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맨 남자들이 수천, 수억 원의 돈을 기계에 쏟아 붓고, 추리닝 바람의 아줌마가 우는 애를 들쳐 업고 해양 동물들 주변을 서성인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에 현혹된, 뿌연 담배 연기 속에 허망한 욕망을 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 세상의 허기짐이 스크린 위에 구현된다. . 영화는 예로부터 명절이면 아버지와 사위, 며느리가 둘러 앉아 즐기던 ‘화투’를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의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순히 즐긴다’의 의미와는 다른 지점에서 ‘즐김’을 시도한다. 그들의 즐김은 그야말로 돈 놓고 목숨을 거는 전쟁이다.
으로 이야기꾼의 재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최동훈 감독은 다시 한번 사기와 도박으로 이루어진 ‘구라의 세계’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 인간의 허기진 욕망을 꽉꽉 채워 넣는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몸 제일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현실이라는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 평경장이 내뱉은 말처럼 "내가 화투고 화투가 나인 몰아일체의 경지, 혼이 담긴 구라" 그것이 바로 최동훈 감독이 만든 ‘구라의 세계’이며, 영화 의 세계다.
"만화를 시나리오로 옮기는데 1년이 걸렸다. 만화가 너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만화 안네 콘티까지 있는데 왜 1년이란 시간이 걸렸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더라. 하지만 원작만화는 신문연재 형식이었기 때문에 영화화하기에 스케일이 방대했고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틀로 엮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크게 주안점을 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 최동훈 감독
성공적인 데뷔작 를 끝낸 뒤 최동훈 감독은 김세영, 허영만의 국민만화 ‘타짜’를 영화화해보지 않겠냐는 영화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 당시로썬 ‘타짜’를 영화화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도전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최 감독의 손엔 만화 ‘타짜’가 들려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에 푹 빠져버린 그는 결국 자신만의 패를 잡아보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
2차원의 만화를 3차원의 영상 안에 표현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1999년 7월부터 무려 4년 동안이나 신문에 연재된 방대한 양의 만화를 고작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모험이다. 최동훈 감독은 우선 총 4부(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로 구성된 만화 가운데 "드라마 구성은 느슨하지만 전체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1부 ‘지리산 작두’만을 1년여에 걸쳐 각색한다. 각색 작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를 1990년대로 옮긴 것. 최 감독은 "내가 느끼는 도박 혹은 도박을 하는 인간에 대한 단상은 ‘도박을 해서 BMW를 타고 싶어하는 인간’이었다. 또 강남의 아줌마들도 껴 있고 회사원들도 화투를 치는 그런 시대, 겉으로는 발전했지만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세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한쪽 방에선 ‘섯다’를 하는 그런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억대 연봉자들이 등장하고 누구나 화투를 칠 수 있게 된 시대가 바로 90년대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의중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는 ‘BMW 한 번 몰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정 마담(김혜수 분)의 속삭임에 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화려함으로 치장한 강남 아줌마들과 대학 교수님, 가부장적인 억대 연봉자, 경매장 주변을 배회하는 어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꽃 싸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9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한 뒤 최 감독은 ‘타짜가 되가는 고니의 여정과 그가 만나는 인간군상들’이란 줄기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다. 영화 는 만화가 담고 있는 화투판의 기술들을 자세히 묘사하기 보다 화투판의 의리 없는 전쟁을 경험하는 고니의 성장사를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의 연기 조합이 좋았던 것은 모두 배우들의 공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일은 배우들의 조합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정도였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했다. 스스로 정말 배우 복이 많은 감독이라 생각하고 있다." - 최동훈 감독
