간을 하고 한번 휙 휘저어 꺼낸다.   food 4 스테이크가 스테이크 같아야, 스테이크지, 사이비 스테이크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나의 사이비 스테이크. 모든 재료를 한 프라이팬에 넣고 구워 주는 방법이다. 별 다른 재료 필요 없고 필요한 것은 역시 소금과 후추. 요즘 나는 암염과 통후추에 빠져 있다.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와인이나 정종. 와인은 먹다 남은 것을 쓰면 된다. 사실 화이트 와인이냐 레드 와인이냐, 무엇을 쓸 것인가는 우리 같은 평범한 입맛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싱거우면 간장에 와사비를 섞어 찍어 먹는다. 재료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딥 소스다. 일단 고기는 두껍게 1cm 정도 되게 잘라 하나씩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가 사용한다. 미리 해동시켜 놓아도 되고, 시간이 정 없으면 해동시키지 않아도 된다. 소금물에 해동시켜도 빠르다. 소금물에 담가놓고 샤워를 하고 오던지, 방을 청소하고 오던지, 그 정도 시간이면 해동되니까. 일단 야채는 큼직하게 썰어 놓는다. 길게 썰든, 납작하게 썰든 관계 없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고기를 놓은 다음(고기를 놓는 순간 나는 치지직~ 소리가 난 너무 좋다) 후추랑 소금을 살짝 뿌리고 뒤집어 준다. 그리고 다시 뿌린 후, 술을 부어준다. 양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내키는 대로 뿌린다. 너무 이것저것 너무 신경 쓰지 말자. 대세에 큰 영향 없다. 마구 쏟아 부어 증발 시키는데 너무 오랜 시간만 걸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대충 술이 없어질 무렵, 고기를 한쪽으로 몰아 넣고 야채를 올려 놓는다. 역시 약간의 소금을 뿌린다. 조금만 뿌려라. 어차피 나중에 와사비 간장을 찍어 먹어도 되니까. 야채는 양면 다 익힌다. 이때 토마토랑 가지를 빼 먹지 말자. 구운 가지랑 토마토, 정말 예술이니까. 보통 나는 이때 고기를 가위로 잘라 먹기 좋게 만든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왕창 올린다. 사진에서는 너무 가지런하게 담아 맛이 없어 보이지만 왕창 흐트러지게 담으면 맛있어 보인다.   food 5 브런치로, 디저트로, 또는 점심으로 10분만에 만드는 비상식량~ 내가 무진장 좋아하는 메뉴다. 온갖 과일을 잘라 큰 접시에 올려 놓고(자르는 과정에서 난 과일 국물도 함께 담는다. 특히 오렌지나 자몽 같은 것을 속껍질에서 과육을 발라내고 그 껍질을 짜면 무진장 국물, 아니 과즙이 많이 생기는데 무진장 맛있다) 그 위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올려 놓는다. 플레이크를 함께 넣어도 좋지만, 난 과일만 있는 것을 선호한다. 요구르트랑 먹기 가장 좋은 것은 자몽과 오렌지다. 과육만 잘라 넣으면, 예술이다. 토마토와 참외 같은 야채류, 너무 단맛이 강한 과일은 사양이다. 이 사진에서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플레인 요구르트를 썼지만, 보통 때는 집에서 직접 만든 요구르트를 사용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요구르트는 단맛이 너무 강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