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이주현2006.10.13
조회502
 


뉴욕 영화제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15분도 채 안되서 매진되었기 때문에

극장개봉전에 보는것은 거의 포기해야겠구나 하고 있던 찰나,

어제 디렉팅 수업시간에 갑자기 선생이

"마리 앙투아네트 시사회 갈사람 선착순 4명! 소피아 코폴라도 온다구-"

라는 말에 귀가 번쩍해서 재빨리 손을 들었다.

사실 4시간짜리 디렉팅 수업이란게 매번 배우 불러다가 즉흥연기나 시키고

선생이 나와서 코멘트한 다큐멘터리 (John Cassavete와 같은 유명 영화인의 다큐같은..)나

 보여주길래 시큰둥한 수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선생이 NBR (National Board of Review :전미비평가협회)회원이라서

수많은 영화들의 시사회에 특권이 있었던것이다!

 매일 선생한테 날라오는 시사회 이메일도 RSVP는 남겨놓고 귀찮아서 안가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큰 시사회였다니..!!

 

아무튼 나의 빠른 순발력으로 당당히 시사회 표를 거머쥐었다.

 아침 9:30 시작이라길래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설치고 버스에서 내리니까 9시 15분!

 55가와 매디슨 애비뉴의 SONY까지 15분안에 가야 하는데 택시를 탈까 하다가

맨하탄 아침 교통체중에 걸릴것 같아 전철을 탔더니,웬걸 전철이 중간에 멈췄다.

도저히 못참겠어서 바로 다음역에서 내려서 59가와 7애비뉴에서 쏘니까지 완전 달렸다.

 학교를 지각해도 이렇게 뛰지는 않는데...

겨우 소니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정확히 9시 30분..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미소를 지으며 시사회장에 올라가니 줄이 조금밖에 서있지 않다. 그것도 다 나이가 어느정도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하하호호 하면서 서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도 나 말고 시사회에 오기로한 클래스메이트들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괜히 오바해서 뛰었다 싶은게, 9시 40분쯤 극장으로 들여보내줬다.

 웬걸 비평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시사회라선지

조그마한 극장에 의자들도 완전 일인용 안락한 소파인데다가

밖에는 커피와 다과류가 마련되어있었다.

완전 호화판 시사회!

게다가 관객들도 비평가들이라선지 평균 나이가 50대정도로 보였다.

 물론 동양인은 구경도 할수 없고 나같은 학생으로 보이는 동양여자애는 확 튀는게 느껴졌다.

아무튼 서두른 탓에 자리도 딱 좋은데에 앉아서

그렇게도 기다리던 마리앙투아네트를 보게 됬다.

 

내가 소피아 코폴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여자만이 잡아낼수 있는 섬세한 영화"를 만드는데에 있다.

 대부분의 영화감독은 남자고,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남자들도 잘 만드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를 보면,

 저건 분명 '여자가 보는' 미묘한,섬세함이 깃들여 있는걸 느낄수 있다.

그야말로 영화명문가에서 태어나,

누릴수 있는 혜택을 다 받고, 얻을수 있는 좋은 영향은 다 얻은 그녀가

lost in translation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영화감독으로 성장한후에 내놓은-