최동훈 영화는 ‘캐릭터 영화’라 할 만큼 탄탄한 내공을 갖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나 일상을 빗겨나간 ‘반사회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피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릭터에 사실성과 현실성을 부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 감독은 보다 많아진 캐릭터들을 쥐락펴락하며 캐릭터로 영화의 승부수를 띠운다.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적역의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원작보다 훨씬 다정해지고 날렵해진 고니 역의 조승우부터 시나리오 때부터 적역임을 의심치 않았던 평경장 역의 백윤식, 고급스러운 욕망의 화신으로 변신한 정 마담 역의 김혜수, 쉴 새 없는 수다로 입담을 과시하는 고광렬 역의 유해진까지 이 네 배우의 하모니는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을 동시에 던져준다. 고니가 넘쳐나는 승부욕으로 영화를 스릴 있게 끌고 가는 인물이라면, 고니의 스승인 평경장은 그 특유의 느릿한 말투에서 비롯된 낭만과 유유자적함으로 영화를 안정되게 품고 가는 인물이다. 또한, 화투판을 설계하는 정 마담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지 않는 승부욕과 치명적인 욕망으로 영화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며, 서민형 타짜 고광렬은 타짜 답지 않은 직장인다운 마인드와 멈추지 않는 수다로 영화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만든다. 최 감독의 캐스팅 스토리는 이렇다. "실제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조승우가 방방 뛰는 고니 역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평경장에는 백윤식 말고는 단 1초도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않았다. 정 마담 역의 김혜수는 아주 묘한 느낌의 여배우다. 여우의 탈을 쓴 양 같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녀의 섹시함과는 상관없이, 아주 차가운 듯 하지만 저 밑은 아주 따뜻한, 그런 묘한 느낌이 좋다. 고광렬 역의 유해진의 그와 영화를 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것과 함께, 희극적이지만 굉장히 인간적인 그 캐릭터가 유해진이란 배우와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에는 고니를 화투판으로 이끈 결정적인 인물 박무석(김상호 분)과 곽철용(김응수 분), 초라해진 타짜의 전설 짝귀(주진모 분), 기술을 부리기 보다 기술을 잡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죽음의 타짜 아귀(김윤석 분), 고니가 사랑하는 여인 화란(이수경 분), 고광렬과 닭살 연애를 나누는 화란의 언니 세란(김정난 분) 등. 신구세대를 막론한 배우들이 맛깔 나는 연기로 네 주요 캐릭터를 뒷받침하며 도박 세계의 존재감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도박과 화투는 우리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는 일이다. 흔히들, 도박판 사람들을 음지에서 배회하는 부류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화투를 잡지 않는 순간엔 그들 역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린 이들이 도박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고 또 인간 본연의 욕망에 솔직해져 가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도박과 화투는 소재일뿐, 결국 나의 두 번째 영화 는 ‘인간’과 ‘욕망’에 관한 영화다." - 최동훈 감독
최동훈 감독은 사기, 도박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반사회적인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라고 밝힌다. 즉, 최 감독은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도박을 하게 됐으며, 도박을 하다 누굴 만났으며, 누굴 만나서 어떻게 됐는가…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다. 그 흥미 안에는 화투패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싹튼 인간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 역시 여기다. 최 감독은 많은 등장 인물들에게 화투에서 비롯된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욕망을 심어 놓는다. ‘언제나 돈은 나눠먹어야 탈이 없다’는 평경장의 낭만적인 도박과 변변찮은 도박 기술로 서민들의 돈을 가로채는 박무석, 곽철용의 사기 도박,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꼭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정 마담의 소유욕 도박, 기술을 부리는 것보다 기술을 잡는 것에 더 쾌락을 느끼는 아귀의 사디스트 도박, 자신의 여자 앞에서만은 강하고 싶은 호구(권태원 분)의 과시 도박, 도박으로 손이 잘리고도 화투판을 맴돌 수 밖에 없는 짝귀의 초라한 도박 등. 는 같은 지점인 화투판 안에 다른 지점의 욕망들을 담아내며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하면서도 또 얼마나 매혹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고니 역시 욕망을 붙잡기 위해 화투를 놓지 못하는 인간들 속에서 허망한 욕망을 좇으며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인간들의 허기진 욕망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인간 세상의 한 부분을, 인간이란 존재의 한 부분을 스쳐 지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허기진 욕망이 꿈틀대는 구라의 세계
허기진 욕망이 꿈틀대는 구라의 세계
넥타이 맨 남자들이 수천, 수억 원의 돈을 기계에 쏟아 붓고, 추리닝 바람의 아줌마가 우는 애를 들쳐 업고 해양 동물들 주변을 서성인다.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에 현혹된, 뿌연 담배 연기 속에 허망한 욕망을 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이 세상의 허기짐이 스크린 위에 구현된다. . 영화는 예로부터 명절이면 아버지와 사위, 며느리가 둘러 앉아 즐기던 ‘화투’를 소재로 한다. 그러나 의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순히 즐긴다’의 의미와는 다른 지점에서 ‘즐김’을 시도한다. 그들의 즐김은 그야말로 돈 놓고 목숨을 거는 전쟁이다.

