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입맛, 세계를 사로잡다~ 스시

한대상200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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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싱싱한 해산물과 상큼한 밥의 만남.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맛의 조화가 오묘한 세계를 열어준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의 스시가 있기까지, 그 숨은 역사 이야기. 일본인의 입맛, 세계를 사로잡다~ 스시 일본인의 입맛, 세계를 사로잡다~ 스시 우동, 뎀뿌라(튀김)와 함께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대표 일식, 스시.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날생선을 그냥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오히려 일본인을 비하하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20여 년 만에 당당히 여피족이나 하이클래스를 가리는 일종의 레테르가 되었으니 이보다 더 극적인 신분 변화를 겪은 음식이 또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최고의 스시 명인을 가리는 투표가 이루어져 식도락가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끄는 등  스시의 위상 변화를 절감케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선한 질감과 섬세한 맛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어, 본고장 못지않게 제대로 된 스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손에 집히는 밥알의 개수까지 정확히 맞힌다는  효(孝) 스시의 안효주 조리장은 세계 곳곳에서 스시가 유행하고 있지만, 사실  정통 스시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정통 스시보다는 캘리포니아 롤처럼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꾼 것들이 주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다음으로 완성도 높은 스시를 만날 수 있는 나라로 손꼽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물론 제대로 된 정통 스시를 맛보려면 상당한 출혈을 각오해야 하지만….  

스시의 기원 

일본에서도 스시가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있어서, 집에 특별한 손님이 오거나 큰 경조사 때 내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어린 시절 졸업식이 끝난 뒤 부모님이 사주시던 자장면과 탕수육의 맛을 잊지 못하듯, 일본인도 좋은 날 특별하게 맛볼 수 있었던 스시에 각별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향수병에 걸렸을 때 스시집을 찾는다는 얘기는 이와 같은 정서 배경 때문일 것이다. 현재 스시가 일본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대표 먹을거리이긴 하지만, 사실 스시가 언제 어떻게 일본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동남아시아에서 민물생선을 저장하던 풍습이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설이 있지만 정설은 아니다. 한편 송나라 때 스시를 무척 즐겼다는 문헌상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때는 단순히 어패류만이 아니라 야채, 육고기, 심지어 곤충까지도 스시의 재료로 이용하였다 한다. 그러나 송 이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우리나라에도 역시 이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무하다. 일본에서는 스시의 원형을 시가현(滋賀縣) 미와진자(三輪神社)라는 곳에 전해지는 미꾸라지초밥과 메기초밥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의 스시, 즉 형태는 물론 새콤한 초 맛도 전혀 찾아볼 수 없어 스시가 신 맛을 기본으로 한다는 전제 조건에도 의문이 남는다. 일본인의 입맛, 세계를 사로잡다~ 스시 스시의 종류 

보통 우리는 스시를 초와 소금을 친 밥을 갸름하게 뭉친 뒤에 생선 등을 얹는 스타일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밥을 한 입 크기로 만들어 그 위에 재료를 얹는 방식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關東) 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정식 용어로는 니기리 스시(にぎりずし, 쥔 초밥)라 한다. 또는 도쿄의 옛 이름인 에도(江戶)를 지칭하여 에도마에(江戶前, 원래 에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어패류의 통칭) 스시라 하기도 한다. 니기리 스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00년대 전후로, 그 이전까지는 이미 1000년 전부터 오사카 등지에서 유래한 하코 스시(箱ずし, 상자 초밥)가 대부분이었다. 하코 스시는 나무로 만든 틀 안에 초로 맛을 낸 밥을 넣은 뒤 그 위에 생선 등의 재료를 놓고 나무 틀로 덮어 눌러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잘라 먹는 형식이다. 니기리 스시보다 밥의 양이 훨씬 많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먹어야 초밥과 재료가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도쿄 사람들이 니기리 스시를 선호하게 된 데는 성격이 급한 탓에 재빨리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편 주로 관동 지방에서 성황을 이루던 니기리 스시가 전국으로 퍼지게 된 데는 관동 대지진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갑작스레 닥친 재앙 이후 도쿄에서 니기리 스시를 만들던 조리사가 전국으로 퍼져 자리를 잡게 된 것. 그 외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슷한 형태의 노리마키(海苔卷, 김초밥), 그릇에 초밥을 담고 그 위에 달걀, 오이, 생선 등을 얹은 지라시 스시(ちらしずし) 등도 스시의 한 종류다. 