발랄하게 통통 튀는 음악과

사랑스러운 키얼스틴 던스트,핫핑크 타이틀의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마리 앙투아네트. 소피아 코폴라는 과연 어떻게 풀어갔을까.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단순히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 마리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의 아름다운 막내딸로, 프랑스로 시집을 가 루이 16세의 왕비가 되었으며 사치와 향락을 즐겨 프랑스 국민의 원성을 사 결국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피아 코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마리앙투아네트'가 아닌,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시집와서  프랑스 궁정이라는 화려하지만 외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lost in translation에서 밥(빌머레이)이 처음 일본에 도착해 낯설은 풍경을 택시에서 바라보다 잠들다하듯이 마리앙투아네트(키얼스틴던스트)는  마차안에서 프랑스로 가는 길에 잠들다 깨다를 반복한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빌머레이가 가졌던 설레임과 호기심 그리고 웬지모를 두려움이 섞여 있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사실상 강대국 프랑스에 '바쳐진'것과 다름없는 이 아름다운 소녀는 난생 처음 보는 남자를 남편으로 삼아야 하나 그는 이렇게도 아름다운 마리 앙투아네트를 제대로 쳐다보지조차 못하는 쑥맥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어머니는 물론이고 주위의 모두는 둘이 어서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이런 쑥맥 남편은 감히 아름다운 마리 앙투아네트를 건드리지조차 못한다. 이런 상황속에 마리앙투아네트에 대한 압박은 점점 커져가고 그런 스트레스를 쇼핑과 맛있는것을 먹는것으로 달래는 그녀.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그런 그녀가 밉지 않은것은 보통 소녀와 다름없는 천진함과 그녀를 그런 궁지에 몰아넣는 답답한 상황때문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19살에 그녀는 프랑스의 왕비가 된다.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있고 프랑스의 왕비라는 명예 또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이 있지만  그녀가 가지는 외로움은 그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수 없는 그녀만의 아픔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lost in translation에서  샬롯은 일본이라는 타지에서 남편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혼자 외로움을 부여안고 있을때  빌머레이라는 또다른 외로운 사람을 만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마리앙투아네트에게도 페르젠이라는 스웨덴의 미남무관이 나타나지만, 사실상 그건 상처를 치유해주는것이 아닌 잠시동안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열병과도 같은 그녀의 첫사랑일뿐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소녀같은 그녀.

하지만 자기 아이에게 맘대로 모유조차 줄수 없는 궁정의 법규는 그녀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계속되는 사치와 미국에 대한 프랑스의 원조로 프랑스 재정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결국 시민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소피아 코폴라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좁고 위선으로만 가득한 프랑스 궁안에만 갇혀 있기에  세상을 몰라 그런 상황에까지 가게 된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한번도 세상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궁안에서 사치와 향락으로 가득한 세계에 있었으니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수 있었을리가 없다.  키얼스틴 던스트는  마리앙투아네트가 처음 군중과 마딱뜨릴때가 바로 비로소 '여성'으로서의 마리앙투아네트로 성장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상황에 대한 책임감과 잘못을 아는 어른 여성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는 프랑스 국민들에게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그 순간, 분노에 흥분했던 국민들은 일순 조용해진다. 소피아 코폴라는 아마도 보통의 철없는 '소녀'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때까지의 '여성'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는 그아먈로 화려하고,예쁘고,귀엽고,섬세하다.  여자들이 보고 탄성이 터져나올만한 의상들과 신발들 (마놀로 블라닉의 특별디자인들. 보면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간다.), 알록달록한 디저트들이 눈을 너무나도 즐겁게 한다. 그리고 고전적인 배경과 맞추어 발랄하게 등장하는 현대식 음악들도 너무나 깜찍하다. 이런 연출력이 바로 소피아 코폴라라는것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영화가 끝나고 Q&A에 소피아코폴라,키얼스틴 던스트,제이슨 슈왈츠만이 왔다.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앙투아네트 뉴욕시사회에 가다
소피아 코폴라는 임신중 (남편이 무슨 뮤지션이라고 한다. 스파이크존즈감독과는 이혼했다.) 이어서 배가 나왔는데 다른곳은 어찌 그리 말랐는지!! 키어스틴던스트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여배우인데 생긴건 정말 화면에서 보는것과 똑같고 얼굴도 그닥 작은지 모르겠는데 (사실 화면에서도 몸에 비해 얼굴은 커 보인다.) 정말 심하게 말랐다.  스키니진을 입었는데 다리가 내 팔뚝보다도 가는것같은데 전혀 과장이 아니다.  성격도 굉장히 발랄하고 귀여워서 너무 예쁘더라.  제이슨슈왈츠만 역시 소피아 코폴라의 친척이라는데, 키가 은근히 작아서 놀랬다. 그래서 루이 16세에 캐스팅 된걸테지만.   뭐 소피아 코폴라가 아버지의 후광을 입어서 어쩌고 저쩌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다.  사실 아버지의 도움없이는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기란 불가능했을것이다.  (이 영화도 올 프랑스 로케에 직접 베르사유에서 촬영했고 40밀리언이라는 돈이 들었단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제 그녀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여성감독중 하나고  그녀의 스타일과 연출력은 확실히 누구도 무시 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