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부터 경험하는 여성의 피해의식?!

정지연2006.10.13
조회3,769

우선 제목에서의 질문에 대한 글쓴이의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오!' 딱 한번을 제외하고는 여자로서의 삶도 제법 즐거운 인생.. ing

 

 

게시판의 글들을 읽다가 보면.. 여자들의 '피해의식'에 대한 얘기들이 넘쳐난다..

"여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다음생애 여자로 태어나서 한번 경험해봐라.."

 

 

글쎄.. 나는 내가 여자라서 느낀 피해의식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면..

수많은 경험들이 아닌 딱 한번. 임신과 함께 회사에서 은근히 퇴사 압력이 있었던.. 그 순간?!

기혼으로서 서류전형과 면접에 당당히 입사한 '능력있는 직원'이였지만..

임신과 함께 그 당당했던 능력은 어디가고 '쓸모없는 직원'으로 전락한 그 순간 뿐이었다.

결국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여성으로서의 '출산휴가와 복직'의 혜택은 못받고..

그냥 퇴사하였다. 딱 한번 느낀 여성으로서의 '차별'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을 피해의식이라고 결론내리기엔 부족함이 크다고 생각한다.

 

 

 

"가정환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여인천하>

 

9남매중 셋째이신 아버지와 외동딸인 어머니가 만나 이룬 가정에는..

나를 포함한 딸 셋이 자녀로 있었고..

그런 가정에서 자라면서 오빠, 남동생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가정내 남녀차별은 없었고..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셨지만.. 청소기도 돌려주시고..

유리창 닦기 등등 집안일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가끔 라면도 혼자 끓여드시고.. 밥은 절대 못하셨지만..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내조하면서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명절때랑 제사날 아버지, 어머니는 시댁이 아닌 친정으로 간다.

(물론 큰댁에 양해를 구한 후)

 

 

 

이런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꾸린 가정에서도 남녀평등은..

입으로 떠들어대지 않아도.. 서로에게 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것 같다.

맞벌이를 할때나, 전업주부로 있을때나 가사일과 육아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남편의 도움에는 고마워하고.. 도움받고자 할때는 자연스럽게 부탁하고..

남자아이를 낳았으면 달라졌을까?

나의 엄마에 이어서 나도 우선 첫딸을 얻었다.

딸이라고 서운해했던 사람은..

정작 본인께서 아들 못낳아서 받은 설움이 있으신 나의 어머니 뿐이셨고..

신랑이나 나는 첫아이가 딸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이루어졌고..

그리고 아직은 계획에 없지만 둘째가 혹시 딸이어도 기뻐할 것이다.

 

 

우리집은 나의 아버지와 신랑, 형부를 제외하고는 남자의 숫자가 확실히 적다.

 

 

그렇게 자리잡은 나의 가치관은..

남녀차별.. 이런건 사실.. 느껴보지 못했던 부분이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딱 한번 사회에서 경험했던 씁쓸한 추억 하나 정도..

 

 

그건 아마도 내가 자란 가정환경의 탓이 아닐까 싶다.

아마 나의 딸에게도 '여성이기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생기는 피해의식은.. 없을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겠지만..

' 태어나서 부터' 여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은.. 없을것이다.

 

 

 

싸이월드 이슈공감에서는 여론게시판을 싸움판으로 만들고 있는듯 하다.

안그래도 논란이 되고있던 '여성의 군복무화'에 불을 지폈으니..

그 뒤에 따르는 남녀평등, 여성의 피해의식, 여성부 비판.. 여성비하..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말싸움들..

 

 

현실에서는 이런 '남녀대립구도'가 적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50대후반이신 나의 어머니는 얼마전 내가 끄낸 '여성군복무' 문제에..

"여자도 명절때 친정, 시댁 번갈아 갈 수 있고 결혼자금도 반반씩 나눠하는 시대라면..

당연히 여자도 군대 가야 하는거 아냐?"

 

정작 내 딸아이가 군대갈 걸 생각하니 가슴이 깝깝해져서..

은연중에 반대했던 나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내후년이면 환갑이신 분에게 들은 답은.. 지금 십대 여학생들 보다도 앞선..

'여성우월주의' 였던 것이다.