 

국어사전 속 스시 

1. 식초로 맛을 낸 밥에 날생선이나 달걀구이, 김 등으로 장식한 먹을거리. 

2. 옛날에는 어패류에 소금을 뿌려 자연 발효시킨 식품을 일컬었다. 나중에는 발효를 빨리 하기 위해 밥과 함께 담그게 되었다. 

大辭林 國語辭典(일본) 

 

숫자로 보는 스시 

1. 가장 맛있는 스시의 온도: 35~36℃(사람의 체온).  

2. 적정 밥알 개수 : 여성 280여 개, 남성 320여 개  

3. 회전 초밥집의 시초 : 1958년 오사카. 현재는 일본에만 5000  ~ 6000곳 성업 중. 일본인의 입맛, 세계를 사로잡다~ 스시 스시의 매력 

스시의 최고 매력은 종합적인 감촉에 있다. 즉 혀의 촉감, 씹는 질감, 목 넘김, 향기, 뒷맛 등이 어우러진 것이다. 혀에 닿는 감촉이나 씹는 질감으로 재료의 색다른 맛을 느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스시의 밥은 입 안에서 확 퍼져 목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동안 기분 좋은 즐거움을 준다. 아사히야 출판의 무크 는 스시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스시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생활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재료에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여기에 초의 독특한 신맛이 가미되어 기분을 안정시켜 주는 특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것. 우리나라의 일식 조리사들은 스시 외에도 회와 튀김류까지 두루 익히지만 일본에서는 스시의 길에 들어선 조리사는 오직 스시 하나만으로 평생을 간다. 스시를 만드는 조리사의 삶을 소재로 한 일본의 유명한 만화 에는 중학교도 채 마치지 않은 주인공이 도쿄의 유명한 스시집에 보조사로 들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조리장 아래에서 도제식 훈련을 받으며, 스시 카운터에 서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는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은 한 개의 스시를 만들어 내기까지, 예컨대 재료를 선택하는 것에서 밥짓기, 배합초 만들기,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생선 조리법 연구 등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우리가 한 입에 만족스럽게 먹는 스시 하나에는 이들의 땀이 배어 있는 셈. 어쩌면 일본의 스시가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데는 1,000년이 넘게 한결같이 이어 내려온 이들의 자부심과 애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만화 에서 배우는 스시의 A to Z  

쥔 초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이다. 입에 넣었을 때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부드러움이 생명이지. 반대로 말하면 단단한 쥔 초밥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는 말이야. (그러나) 부드러운 것은 어디까지나 입에 넣었을 때 얘기다. 그 전까지는 초밥으로서 제 모양을 갖추고 있어야 해. 그 부드러움을 가늠하는 데에 가장 좋은 것이 이쑤시개를 꽂아보는 방법이지! 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진 초밥은 이쑤시개를 꽂아서 들어 올릴 수 있다. 게다가 먹을 때는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질 정도라야 해! 너무 크면 먹기가 불편하고 너무 작으면 아쉬움이 남지. 그 사이의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야 해. 두 번째는 초밥 재료와 밥의 균형이다. 입에 넣었을 때 재료와 밥이 섞여 최고의 맛을 내는 최적의 밸런스라는 것이 있어. 재료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적정한 밥의 분량을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해. 프로 요리사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지. 배달 그릇에 들어 있는 초밥은 높이가 모두 거의 일정하지? 진짜 명인이 만든 초밥은 재료에 따라 밥의 양이 늘 일정해서 밥알 두 개 차이도 안 난다는구나. 언제쯤 주방에 들어갈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최소한 1년은 허드렛일만 하는 거야. 뭐? 1년이나? 그 다음엔 달걀말이나 김말이… 그것만도 2~3년은 걸리지. 자기 손으로 초밥을 만들려면 7∼8년은 있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