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arnival - 9.호접지몽

차영민200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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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카니발 까지는 열흘이나 남았기 때문에

 

오전중에 대충 일을 하고 바람을 쐬러 언덕으로 올라갔다.

 

어머니가 싸주신 샌드위치를 하나씩 삼키면서 바다를 보는데

 

신기하게도 다프네가 생각이 났다.

 

세상물정 모르고 천방지축이던 아가씨였는데 말이야..

 

아마 영주한테 된통 혼나고 갇혀있겠지. 불쌍하긴 하군.

 

밖에서 놀기 그렇게 좋아하는 여자가 무척 답답하겠어. 후후.

 

바로 몇일 전에는 저 아래 바닷가에서 놀기도 했는데...

 

아아 이러면 안돼. 정신차리자 토마스. 넌 이제 더 편해진거잖아?

 

그런 몸치도 안가르쳐도 되고 스트레스도 안받고 얼마나 좋아!

 

이성적인 토마스가 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잖아. 끝까지 잘 가르쳤으면 좋았을걸.

 

감성적인 토마스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

 

중간에 있는 정상적인 토마스인 나는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러지마! 이러지들 말라구! 난 그냥 흐르는대로 살거야!

 

괜한 잡생각에 허공에 대고 팔을 휘휘 저었더니 숨이 차오른다.

 

오늘 일은 그만 해야겠다. 몸이 아직 허한가봐.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가 등을 툭툭 친다. 다프네였다.

 

앗? 왠일이에요? 밖에 나와도...흡.

 

무작정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뛰어간다. 바닷가 쪽이었다.

 

손좀 놔봐요! 이래도 되는거에요? 영주님한테 혼난다구요.

 

다프네는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났다.

 

아무도 없는 풀숲의 가운데 서있다. 다프네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라 저건 한번도 가르쳐 준적도 없는 춤인데. 언제 배운거지?

 

역시 제대로 배워놓으니까 아름답다. 거봐, 하면 다 된다니까.

 

그렇게 한참을 추더니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다프네가 멈춰섰다.

 

눈 앞에 서있는 다프네가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잔땀을 훔쳐주었다. 싱긋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리곤 다프네가 나를 꼬옥 껴안는다.

 

다프네가 눈을 감는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선다.

 

그렇게 우리는...

 

근데 왜 이렇게 따끔한거야. 다프네한테 수염이 있나?

 

눈을 떠보니 잔디에 입을 맞대고 있다. 아아 한참 좋았는데..

 

벌써 어둑해졌다. 집에 가야지. 정말 몸이 허한것 같다.

 

가서 푹 쉬고 내일은 열심히 일만 해야겠다. 잡생각이 안나게.

 

그런데 참 신기하지. 다프네가 꿈에도 다 나오고. 핫하하.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안된다. 내가 그래서는 안되는 거다.

 

모두를 위해서.

 

 

 

다음날의 일은 같이 일하는 사람도 없어서 재미가 없었다.

 

장소도 어디 한적한 외딴 곳이라 볼것도 없고 허전했다.

 

그냥 묵묵히 일만 생각하며 몰입하기로 하고 열심히 두들겨댔다.

 

으쌰으쌰! 어서 일을 끝내고 카니발도 빨리 마쳐버려야지!

 

어휴 왜이리 더운거야. 땀이 너무 많이 나는데.

 

물을 마시고 땀을 스윽 닦아내는데 저 멀리 다프네가 서있었다.

 

어라? 언제 온거지? 근데 왜 저렇게 창백한거야.

 

눈앞에 나타난 다프네는 얼굴이 너무나 하얗게 변해서

 

마치 나뭇가지 위에 얹힌 눈처럼 위태위태해 보였다.

 

안그래도 말라서 걱정되는 몸매에 얼굴까지 저래 놓으니까

 

보는 내가 다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다프네를 걱정하며 다가서려는 찰나,

 

핫핫! 내가 또 잠에 들었나본데? 이번에는 쉽게 안넘어간다구!

 

이런 생각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으쌰으쌰!

 

그렇게 또 한참을 일하다가 문득 보니 역시 없어졌다.

 

그럼 그렇지! 이건 꿈인거야. 근데 대체 이 꿈은 언제 깨는거야.

 

결국 오늘 일이 다 끝나서 어두워질때까지 잠은 깨지 않았다.

 

자 이제 집에 가야지. 배고프다 빨리 집에가서 밥 먹어야지!

 

"으아악!"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쌓아놓은 나무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야..아파죽겠네. 왜 사람을 놀래키고 그래요! 응? 어라?"

 

다프네가 서있었다. 아까와 같이 창백한 모습이다.

 

"이봐요 괜찮은거에요? 추워요? 왜그렇게 얼굴이 하얀거야."

 

계속 말이 없다. 아무래도 또 꿈인건가. 요새 왜이러는거야.

 

문득 다프네가 스러져 온다. 힘없이 무너진다.

 

재빨리 팔로 감싸 안았다. 온기가 느껴진다. 실체가 느껴진다.

 

"밖에 나가고 싶다고 춤 배우고 싶다고 해도 안된다고 해서.."

 

"뭐야 그럼 가출한거에요? 근데 얼굴은 왜 그런건데!"

 

"밥도 안먹고 계속 이대로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보니까.."

 

다프네는 그렇게 말하고 정신을 잃었다.

 

수많은 걱정들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지금 토마스를 차지하고 있는건 단 하나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그녀뿐이다.

 

 

 

그러나 지금 마을 분위기와 모두를 위해서라면

 

바로 다프네를 성으로 데려다 주어야 한다.

 

일단은 그것이 옳은 일이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에 다프네를 업은 내 발길은 성으로 향한다.

 

예상대로 성은 또 한바탕 뒤집어져 있었다.

 

병사들이 문책당하고 있다. 분위기가 너무나 험악하다.

 

거북스런 공기를 뒤로 한채 영주 앞에까지 갔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예에 공주님이 제가 일하는 곳에 오셨는데 그만.."

 

"저 미친것이 이제는 가출도 하는구나! 독방에 가둬라!"

 

"영주님 공주님이 지금 아프십니다. 당분간 치료를 하시는게.."

 

"니가 신경쓸 일이 아니지 않느냐? 너는 어서 꺼지거라."

 

하기는.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나는 평범한 서민일 뿐이다.

 

아무런 존재도 아니다. 권력도 돈도 없다.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내 자신이 오늘따라 싫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어느때보다 고독하고 힘겨웠다.

 

달빛도 유난히 차갑고 날카롭게 느껴져 나를 베는 것 같았다.

 

아팠다. 다프네가 아프니까 나도 아팠다.

 

나는 어쩌면 지금 다프네를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안된다. 누구도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견뎌야 한다.

 

다프네도 참아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

 

달빛이 나를 벤다. 내 마음을 조각조각 베어가고 있다.

 

그렇게라도 떼어가지 않으면 슬퍼서 견딜수 없을것만 같다.

 

다 떼어가라. 달빛아 나를 갈기갈기 찢어다오.

 

 

 

내 안의 다프네를 모두 베어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