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히피야,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사람.

장태호200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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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히피야,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사람.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거야. 그게 히피야.

 

볼리비아의 드높은 도시 수끄레에서 만난 히피가 내 얼굴을 보고 웃으며 말해줍니다.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거라고. 그게 히피라고.

 


 

그게 히피야,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사람.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2,830미터에 세워진 도시 수끄레에 도착한 날,

먹을것을 찾으러 나간 오후의 골목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히피 호르헤. 멕시코에서 출발해 7년째 남미를 떠돌아다니는 사람.

철사와 실 쪼가리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파는 사람.

팔찌 하나라도 팔지 못하는 날에는 미련없이 길 위에 몸을 눕히는 사람.

 

그에게 묻습니다.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나요?

그가 대답합니다. 식당은 있지만 당신에게 말해줄 수는 없어요.

 

곤란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그가 이야기합니다. 나는 지금 배가 고파요.

그렇지만 오늘은 액세서리를 하나도 팔지 못했어요. 그래서 돈이 없지요.

당신에게 식당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건 쉬운 일이지만 배고픈 내 배에게는 너무

미안한 짓이거든요. 그래서 말해줄 수 없는 거에요. 이해해주길 바래요.

 

그의 앞에 놓인 액세서리들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은 히피잖아요. 모든 사람과 친구인 사람.

그런데 당신이 배고프다고 당신의 친구인 나까지 배고프게 만든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가 대답합니다. 그래요, 나는 히피에요. 그것도 배고픈 히피지요.

식당을 찾고 있는 당신 역시 배가 고프겠군요.

그렇지만 누가 어떻게 배가 고프건 나와는 상관 없어요.

 

내가 생각하는건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에요.

내게 식당 위치만 묻고 가버리면 안그래도 배고픈 내 배는 오랫동안 당신을

서운하게 기억할 거에요. 당신과 나 사이에 서운한 기억이 남겨지는게 싫어요.

나는 당신에게 식당 위치를 말해줄 수 없어요.

 


 

그게 히피야, 사람 사이로 흘러다니는 사람.


 

 

히피 호르헤. 사람과 사람 사이로 다가서는 사람. 사람 사이를 여행하는 히피.

아무것도 사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는 말아요.

솔직히 당신의 팔찌들은 너무 때묻고 못생겼거든요.

 

당신의 여행법대로 나 역시 당신과 나 사이에 작은 후회 하나라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내 이름은 테오. 당신의 여행과 만난 사람.

나와 당신 사이에 서운한 기억이 남겨지지 않아 기뻐요.

사람 사이를 흘러다니는 당신의 여행과 만나게 되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