성공적인 데뷔작 를 끝낸 뒤 최동훈 감독은 김세영, 허영만의 국민만화 ‘타짜’를 영화화해보지 않겠냐는 영화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만다. 당시로썬 ‘타짜’를 영화화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도전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최 감독의 손엔 만화 ‘타짜’가 들려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에 푹 빠져버린 그는 결국 자신만의 패를 잡아보기로 마음먹기에 이른다.




으로 이야기꾼의 재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최동훈 감독은 다시 한번 사기와 도박으로 이루어진 ‘구라의 세계’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 인간의 허기진 욕망을 꽉꽉 채워 넣는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몸 제일 밑바닥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현실이라는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 평경장이 내뱉은 말처럼 "내가 화투고 화투가 나인 몰아일체의 경지, 혼이 담긴 구라" 그것이 바로 최동훈 감독이 만든 ‘구라의 세계’이며, 영화 의 세계다.
"만화를 시나리오로 옮기는데 1년이 걸렸다. 만화가 너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만화 안네 콘티까지 있는데 왜 1년이란 시간이 걸렸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더라. 하지만 원작만화는 신문연재 형식이었기 때문에 영화화하기에 스케일이 방대했고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틀로 엮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크게 주안점을 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 최동훈 감독
2차원의 만화를 3차원의 영상 안에 표현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1999년 7월부터 무려 4년 동안이나 신문에 연재된 방대한 양의 만화를 고작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모험이다. 최동훈 감독은 우선 총 4부(1부 지리산 작두, 2부 신의 손, 3부 원 아이드 잭, 4부 벨제붑의 노래)로 구성된 만화 가운데 "드라마 구성은 느슨하지만 전체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1부 ‘지리산 작두’만을 1년여에 걸쳐 각색한다. 각색 작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를 1990년대로 옮긴 것. 최 감독은 "내가 느끼는 도박 혹은 도박을 하는 인간에 대한 단상은 ‘도박을 해서 BMW를 타고 싶어하는 인간’이었다. 또 강남의 아줌마들도 껴 있고 회사원들도 화투를 치는 그런 시대, 겉으로는 발전했지만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세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한쪽 방에선 ‘섯다’를 하는 그런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억대 연봉자들이 등장하고 누구나 화투를 칠 수 있게 된 시대가 바로 90년대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의중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는 ‘BMW 한 번 몰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정 마담(김혜수 분)의 속삭임에 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화려함으로 치장한 강남 아줌마들과 대학 교수님, 가부장적인 억대 연봉자, 경매장 주변을 배회하는 어부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꽃 싸움에 눈을 떼지 못한다.
9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한 뒤 최 감독은 ‘타짜가 되가는 고니의 여정과 그가 만나는 인간군상들’이란 줄기로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다. 영화 는 만화가 담고 있는 화투판의 기술들을 자세히 묘사하기 보다 화투판의 의리 없는 전쟁을 경험하는 고니의 성장사를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의 연기 조합이 좋았던 것은 모두 배우들의 공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일은 배우들의 조합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정도였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했다. 스스로 정말 배우 복이 많은 감독이라 생각하고 있다." - 최동훈 감독
최동훈 영화는 ‘캐릭터 영화’라 할 만큼 탄탄한 내공을 갖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나 일상을 빗겨나간 ‘반사회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피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캐릭터에 사실성과 현실성을 부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 감독은 보다 많아진 캐릭터들을 쥐락펴락하며 캐릭터로 영화의 승부수를 띠운다.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그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적역의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원작보다 훨씬 다정해지고 날렵해진 고니 역의 조승우부터 시나리오 때부터 적역임을 의심치 않았던 평경장 역의 백윤식, 고급스러운 욕망의 화신으로 변신한 정 마담 역의 김혜수, 쉴 새 없는 수다로 입담을 과시하는 고광렬 역의 유해진까지 이 네 배우의 하모니는 어느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다양한 감정들을 동시에 던져준다. 고니가 넘쳐나는 승부욕으로 영화를 스릴 있게 끌고 가는 인물이라면, 고니의 스승인 평경장은 그 특유의 느릿한 말투에서 비롯된 낭만과 유유자적함으로 영화를 안정되게 품고 가는 인물이다. 또한, 화투판을 설계하는 정 마담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지 않는 승부욕과 치명적인 욕망으로 영화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며, 서민형 타짜 고광렬은 타짜 답지 않은 직장인다운 마인드와 멈추지 않는 수다로 영화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만든다.
최 감독의 캐스팅 스토리는 이렇다. "실제로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조승우가 방방 뛰는 고니 역을 하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평경장에는 백윤식 말고는 단 1초도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않았다. 정 마담 역의 김혜수는 아주 묘한 느낌의 여배우다. 여우의 탈을 쓴 양 같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녀의 섹시함과는 상관없이, 아주 차가운 듯 하지만 저 밑은 아주 따뜻한, 그런 묘한 느낌이 좋다. 고광렬 역의 유해진의 그와 영화를 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것과 함께, 희극적이지만 굉장히 인간적인 그 캐릭터가 유해진이란 배우와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에는 고니를 화투판으로 이끈 결정적인 인물 박무석(김상호 분)과 곽철용(김응수 분), 초라해진 타짜의 전설 짝귀(주진모 분), 기술을 부리기 보다 기술을 잡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죽음의 타짜 아귀(김윤석 분), 고니가 사랑하는 여인 화란(이수경 분), 고광렬과 닭살 연애를 나누는 화란의 언니 세란(김정난 분) 등. 신구세대를 막론한 배우들이 맛깔 나는 연기로 네 주요 캐릭터를 뒷받침하며 도박 세계의 존재감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든다.
"도박과 화투는 우리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는 일이다. 흔히들, 도박판 사람들을 음지에서 배회하는 부류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화투를 잡지 않는 순간엔 그들 역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린 이들이 도박으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고 또 인간 본연의 욕망에 솔직해져 가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도박과 화투는 소재일뿐, 결국 나의 두 번째 영화 는 ‘인간’과 ‘욕망’에 관한 영화다." - 최동훈 감독
최동훈 감독은 사기, 도박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반사회적인 인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라고 밝힌다. 즉, 최 감독은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 도박을 하게 됐으며, 도박을 하다 누굴 만났으며, 누굴 만나서 어떻게 됐는가…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다. 그 흥미 안에는 화투패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싹튼 인간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 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 역시 여기다. 최 감독은 많은 등장 인물들에게 화투에서 비롯된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욕망을 심어 놓는다. ‘언제나 돈은 나눠먹어야 탈이 없다’는 평경장의 낭만적인 도박과 변변찮은 도박 기술로 서민들의 돈을 가로채는 박무석, 곽철용의 사기 도박,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꼭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정 마담의 소유욕 도박, 기술을 부리는 것보다 기술을 잡는 것에 더 쾌락을 느끼는 아귀의 사디스트 도박, 자신의 여자 앞에서만은 강하고 싶은 호구(권태원 분)의 과시 도박, 도박으로 손이 잘리고도 화투판을 맴돌 수 밖에 없는 짝귀의 초라한 도박 등.
는 같은 지점인 화투판 안에 다른 지점의 욕망들을 담아내며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하면서도 또 얼마나 매혹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고니 역시 욕망을 붙잡기 위해 화투를 놓지 못하는 인간들 속에서 허망한 욕망을 좇으며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최 감독은 이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인간들의 허기진 욕망을 정의 내리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인간 세상의 한 부분을, 인간이란 존재의 한 부분을 스쳐 지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